에이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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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35
차라리 나를 수용소에 넣어주세요  

한국에서 hiv 감염인으로 살아남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기사입니다.

어느 에이즈환자의 고백
조선일보 1997년 5월 20일


"친구도 없이 떠돌다 공원벤치 위에서 자고 간혹 눈이 맞는 '애인' 만나 따라가는 생활은 이제 지쳤어요. 차라리 나를 수용소에 넣어주세요."

20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경찰서 형사계 사무실. 두손에 수갑을 찬채 흐느끼는 김모(24)씨는 5년간 자신을 서서히 죽여온 AIDS라는 천형의 공포와 그보다 무서운 외로움을 털어놓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지난 92년 고등학교 졸업후 성적때문에 대학진학은 포기했지만 종로에 있는 모주점에서 일하며 중장비기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는 김씨다. 다른 주점과 달리 여자는 거의 없고 야릇한 표정을 짓는 남자들끼리 곳곳에서 히히덕거리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지만 동성연애자만 모이는 '게이바'라곤 꿈에도 생각못했다.

5월 어느날 친절하게 대해주던 재일동포 김모(40)씨와 합석해 술 마신 것이 운명을 가른 계기였다. 몽롱한 상태에서 여관에 같이 묵었고 그뒤로 같은 남자지만 그에게 빠져드는 자신을 어쩔 수 없었다. 얼마 뒤 탑골공원 앞에서 헌혈 권유하는 아주머니 손에 끌려 들어가 헌혈하고 '에이즈 바이러스 양성반응'이라는 청천벽력 통지를 받았다. "왜 하필 나에게…." 세상을 저주하며 집을 뛰어 나갔다.

5년간 게이바, 종묘공원등을 전전하며 동성연애자들을 만나고 유흥가에서 여자를 만났지만 죽음보다 무서운 외로움을 달래주지 못했다. 이제는 눈물도 말라버린 아버지(54)는 일주일에 한번 만나 용돈을 건네줄 뿐이고 어쩌다 연락오는 보건소직원도 '아직도 살았나' 확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몇차례 어렵게 구한 직장에서도 감염사실을 알고 쫓아내기를 거듭, 밥 한끼 먹을 수 없게되자 지난 3월 지하철에서 취객지갑을 털었다.

"'나쁜 놈' 소리 듣더라도 이제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싶습니다". 20일 마침내 경찰에 붙잡힌 김씨가 울먹이며 계속 내뱉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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