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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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네스티 컬럼] AIDS와 인권  

주소 : http://www.1000books.com/pavilion/aa-group/owanho/owh.htm

AIDS와 인권

오완호 (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



20세기 에이즈의 출현과 이 질병으로 인한 감염자의 고통, 그리고 이러한 감염자들이 추가적으로 겪어야만 하는 정부 및 사회로부터의 제한과 차별은 새로운 유형의 인권문제이다.

에이즈는 분명 질병이며, 이에 대한 일차적인 접근은 의학분야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에이즈로 고통받는 주체는 분명 인간이며, 이러한 사람들이 단지 환자로서가 아니라 또 다른 사회적 차별의 대상으로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 인권적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UNAIDS의 통계에 의하면, 2000년 12월 전 세계적으로 3천 6백만 명의 에이즈 감염인이 있으며, 매년 약 530만 명의 새로운 감염인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 무서운 질병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며, 감염인의 인권과 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도 약 1,500명의 감염인이 보고되었으며, 수천의 보고되지 않은 감염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에이즈의 증가와 이에 따른 개인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권리측면에서의 차별은 이미 한국을 비롯한 세계 모든 국가에서 주요한 사회문제이자 인권문제로 대두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는 에이즈 감염인에 대해 비 감염인의 시각에서 수립된 통제를 통한 예방이라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데, 잘못된 사회적 편견이 반영된 이러한 정책은 감염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결과는 낳고 있다.

세계인권선언 제25조 1항은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과 자기 가족의 건강 및 복지를 보장하는 데 충분한 생활 수준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 이 생활 수준에는 의식주, 의료, 필요한 사회적 시설의 이용에 대한 보장도 포함된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실업, 질병, 능력 상실, 배우자의 사망, 노년 또는 불가항력에서 오는 그 밖의 생계불능의 경우에, 생활보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유엔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A협약) 제12조는 국민의 건강권을 인권으로 규정하면서, 모든 가맹국들이 "모든 국민 누구나 성취할 수 있는 최고수준의 신체적 및 정신적 권리가 있음"을 천명하고, 동 조 (c)항을 통해 "전염병, 풍토병, 직업병 및 기타 질병의 예방. 치료 및 억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듯, 이미 국제사회는 건강 및 복지를 추구할 권리를 명백히 인권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보장 및 질병의 예방과 치료, 억제를 국가의 의무로 명시하고 있다. 한국정부 역시 이러한 국제인권협약에 가입하였으나, 한국에서의 에이즈 감염인의 인권은 알게 모르게 제한되고, 감염인이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세계인권선언 제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이고, 존엄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 모든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타고나며 서로 동포의 정신으로 행동하여야 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즈 감염인을 동성애 행위를 하거나,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으로 취급하고, 도덕적 또는 윤리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매도하는 사회적 편견을 종식시켜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편견은 무서운 질병을 정복하기 위한 인류의 도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무서운 질병에 의해 고통 당하는 개개인을 더욱 절망케 한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듯이, 에이즈 감염은 단지 자신의 행위에만 기인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수혈인데, 이는 그 당사자의 도덕성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 그리고 성 접촉을 통해 감염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한 인간을 고립시키고 차별을 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도덕이란 것이 한 인간을 차별하는 결과를 낳을 때, 그것은 더 이상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아니라 단지 폭력일 뿐이다.

특히 에이즈 감염인을 고립화 또는 무력화시키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거나, 비 감염인의 시각에서 시행되고 있는 통제중심의 정책은 더욱 더 감염인들을 자포자기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것이 일탈로 이어지게 될 경우, 보복적 심리에서 에이즈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범죄를 낳게 된다.

현 후천성면역결핍증병 예방법 제3조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국민의 의무, 제2장의 신고 및 보고, 제3장의 검진, 제4장의 감염자의 보호 및 관리 등에서 정하고 있는 규정들은 국가가 개인의 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범주, 즉 공공의 안전을 위한 범위를 초월하는 것으로서 위헌적 요소가 매우 강하며, 감염인의 인권을 심대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인권선언과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서 규정하고 있는 권리인 사 생활권, 명예권, 가족 유지권, 생명권 등이 통제를 통한 에이즈에 대한 예방 또는 비 감염인 중심의 정책으로 심각히 제한되고 있다.

비록 보고체계를 통한 관리라는 명목 하에 개인의 질병을 국가가 관리하고, 또한 개인의 사생활 및 인적사항을 엄밀하게 법률에 의해 보호한다고는 하고 있지만, 한국사회와 같이 개인의 정보가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사회에서는 법률적, 사회적 의미에서의 사 생활권은 이미 무용지물일 뿐이다.

이로 인해 에이즈 감염인들이 가족을 유지하고 정상적으로 직업을 유지하여 생활할 권리, 개인의 명예를 유지하고 자유로운 여생을 누릴 권리, 사회적 관심 속에서 개인의 건강과 생명을 유지할 권리 등은 감염사실의 확인과 동시에 자동 박탈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염여부를 자신 있게 검사하는 것을 주저하게 되고, 이로 인해 불안감 속에서 알게 모르게 에이즈를 전파하는 과정이 되풀이되고 있다.

물론 여러 가지 인권침해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제를 통한 감염의 차단이라는 통제위주의 정책이 한국인을 그 대상으로 할 때는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월드컵이란 국가 행사를 통해 입국할 50만 명 정도의 관광객과 세계화의 과정에서 직업을 찾아 한국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수 십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통한 감염의 확산에 대해서는 전혀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 국가의 인권의 척도는 그 사회의 소수자에 대한 다수의 태도에서 결정된다. 이른바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 동성애자, 소수 인종 및 소수 토착민, 그리고 에이즈 감염인과 같이 특수한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그 사회가 관심으로 대하는가, 아니면 차별하고 있는가 하는 것은 그 사회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한국에서 에이즈 감염인을 차별하는 억압 구조는 감염인의 생활과 고통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생활을 유린당하고 사회적 편견에 의해 모든 것을 박탈당하는 현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모든 정책은 인권의 보편성에 근거해 전면 재편되어야 한다.

먼저 규제와 통제를 통한 예방을 전제로 한 현재의 법률체계는 전면적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위헌여부에 대한 법률적 투쟁은 물론, 감염인에게 고통을 안겨 줄 수 있는 모든 부문에 대응하는 법률적 지원 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직업 및 생계, 사 생활권 및 건강권을 위협하는 모든 부분에 대한 법률적 대응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의료기관 및 관련단체가 에이즈 문제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일차적으로 풀고, 정부는 이를 위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하는 이차적 책임기관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소수의 에이즈 감염인을 통제하여 이를 예방한다는 가정을 폐기하고, 다수의 감염인을 위한 집단적 사회적 대처라는 차원으로 현 정책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 학생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기본적 예방교육을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동시에 에이즈 감염인의 문제가 바로 인권문제라는 사실이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 에이즈 감염인의 급격한 증대는 필연적이므로, 이를 위한 정부재정이 대폭 강화되어야 하며 사회전문가들이 참가하는 능동적인 연구와 실제적이고도 구체적인 조치가 시급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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