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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31(수)
에이즈,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이다  

에이즈,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이다
- 설사병과 말라리아 치료 대안을 제시하며!

이제 자본주의는 한 죽음의 선진국이 지구상 인구의 압도적 다수를 식민지적으로 억압하고
금융적으로 교살하는 하나의 세계체제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 전리품은 머리끝에서 발끝까
지 완전무장한 2-명의 강력한 세계적 강도(미국, 영국, 일본) 사이에서 분배되고 있으며, 이
들은 자신들의 전리품의 분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자신들의 전쟁 속으로 전세계를 끌어들
이고 있다. - [제국주의론]/불어판 및 독일어판 서문에서/레닌

[제국주의론]에서 레닌은 자본주의의 가장 두드러진 특질이 "산업이 엄청나게 성장하고 점
점 대규모화되는 기업으로 생산이 급속히 집적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독점이다.
마르크스 수정론자들은 이러한 독점이 종국적으로는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모순인 '경쟁'을
없애기에 환영해야 한다는 황당한 논리도 펼친 바 있지만, 지금 마르크스의 이름조차 모르
는 사람들조차 독점의 극단적 문제점을 레닌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자신
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관계되었기에.

생명의 위협과 직접적으로 관계된 독점은 다름 아닌 식량과 의약품이다. 그리고 독점 이익
을 극대화하기 위해 실시되는 해고의 위협 등 노동력을 매매할 수 있는 권리의 원천적인 박
탈은 식량과 의약품의 위협에 보다 근본적인 모순이다.

이 모순은 역사적인 위선 및 현재의 정치적인 기만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아
무리 쉽게 풀어 설명해도 단 50 -100개의 낱말로 모든 상황을 이해시켜주기를 바라는 대중
의 요구와는 조금 멀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에이즈라고 불리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명
확한 관점을 갖고자 하는 사람만 1,584개의 낱말로 구성된 이 글을 읽을 수밖에 없으며, 나
머지는 안 읽어도 상관없다.


설사병의 원인과 해결방법

일단, 제3세계에서 가장 격심하게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란 무엇인지 알아보자. 한해 설사병
으로 200만병이 사망하고 있으며 또 한 해 최소한 250만명이 말라리아로 사망한다. 이게
전부일까. 자살과 전쟁, 인종청소, 산업재해 또한 가장 심각한 사망요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한국의 사회운동가들은 이 점에 대해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설사
병과 말라리아가 하늘과 땅 차이인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구조적 모순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이 모순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아예 관심이 없다. 물론, 이들이 멍청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
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혹은 현명(?)하다보니까, 민감한 이슈로 부각된 의약품 문제
에만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과 문제가 전개된 역사적 과정에 눈이 어둡다보니,
눈 앞의 대안이 뭔지도 모르는 게 한국 사회 활동가들의 근본적인 모순이 되고 있다.

추정하건대, 최소한 200만명이 죽는다는 설사병은 아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은 영양
실조 및 아예 존재하지 않는 상수도 시설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생존에 필요한 영양이
결핍된 환경에서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상수도 시설도 없이 더러운 웅덩이 물을 마시다보니
제3세계의 사람들 중 특히 유아와 어린이들은 최대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

이와 똑같은 현상이 산업혁명 초기 영국에서도 있었다. 당시 영국인의 평균 수명은 30세에
불과했다. 유아와 어린이들의 사망률이 높았던 탓인데, 그 이유는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
는 살인적 임금을 주던 자본가들과 강물이 화공약품에 오염되어도 상수도 시설에 투자하기
를 꺼린 정부의 고의적인 방치에 있었다.

이후 산업혁명의 선두주자로서 더 많은 군대와 건강한 노동력이 필요해진 영국은 최저생계
비에 대한 근로기준법을 만들고, 상수도 시설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였고, 그와 동시에 유아
와 어린이의 사망률은 크게 줄었다. 평균 생명률이 높게 향상된 것이며, 고질적인 설사병
및 콜레라가 사라지고 말았다. 다음 인용문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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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2년 최초로 영국에 콜레라가 들어오자 여러 지방에 보건위원회가 설치되었다. 이 위원
회의 위원은 선거를 통해 선출되고 보수는 없었다. 이 위원회는 생활 환경을 개선할 수 있
는 법적 권한도 없었고 전문적인 경험도 갖지 못했다. 불결하면 병이 생기기 쉽다는 단순한
사실에도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1848년에 또다시 콜레라가 유행하자 반응은 달라졌다. 의회는 콜레라가 영국에 상
륙하기 일주일 전에 중앙보건위원회의 설치를 승인했다. 곧 아시아로부터 콜레라가 상륙하
리라는 위협 아래서 의회는 이러한 결정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새로 생겨난 중앙보건위원회는 과거 10여 년 넘게 위생개혁주의자들이 주장해
왔던 여러 가지 보건 위생 대책을 제도화시켰다. 위생개혁 운동을 주도했던 사람들이 위원
으로 참여하여 위원회에 부여된 광범위한 권한을 발휘하면서 영국 내 여러 도시의 비위성적
인 오물들을 제거하고 전국에 상하수도 시설을 도입했다. - [전염병과 인류의 역사]/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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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이른바 설사병을 없애기 위해 특별한 의약품을 만들 필요는 없다. 또한 더 큰 이
윤을 내기 위해 다이어트 약을 개발하고 있는 제약회사의 탐욕만이 문제가 아니다. 죽도록
설사를 하는 원인을 덮어두는 대증요법은 '약에 의한 건강 관념'을 확대 재생산하기만 할
뿐 결코 근본적인 원인인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치료하지도, 치료할 수도 없다.

나아가 설사를 '병'으로 취급한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제3세계 국가의 부와 노
동력을 수탈하여 지금의 비극을 일으킨 서구 제국에게 면죄부를 주는 격이며, 자국민에게
식량을 보급하기 위한 단 1달러도 지출하기를 거부하는 제3세계의 억압적인 독재체제를 옹
호하는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 식량과 위생시설 향상을 위한 투자를 거부하는 것을 공격하
지 않으면, 선량한 의도와는 무관하더라도 위선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말라리아의 원인과 해결방법

말라리아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질병이다. 그리고 말라리아는 가난한 사람
들의 발목을 잡는 염라대왕이기도 하다. 하지만 말라리아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
는 것도 아니다. 뭐니해도 가장 먼저 모기가 자생할 수 있는 도랑, 습지 등 불결한 위생 환
경을 없애고, 질병을 앓을 때 충분히 저항하고, 견딜 수 있는 기초 체력(면역력)을 겸비하도
록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당장 최선의 대안이다. 그런데 국제사회 및 의료운동을 하는 사회
단체의 일부는 왜 이러한 대안을 방관하는가.

말라리아는 단순히 아프리카에만 존재하는 풍토병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과 불결한 위생 환
경이 존재하는 그 어디에서 말라리아는 함께 있다. 봉건제 당시 유럽에서 금값 다음으로 비
싼 것이 말라리아 치료제였으며,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열병에 시달리다가 죽었다. 조
선 사회에서 역병이라고 알려진 웬만한 전염병(학질이라고 불린 이 병)이 바로 말라리아였
음은 더 이상 얘기할 꺼리가 아니다.
   
그런데 지금 유럽과 미국 등 서구화된 국가에서 말라리아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지난 2년 사이 경기도를 포함해 인구 밀집 지역에서 말라리아가 유행했는데, 따
지고 보면 경기도는 매년 인구가 3%씩 증가하여 지금은 근 천만명에 이른다는 점에 주목해
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면서 위생 환경 또한 열악해지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가 없을 것이다.

아무튼 서구화된 국가에서 말라리아가 사라진 근본적인 이유는 말라리아 특효약이 개발되었
기 때문이 아니다. 말라리아 백신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비록 적은 수이지만 백신
을 맞은 후 되려 말라리아에 걸린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말라리아는 대
중에 대한 사회보장이 정착되면서 거의 완벽한 상하수도 시설이 제공되었고, 영양결핍으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이 보기 드물게 줄어드는 등 영양과 환경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비등하
면서 조용히 사라졌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복지환경의 구축은 설사병만이 아니라, 말라리아, 결핵 등 전염병이라고 알려진 각종 질병
을 역사의 뒤켠에 물러서게 했다. 현재 결핵 환자의 대부분이 태국 등 동아시아와 아프리카
를 중심으로 한 극빈 국가의 극빈층에서 유행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반대급부로
선진국이 되기 이전의 어떤 국가에서도 이들 전염병의 온상지였다. 1930년에 국제연합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구 인구의 1/3이 말라리아에 걸려 고통받고 있었다.

그렇다면, 대안은 단지 복지국가 구축일까. 이 대안은 최종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렇기
에 대중에 대한 복지혜택에 인색한 정부 및 자본가의 이윤논리는 정당한 관점에서 폭로되어
야 하며, 비판의 대상에서 멀어질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실현가능한 손쉬
운 대안이 무엇이냐는 게 우리의 일차적인 관심사다. 이것은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제수이트의 나무껍질'이라고 불리는 나무를 재배하는 그것. 인디언들이 키나키나(나무껍질
중의 껍질)라고 불렀으며, 지금은 기나수라고 불리는 이 나무의 껍질은 17세기 이래 수천만
명을 살린 말라리아 치료제였다. 프랑스의 루이 14세와 영국의 찰스 2세도 기나수 껍질을
복용하지 않았다면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이 남질 못했을 정도로 유명한 나무껍질인 기나
수는 말라리아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갖고 있다. 그리하여 17세기 때 기나수가 자라던 남미
에서 유럽으로 건너간 물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이 금과 은, 기나수였으며, 기
나수는 같은 양의 금과 교환될 정도로 값이 비쌌고 모든 사람들이 선호하던 말라리아 치료
제였다.

실제로 세계 제2차 대전 이전까지 기나수 재배는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였으며, 재배 방법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이를 누설하면 중벌에 처해졌다. 기나수를 재배하던 대표적인 국가가
영국과 네덜란드로서, 이중 네덜란드는 자바섬에서 기나수를 재배하여 고가에 판매하였다.  
그러나 2차 대전 이후 서구 사회에 케인즈주의(국가자본주의)가 도입되면서 복지체제가 구
축되자 말라리아가 자취를 감추게 되었고, 기나수에 대한 관심도 사라져갔다.

다른 한편, 당시 기나수의 독점 이익으로부터 배제된 미국 등은 기나수의 화학식을 이용한
화학약을 제조하게 되었다. 문제는 키니네 등 각종 말라리아 치료제들이 말라리아를 치료하
는데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사실에 있다. 게다가 기나수 이외의 대체 약물은 대단히 심
각한 독성을 지니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무서운 독소인 비소로 만든 화학물 아톡실이다.
아톡실을 개발한 에를리히는 코흐 연구소의 주관으로 임상실험을 했는데, 환자 중 2%가 망
막신경 손상으로 눈이 멀었다. 그리고 이 2%의 수치는 의도적으로 축소된 게 틀림없다. 다
음 인용문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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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가 극도로 만연된 아프리카 어느 지방의 강가 지역에서 우리는 어른들이 모두 눈이
멀어있는 마을을 발견하게 된다. 이 마을에서는 어린이들이 매우 귀한 존재인데 그 이유는
아이들만이 눈이 보이므로 그 자신이 장님이 되기 전의 몇 년 동안 어른들에게 길을 안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약의 생화학과 사용법]/박창규외 역/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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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톡실 이외에 말라리아 치료제로 가장 많이 쓰인 약물은 키니네와 클로르킨이다. 클로르킨
의 부작용은 "다량에서는 식욕부진, 오심, 설사, 두통, 시야몽롱 및 소양증 발생"으로서 이
역시 큰 독성을 안고 있으나 키니네의 독성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자세하게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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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투여 : 불안, 흥분, 착란, 섬망 등의 정신 증상이 나타나는 수가 있는데, 이런 증상이
나타난 경우에는 복용을 중지한다.

과민증 : 안면 홍조, 발진, 부종 등의 과민증상이 나타나면 중지한다.

신경계 : 때로는 시신경 장애에 의한 시력저하 · 수명 · 중심 암점 · 시야협착 등의 시각 장
애, 또 이명 · 난청 등의 청각장애가 나타나는 수가 있으므로 세심하게 관찰하고, 이상이
인정된 경우에는 중지한다.

혈액 : 가끔 과립구 감소, 혈소판 감소, 자반, 출혈 경향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수가 있으므
로 세심하게 관찰하고, 이상이 인정된 경우에는 중지한다.

위장 : 때로는 식욕부진, 매스꺼움,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수가 있다.

기타 : 두통, 현훈이 나타나는 수가 있다.
- [의약품부작용대사전], P92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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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을 맞이한 오늘날도 해마다 2억5천만명이 말라리아 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있다. 그리
고 이중 100분의 1이 사망한다. 즉, 말라리아에 걸린다고 다 죽는 건 아니다. 또한 최근까
지 서구국가에서는 전통적인 말라리아 치료제를 한국의 홍삼처럼 독점으로 재배했던 역사가
있다.

다시 말해서 전통적인 치료방법으로도 굉장한 독성을 포함한 엄청난 부작용 없이 충분히 효
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것을 과학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한다면, 홍삼
복용만으로 충분히 건강 증진을 할 수 있는데 이건 비과학적이고, 홍삼의 화학분자식으로
대량 제조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는- 약물이야말로 진정한 과학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똑
같은 얼간이 논리다.

정리해보자.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며 그래서 생명을 앗아가는 건 따지고 보면 예방할 수
있으며 치료 가능한 것들이다. 최대 사망자를 내는 요인별로 본다면 말라리아 사망률은 산
업재해 사망률에 못 미친다. 그리고 산업재해 사망률은 자살율에 못 미친다. 그리고 단일
사건 사망률로는 자살은 전쟁이나 인종청소의 사망률에 못 미친다.

마지막으로 전체적 사망률로 따진다면 전쟁이나 인종청소마저도 영양결핍에 의한 직접 사망
률 혹은 영양결핍에 의한 면역력 파괴로 말미암은 간접 질병 사망률의 발끝에도 못 미친다.
큰 사망률을 내는 것만 예방할 수 있다면 점진적으로 다른 요인별 사망률도 크게 감소시킬
수 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우리는 요구는 간단하고 명확해야 한다. 극심한 빈곤과 환경파괴 및 오염, 만성적인
실업에 시달리는 제3세계 노동 대중에게 빵과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고, 처리할 수 있는
상하수도관과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에이즈의 정체이기 때문이다. 후천성면
역부전증후군이란 이 세 가지 현상에서 빚어지는 자본주의의 선천성 재앙이다. 잊지 말기
를. 인간을 인간으로 살 수 있게 하는 건 인간만이 용기와 연대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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