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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10/29(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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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 에이즈 공포증자와의 대화
수필] 에이즈 공포증자와의 대화
지네에게 개미가 물었습니다.
“너는 다리가 많은데 어떻게 꼬이지 않고 걸을 수 있지?”
개미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자신이 어떻게 걸을 수 있는지를 생각하던 지네는
혼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 뒤 지네는 다리가 꼬여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되었다는.
자연스러운 건 모든 생물 본연의 모습입니다.
새는 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어도 하늘을 날고,
두더지는 땅을 파는 걸 배운 적이 없어도 땅을 팝니다.
또 거미는 어떻습니까.
건축가들은 거미의 집이 세상에서 가장 정교하고 뛰어난 건출기술이라고 감탄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어도 흑인이나 백인, 황인 등 피부색깔을 떠나
누구나 사랑할 줄 압니다.
또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는 방법을 압니다.
아름다워지는 것들, 즉 화장이나 옷을 입는 것 등 미에 대한 문화는
너무나 많이 왜곡되어 있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연스러운 현상이 왜곡된다면,
그 왜곡이 내부와 외부의 충돌 속에서 빚어낸 혼란감이라면
1분 1초도 안 되어 우리는 우울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지네처럼.
고대 그리스인들이 명명한 우울증은
시대에 따라 권태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지만
오늘날에는 정신병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우울증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죽이는 연구가 진행 중이고요.
황당하지요.
사실 인간에게 우울증은 생체 패턴이기도 합니다.
바이오 리듬에 관한 연구는 이 부분에 관한 뛰어난 지적 재산입니다.
혹은 생리가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생리로 인한 우울증으로 상습 절도를 하던 주부에 대한 판결이 이를 반증합니다.
판사는 집행유예 선고를 했지요.
어떤 사람은 자신의 열등한 부분 때문에 우울증이 일어납니다.
그런 열등한 부분은 축복일 수 있습니다.
못하는 게 있다면 잘하는 게 있을 것이며,
못하는 것은 아직 개발이 덜 되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삶이 계속 실패한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단순히 돈이나 기술, 재능의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를 극복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삶의 습관적인 태도가
진짜 원인입니다.
프로크루스틴의 침대 이야기를 아십니까.
프로크루스틴은 길 가던 나그네를 납치하던 악명 높은 강도인데,
침대의 길이에 맞춰 나그네의 몸을 늘이거나 잘랐답니다.
그 강도가 실재한다면,
바로 당신이 프로크루스틴입니다.
다른 사람과 자기(침대)를 비교하여 자신의 몸을 늘였으며,
또 다른 사람이 침대보다 작다면 자르고 모욕하고 정신적 고통을 주었습니다.
어느 쪽이나 당신에게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고통에 익숙하겠지요.
비관은 삶의 일부분입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초라한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함께 술을 마시거나, 분위기 좋은 찻집에서 대화를 나눌 때면
그토록 눈이 반짝이던 사람들이
중력보다 더 무거운 영혼의 소유자입니다.
너무 엄숙하고, 잘난 체 하는 우리는
악마의 화신인 루시퍼보다 더 깜깜한 어둠의 왕자였던 것입니다.
루시퍼는 샛별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는 이카루스의 날개처럼 가장 높은 곳으로 오르려 했으나
그만 아래로 떨어져 어둠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당신이 삶의 방향을 잘못 잡고 있을 때
수렁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입니다.
댐 전문가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댐은 없다고 말합니다.
물은 아래로 흘러가기 위해
아무리 작고 사소한 빈틈이라도 찾아낼 것이며,
시간이 흘러 댐은 무너지게 됩니다.
물의 흐름이야말로 자연스러움의 상징입니다.
흐르는 강물을 지긋히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도 그렇게 살고 싶은 겁니다.
사랑의 아픔이 있다고 할지라도 누구나 사랑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자주 핑계를 댑니다.
이제 결심을 해야 할 때가 되었는데
‘아직은 때가 아니야.’, ‘잘 모르겠어’ 등등.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이 지금 헤어지고자 하는데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을 위해 결심하기는커녕
‘아직은 헤어질 때가 아니야’라고 말하려고 하겠습니까?
아니면, 그 혹은 그녀의 엉덩이를 먼저 걷어차겠습니까?
우리모임에서 극심한 에이즈 공포로 인해 삶의 괴로움을 호소하는 사람은
멋있는 사람입니다.
내면에 있는 삶의 좌표를 제대로 읽은 사람이지요.
문제를 풀고, 해결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그 혹은 그녀에게 남은 건 결심 뿐입니다.
핑계를 대지 않는 것!
이것은 자신을 둘러 싼 댐을 무너 뜨리고,
미래를 향한 나만의 상상과 믿음을 실현하는 가장 큰 힘입니다.
에이즈 이데올로기로 인해 삶이 심각하게 우울했다고 하더라도
이건 생리 현상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아이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자궁에서 피를 흘려야 하듯이
행복을 창조하려면 마음에서 피를 흘려야 합니다.
의사들은 에이즈 공포증을 정신병이라고 정의내립니다.
그렇다면, 절벽을 타는 사람들도 정신병자일까요?
위험천만하고,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 있지만 절벽 위에는 아무 것도 없는데.
낚시꾼은 또 어떻고요.
먹지도 않을 물고기를 잡으려고 허구한날 찌를 바라보며
단 한 번의 찬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하지만 이 사회는 절벽 타는 사람은 모험을 즐기는 스포츠맨이라고 하면서
에이즈 공포증자는 미친 사람인양 봅니다.
무의미한 일은 없습니다.
땅에 굴러 다니는 돌멩이도 제 역할을 못 찾았을 뿐
하나같이 쓸모가 있습니다.
에이즈 공포증은 이 사회의 제약회사, 정치권력이 불러 일으킨 것이지만,
이 공포를 받아들인 당신은 지금 환경에 창조적으로 적응할 능력이 있습니다.
우리는 의미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며,
에이즈 공포증을 가진 이 순간도 의미있는 일인 까닭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 의미는 비관, 슬픔, 괴로움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뭐라고요?
해석입니다.
당신은 자기 운명의 평론가이며,
가장 뛰어난 논설 해원입니다.
하지만 에이즈 공포증을 받아들이고 지속하는 당신은 별로 우아하지 않습니다.
같이 잠을 잔 여성이나 남성을 비난하고 있지는 않나요?
쓸데없는 망상으로!
섹스는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뛰어나고 훌륭한 대화 방식입니다.
그것은 교류입니다.
마음의 대화를 단절한 것은 바로 당신입니다.
에이즈 공포에서 무조건 벗어나야 한다고
자신을 채찍질하지 마십시오.
자기에게 정말 실망할 것입니다.
고통만 더 커집니다.
HIV 검사는 영원한 포비아로 만듭니다.
대화는 인간의 본성이고,
섹스는 우주적으로 확장된 대화인데
당신은 영원히 대화를 하지 않고 살 생각이 아니잖습니까.
입밖으로 소리를 내야지만 말이 된다면
헨렌 겔러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할 것입니다.
희귀 동물인양 동물원에 박제되어 있겠지요.
과학적 출처를 신뢰하십시오.
종교는 신의 내면을,
과학은 신의 외면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바로 신의 일부이기에 과학적 출처를 알아야 하며.
에이즈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는 건
자기 자신의 외부를 알게 된다는 겁니다.
예쁘게 화장을 하고,
멋있게 옷을 입는 것 등 자신의 외부를 꾸미는 것처럼
과학을 공부하십시오.
책을 읽으십시오.
<에이즈는 없다>를 읽고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어도
이를 훌륭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 모임에.
앞으로 당신이 그런 멋있는 사람이 되어 있겠지요.
누구에게나 활기와 용기가 넘치는 행복한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을 맞기 위해 지금 노력하십시오.
용기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음이 통하면 저절로 생기는 것입니다.
우리 모임이 존재하는 이유는
용기가 없는 당신을 위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용기가 필요한 당신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마음이 통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어디에 있든 우리는 당신을 잡고 있을 것입니다.
몸과 마음이 쇳덩어리가 같이 무거워서 쓰러지려는 당신이
용기를 낼 적당한 때를 기다리며.
당신이 누군가를 지극히 사랑해봤다면,
지금 이 글을 쓰는 사람의, 우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절망을 극복하고 다시 살 수 있는
희망의 신념을 열
황금 열쇠를
공유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에이즈는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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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를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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