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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29(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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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국정감사와 에이즈
멍청한 국정감사와 에이즈
이번 국정감사 중에 있었던 재미있던 사건은 뭐니해도 국회의원들의 집단 식중독과 HIV 양성인의 수에 관한 어리버리한 셈법일 것이다. 앞의 사건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발생했다. 국회의원들은 올 여름 내내 기승을 부린 식중독 사건에 대해 집중적으로 따졌는데, 국감이 끝난 뒤 식당에서 회를 먹은 국회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식중독에 걸려 설사를 했던 그것. 꾸르륵거리는 배를 움켜잡고 화장실을 들락거렸을 국회의원들.^^
이들 국회의원들은 잘 몰랐겠지만, 식중독 이외에 오랫동안 화장실에 앉아 있게 만든 진짜 이유는 양변기의 특이한 모양 때문이다. 자본주의 역사상 최악의 발명품으로 손꼽히는 양변기는 항문의 괄약근에 힘을 줄 수 없게 하여 쉽게 변을 볼 수 없도록 한다. 남한에는 변비 환자가 가을 낙엽처럼 즐비한데, 근본적인 이유는 섬유질이 부족한 인스턴트 음식 남용과 함께 현대 문화의 상징으로 둔갑되어 화장실을 장식하고 있는 양변기 덕분이다.
(양변기를 사용할 때 시원하게 뒷일을 치루고 싶은 사람은 괄약근에 힘을 줄 때 기미년 3.1 독립 운동을 할 때처럼 만세 동작을 해보라. 팔의 근육이 당겨짐으로 인해 괄약근에 힘을 줄 수 있다. 외국에서는 변비 없애는 방법으로 많이 애용하고 있다.)
말 나온 김에 화장실에 관한 이야기를 더 해보자. 화장실 모양은 동양식과 서양식이 다르다. 서양식은 칸막이 입구 아래 부분이 잘려져 있어서 볼일 보는 사람의 발을 볼 수 있으며, 동양식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식은 칸막이 자체가 아예 없어 옆 사람의 똥 떨어지는 소리도 듣고 즐길 수 있다.
서양식이 그렇게 생겨 먹은 이유는 딸딸이를 못 치게 하려고 고안한 것이다. 서양식의 뿌리인 영국에서는 딸딸이가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오염시켜 싸가지 없이 정부에 반항하게 만든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들에게는 매일 담배 3대를 피도록 강요했다. 당시 의학적 소견에 따르면, 담배가 인간의 육체와 정신 건강에 매우 이로웠기에. (담배를 안 피운 학생은 선생에게 매질을 당했다.)
중국은 더 심했다. 혼자 칸막이 화장실에 있으면 반정부 성향이 생긴다고 하여 화장실에서 칸막이를 모두 걷어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화장실에 대한 왕실의 대책은 중국 고유의 미풍양속이 되고 말았다.
남한에도 1980년대에 대학가 화장실에 갈겨진 낙서 문화가 국민적 인기를 얻은 바 있는데, 오늘날까지 변치 않는 유일한 공통 메뉴는 “국회의원 병신”이다.
사실 내게 이 글을 쓸 생각이 들게 한 것도 화장실이었다. 고질적인 신경성 변비와 치질로 인해 화장실에 갈 때마다 책을 한 권 들고 가는 습관이 있던 나는 오늘 마이클 무어가 쓴 [멍청한 백인들]이라는 책을 두 번째 읽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멍청한 사람은 백인만 있는 게 아니잖는가.
노동자들의 임금은 깍이고, 실업자는 크게 늘어나는데 자기들의 월급은 스스로 인상해버린 작자들. 영어는 커녕 산수도 못하는 게 무슨 용가리 통뼈라고 외국 연수를 다니는 작자들. 태평양 건너 큰 형님이 이라크에서 개작두를 들고 설치는데 따라가서 피 묻은 떡고물이라도 얻어먹으려는 작자들. IMF 이후 국민 소득은 떨어졌는데, 알고보니 자기들은 실속 다 차리고 재산은 2-3배 늘어난 작자들. 아직도 패싸움을 즐기는 그 작자들.
나는 이 글에서 그 작자들에게 산수가 뭔지 가르쳐주려고 팔 걷어부치고 친히 나섰다.
국내 체류 외국인 중 HIV 양성인이 최소 3000명이라고?
사람을 한 두 명 죽이는 살인이지만, 떼거지로 죽여버리면 ‘통계’라는 말이 있다. 조금은 수긍이 간다. 미군은 베트남에게 300만명을 죽였고, 독일군은 아우슈비츠에서 600만명을 죽였고, 스탈린의 반혁명군은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3,000만명을 죽였다.
자, 이제부터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가를 예측하는 통계 기법을 공개하겠다. 소련의 경우에는 전체 식량 및 공산품의 소비율을 전제하여 인구의 감소율을 계산하였다. 이렇게, 저렇게 통빡을 굴려보니 약 3,000만명 어치가 축소되었고, 그래서 스탈린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통계를 낼 수 있었다.
베트남과 아우슈비츠는 이런 계산법과는 조금 다르고 그래서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었지만, 분명한 건 베트남에서 죽은 양민은 300만명 이상이라는 것이다. 예전에 북한에서 떠든 ‘불바다 전술’은 사실 미국이 베트남에서 저지른 ‘다 죽여. 불 바다로 만들어서! 전술’이기 때문이다. 미 군정 당시 제주도민의 1/4를 몰살한 군사 전략은 정말로 <다 죽여>였다.
그런데 이번 국감에서 국회의원 나리들이 위와 같은 황당하지만, 세포가 마구 떨리는 셈법을 한 게 아닌가. 지난 10월 1일 보도된 기사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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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의 `황당한` 셈법
[속보, 정치] 2003년 10월 01일 (수) 12:03
지난 30일 오전 국내 체류 외국인 중 에이즈감염자 최소 3000명이란 제목의 쇼킹한 국정감사 질의자료가 기자에게 들어왔다. 한나라당 이원형 의원실에서다. 확인 전화를 했다.
기자:산출근거가 뭐죠? 의원실:국내 거주 외국인은 모두 60여만명인데 합법체류자는 빼고 불법체류자 30만명에 0.1을 곱했다. 0.1은 국제기구(UNAIDS) 가 발표한 각국의 에이즈유병률(동아시아 0.1%~남아프리카 8.8%) 중 최소치이다. 합법체류자는 에이즈안전자로 잡고 최소로 셈해도 3000명이다.
기자:(산출방식의 적정성은 일단 접고)30만×0.1은 300인데요?
의원실:아 그런가요? 미안합니다. 급히 만드느라 그만….
석간신문 마감 5분여 전, 그 의원실에서 전화가 왔다. 셈은 틀렸지만 우리는 그대로 갑니다. 통상 에이즈관련 통계는 실제치의 10분의 1수준이므로 300에 다시 10을 곱하면 3000입니다. 황당했다. 그런 셈법이라면 내국인중 에이즈감염자가 최소 수만 명이라는 얘기도 가능한데 책임질 수 있느냐. 에이즈 감염여부에 합법체류 여부가 왜 중요해서 불법체류자만 셈에 넣느냐. 연전에 서울 S대에 영어교수로 있던 영국 출신 합법체류 외국인이 동성 애자간 고발사건으로 강제출국된 사실도 모르느냐고 물었다.
흐지부지한 대답이 돌아왔다.
보건원에 확인전화를 했다. 모 의원실에서 이런 셈을 했는데 맞느냐?그건 단순 방정식일 뿐이죠. 질병유병률이나 감염자 산출방식은 훨씬 정교하고, 또 정교해야 합니다. 에이즈감염률 같은 민감한 소재를, 그것도 기본적 ꡐ산수ꡑ도 틀려가면서 자료를 만들어 배포한 뒤 아니면 말고…식으로 빠지는 무책임한 자세가 올 국감에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그 런 질의는 해당 의원 개인의 명예는 물론이고, 무용론이 끊이지 않는 국정감사의 최소한의 권위마저 추락시킨다는 것을 왜 모를까.
...
이 기사에서 드러난 웃기는 사실 중에는 이원형 의원이 산수를 잘 못하거나, 산수를 할 줄 모르는 보좌관을 옆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질의서야 보좌관이 준비하니까 의원은 대충 읽었을 것이고 문제점은 파악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뭐, 그 정도는 이해한다. 그런데 의원실에서는 다시 한 번 강변한다. “통상 에이즈 관련 통계는 실제치의 10분의 1수준”이라고!
좆까.
이원형 의원실에서 주장한 것은 WHO(세계보건기구)에서 헛날리고 있는 주장을 답습한 것이다. 이를 테면, WHO는 각 회원국으로부터 질병에 대한 통계를 요구한다. 그런데 회원국에서 발송한 통계치가 실제와는 너무 다른 게 아닌가. 그럴 수밖에. 말라리아, 결핵 등 이른바 전염병으로 알려진 질병에 걸린 사람들이 많다고 곧이 곧대로 말하면, 대외신인도 및 경제 성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는 걸 윗대가리들이 모를 리 없다. 그래서 통계 수치를 조작한다.
WHO에서는 고심 끝에 회원국에서 보낸 통계 수치에 곱하기 10을 하기로 작정했다. 얼추 비슷한 추정치가 나온다고 계산한 것이다. 그리고 의원실은 이 부분을 이용하여 엉터리 산수 실력을 감추려고 했던 셈이다.
그런데 정말 웃기는 건 이원형 의원실이 가진 에이즈에 관한 마인드에 있다. 남한에서 졸라 착취당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추방당하지 않고 먹고 살 수 있을 건지를 목숨 걸고 고민하는 외국인 노동자(불법 체류자)를 모두 잠재적 HIV 양성인으로 보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이들 중 10%는 모두 HIV 양성인이다. 결국 이원형 의원 덕분에 외국인 노동자들은 섹스할 수 있는 자유도 박탈당했다. 요즘 미아리에는 “동남아 외국인은 출입 금지”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 (오해하지 말기를. 나도 신문에서 본 것이다.)
어쨌든, 이원형 의원실의 말대로라면 동남아인들은 에이즈의 천국인데 사실이 그러할까? 남한에 오는 외국인 노동자는 보통 방글라데시아, 터키, 필리핀, 중국 등인데 이들로 인해 에이즈 문제를 안고 있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외국인 노동자가 가장 많은 일본, 대만, 홍콩 등 어느 나라에서도 에이즈가 쟁점이 된 적은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무슨 근거로?
인종 차별이 그것이다. ‘너는 피부가 까맣고 냄새도 좀 나니까 가까이 오지마’와 다를 바 없다. 예컨대, 흑백 인종 차별에 불을 지른 미국의 KKK단도 말로는 “평등한 사회 구축”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이들의 평등은 백인만의 평등이었다. 남한의 국회의원이 조금 다르다면 자신이 백인이 아니라는 것 뿐이다.
그리고 이원형 의원실의 산수 논리대로라면, 남한의 인구 중 10%는 HIV 양성인이어야 한다. 아닌가! 그래, 아닐 수 있겠다. 이들이 문제삼은 건 불법 체류자이기에. 즉, 합법적 체류자는 예외였다. 그렇다면, 남한의 인구는 17세가 되면 모두 주민등록증에 지문을 찍고, 매년 알게 모르게 HIV 검사를 받으니까 걱정할 게 없다는 말이다. 참, 대가리 굴린다. 차라리 나를 보좌관으로 고용하길 바란다. 국립보건원을 박살낸다면 공짜로 일할 수 있으니까.
원론적인 의미에서 산수란 사고능력과 처리능력을 키우는 계산을 의미한다. 1과 2는 별개의 숫자가 아니다. 하지만 2가 되기 위해서는 1이 2개가 있다는 걸 증명하거나, 어떤 방식이든 수의 총합이 2가 된다는 걸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이원형 의원실은 불법 체류 노동자가 모두 잠재적 HIV 양성인이라고 간주했음으로 그는 애당초 1이 2개 있다는 것조차 증명하지 못했다. 이것은 산수의 가장 기본적 오류다. 이걸 보고 국립보건원도 황당했던 것이다.
문제는 이원형 의원실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더 근본적인 건 국립보건원에게 있다. 그 동안 얼마나 엉터리로 에이즈 통계를 냈길래 개나 소나 따라하는가. 기자의 질문에 대해 국립보건원은 이렇게 대답했다. “질병유병률이나 감염자 산출방식은 훨씬 정교하고, 또 정교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나는 묻는다. 당신들의 산출방식을 혹은 공식을 공개하라고. 자살하거나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도 모두 ‘에이즈 사망’으로 둔갑시키는 희한한 산출방식은 익숙하게 잘 아니까, 좀 그럴 듯한 산출방식을 알고 싶다.
나는 그게 너무 궁금해서 국립보건원에 수차례 문의하다 못해 정보공개 신청까지 했지만 당신들은 절대로 알려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는 걸 상기시킨다. 산출방식이 밀교의 비밀 의식이라도 되는가? 공중 부양하는 방식을 가르쳐달라는 게 아니니, 당신들이 배운 데로, 써먹는 데로 공개하라. 정교는 무슨 정교...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알 권리도 억압하면서! (국립보건원의 담당자와 전화 통화를 해보니, 당신들은 에이즈에 관한 내부 통계도 없다고 하던데, 어떻게 산출방식이 있다고 주장하는가!)
에이즈에 대한 국감의 시나리오는 이렇듯 웃을 수 없는 에피소드로 그쳤다. 이원형 의원과 국립보건원의 유머는 21세기가 시작될 무렵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 얼마나 어두운지 너무나 잘 보였주었으며, 무능함은 무식함에서 비롯된다는 것도 직설적으로 반증한 사건이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HIV 양성인은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정보 은폐로 인해 고통받고 있으며, 이 고통이 끝나는 날까지 우리 모임이 존재해야 된다는 걸 생각하니 내 가슴도 답답하다. 이번 기회에 의원실에 계산기를 보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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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를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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