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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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31(수)
에이즈에 대한 과학적 범죄의 슬픔, 실미도  

에이즈에 대한 과학적 범죄의 슬픔, 실미도


최근 협박과 관계된 두 건의 사건을 읽고 보았다. 한 건은 "치료비가 없다. 돈을 입금시키
지 않으면 에이즈를 퍼뜨리겠다."는 괴편지였고, 다른 한 건은 1971년 서울 대방동 유한양
행 앞에서 전원 자폭한 실미도 대북 간첩 요원들의 진상을 다룬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였
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협박에만 있지 않다. 국가에 의해 '인권'이 유린된 사람들에 관한 이
야기였으며 또한 간첩과 에이즈라는 '편견'에 휩싸여 있었던 동시에 '이름도 없고 존재도 없
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것이었기에 유독 관심을 끌었다. 다시 한 번 열거하자면, 협박 · 인
권 · 편견 · 실존이 씨줄날줄로 뒤엉켜 있다고나 할까나.

실미도와 함께 연상되지 않았다면 에이즈에 대한 괴편지는 관심을 끌 주제가 아니었다. 고
작해야 "에이즈 광풍이 몰아친다"고 협박과 구분되지 않는 헛소리를 하는 에이즈 예방단체
에서나 홀낏 신경을 쓸 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역설적이지만 그런 사람은 많이 보았다. 이
세상에 제정신이 없는 사람들이 한 두 명일까. 이들은 하나같이 편견을 이용해서 자기 잇속
이나 챙기려는 부류일 뿐이다. 언론에 보도까지 된 것은 단지 '에이즈'라는 단어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흥미를 채우기로는 오징어 땅콩 이상으로 만점이다. 이를테면, 강남의 부유층 학
생들을 죽여버리겠다는 괴편지처럼.

[실미도]를 감상하며 가장 많이 뇌수를 자극한 것은 32년만에 밝혀진 '진실', 바로 이것이
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빨갱이들의 소행이라고 오도되었고, 도민의 1/3이 전원 학살당했
던 제주 4.3 항쟁이 약간 명예회복을 받았던 일대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승만과 미군
정이 저지른 작전명 <다 죽여>를 현 대통령 노무현이 제주도 도민들에게 사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사과는 문자 그래도 촌극일 따름이다. 도민들을 학살한 자들에 대한 처벌
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계획적인 대량 민간인 학살은 반인륜범죄로서 공소시효가 없는 국제
법상의 범죄이며, 이것은 늬른베르크 원칙이다. 그 예로서, 독일은 오늘날도 여전히 남미로
도주한 나치 잔당을 체포하는데 정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무현은 미국의 부시 정권으로부터
사과를 받아내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애당초 그럴 마음이 없었다. 그 이유는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에서 비롯된다.
일본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패전국이었지만, 미국은 이 패전국이 점유한 식민지 국가
인 남한을 차지하여 식민지화하였다가, 이후 신식민지로 풀어놓은 다음 지금은 미국과 어깨
를 같이 하는 준제국주의 공업국가로 일으켜세웠다. 게다가 현 군 수뇌부를 비롯해 지배계
급의 거의 전부가 친미파다. 따라서 작전권을 가진 미국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외교적인
사과를 받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지금까지 설명된 이것이 실미도 사건이 일어나기 전후의 한미 정세이다. 그리고 1971년 미
국의 손아귀에 의해 긴장관계가 형성되었던 남북한 대치 상황에서 '박정희의 목을 따라'는
명령을 받은 북한 대남 특수 간첩 31명(209파견대)이 청와대 뒷산인 인왕산까지 숨어 들었
고, 이에 놀란 박정희가 긴급하게 급조한 외인부대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684부대였다. 4년
후 '실미도 난동 사건'으로 규정된 이 비극의 씨앗은 인천 앞 무인도였던 실미도에 심어졌
다.

이들 31명은 주민등록번호가 말소된 인간 쓰레기였다. 사형수와 깡패들 혹은 미래를 보장한
다는 꾀임에 넘아가 온 사람들이 전부였고, 684 부대의 목적은 김일성의 목을 따르는 것이
되었다. HIV 양성인은 그나마 다행이다. 주민등록번호가 있으며, 이 번호를 관리하며 호구
하는 공무원이 있다. 물론, 우리에게는 미래의 보장이 없으며, 김일성 목을 따는 대신 10년
뒤에 죽는다고 동정하는 찬송가 소리(또는 염불 소리)만 들린다.

하지만 684부대와 HIV 양성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거의 비슷하다. '인간 병기' 그러니까,
어떤 멍청이가 "에이즈를 퍼뜨린다."는 말도 안 되는 막 되먹은 주장을 하는 것이다. 우리로
서는 우습다. 어떤 식으로 결핵, 폐렴, 말라리아, 자궁경부암을 퍼뜨리겠다는 건지.

아무튼 실미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31명의 피나는 투쟁이 벌어졌다. 살기 위해서는 동료도
죽여야 했으며, 훈련 도중 힘이 빠져 죽어가는 동료를 구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말이 훈련
이지, 뒤에는 총을 든 기간병이 쫒아오는 실전이었다. 이와 같이 '존재성이 없는 사람'이 훈
련과 실전을 구분한다는 건 의미가 없다. 한 시간의 삶도 죽음의 공포와 직결되어 있다.

한국의 HIV 양성인들, 이들은 HIV 양성 판정을 받고 난 뒤 비로소 삶이 실전이었음을 깨달
았던 몇 안 되는 사람들이다. 비록 망상에 불과하지만 죽음의 공포는 실제로 세포의 죽음을
불러 일으켰고, 고통(고통과 통증은 서로 다른 차원이다)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HIV 양성
인 중 1/3은 자살을 선택했으니까.

하지만 실미도에서는 자살마저 용납되지 않았다. 또한 우리 모두 인간 병기가 될 수 있음을
실미도는 보여주었다. 대부분 시간을 어수룩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불과 40여 일만에 단독으
로 김일성궁으로 쳐들어갈 만큼 용기있고 실력 있으며 잔인한 존재로 되살아났다는 것만 봐
도 인간의 잠재성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뭐든 되고자 한다면 정말 그렇게 된다는 걸 의미
한다. HIV 양성인이 삶의 주체를 포기한다면 그가 대기업 간부였던 뭐였든 불과 40일만에
노숙자가 될 수 있으며, 삶을 되찾고 과학적 진실을 깨닫고자 할 때 40일이면 충분히, 완벽
히 자주적인 인간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실미도의 불행한 존재들은 결국 김일성 목을 따지 못했다. 당시 그들이 김일성 목을 땄다면
지금 우리는 없을 지도 모른다. 또다시 전쟁이 벌어졌을 테니까. 박정희의 화풀이 때문에
병기로 만들어진 그들은 눈엣가시로 전락하고 말았으며, 지금의 국정원인 중앙정보부에서는
이들을 모두 몰살시키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684 부대 훈련병들은 단 10분만에 기간
병을 제압하고 실미도를 손에 넣는다.

분노로 가득찬 684 부대 훈련병들. 이들에게는 저마다 삶의 내력이 있으며 쥐톨만큼의 행
복이라도 누리고 싶었다. 섹스하거나 담배를 필 행복이라도. 하지만 이들은 비록 살아남기
위해 뿔뿔이 흩어진다고 해서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라는 걸 동물적 본능처럼 느꼈다. 이
용만 하다가 필요가 없어지자 죽이라고 명령을 내린 청와대를 향해 달려갔다. 누가 선동한
것도 아닌데. 뼛 속 깊이 새겨진 한을 풀고 싶었던 것이다. 나중에 완전히 산산조각나는 한
점 핏덩이가 될 한을 풀고자.

684 부대 훈련병들은 박정희의 노예로 키워져 대방동에서 자폭했을 때 비로소 인간의 신성
한 존엄성을 지킬 수 있었다. HIV 양성인이 자살하는 이유 역시 이들 훈련병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이 사회는 박정희 군사체제이든, 그나마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체제이든 간에
HIV 양성인을 위협하고 폭행하고 좌절에 몰아넣는 야만적인 토끼몰이는 여전하다.

공무원에게 총을 쥐어주었다면 HIV 양성인을 쏴 버렸을 지도 모른다. 2002년 HIV 양성인 K
씨의 손목에 수갑을 채운 김해시 보건소 공무원들처럼. 세계일보의 모 논설위원은 더 나아
가 전자칩을 이식하자고 선동하지 않는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전자칩이 활성화되어 있는
데, 사람이 아닌 동물에게 이식하고 있다. 'HIV 양성인 = 동물', 이것이 현실이다.

우리에게는 본성이 있다. 이 본성을 어떤 방향으로 발달시키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변한다.
그런데 아주 많은 사람들이 영혼의 본성, 인간적이라고 할 본성을 동물적 본성으로 발달시
키고 있다. '누가 싸움을 잘 하냐, 누가 영어를 잘 하냐, 누가 학교를 오래 다녔냐.' 등등.

인생이란 게 고작 이것이 전부인가. 싸움 기술이야 684부대 훈련생처럼 4개월만 피터지게
익혀도 누구 한 명 곤죽으로 만들 수 있고, 영어 정도야 1년만 열심히 공부하면 영자신문을
읽을 수 있으며, 학교야 약간의 인내심과 돈만 있으면 해결되지 않는가.

우리에게 본성이란 가치관을 가리킨다. HIV 양성 반응에 대한 가치관 그리고 HIV/AID$에
대한 가치관 등등. 이것은 동물적 본성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HIV 양성인에게
깡패처럼 싸움을 잘 하라고 권유하거나, 외판사원처럼 영어를 잘 하라고 독촉하지 않는다.
우리의 바램은 단 하나 뿐이다. HIV 양성인들이 잘 먹고 잘 살기를 바란다는 그것. 잘 먹어
서 매직 존슨처럼 다시 음성 판정을 받고, 잘 살아서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은 태고 이래 변
치않는 이타적인 마음이다. 이해하는가. 당신이 동성애자든, 양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우리에
게 그건 아무 상관이 없다.

그리고 우리 모임에서 주장하고 있는 반체제 에이즈 과학자들의 공정하고 과학적인 연구 및
견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최초이자 최후의 바램이다. 인간의 말과 행동은 모두 정치
적이며 이것은 인식하든 안 하든 이론에 의한 것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당신이 HIV 양성
인이거나 에이즈 공포증을 가진 사람이라면 에이즈 학계에서 주장되는 모든 주장에 대해 열
린 마음을 갖고 하나 하나 따져보는 솔로몬의 지혜를 가져야 응당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즉, 우리는 당신이 뇌를 사용해주기를 기대하며, 과학적 진실을 통해 용기와 힘을 갖기를
바란다.

수류탄을 까고 그 위에 배를 덮는 684부대 훈련병들의 끔찍한 죽음을 상징하는 건 '펑' 소
리였다. 그리고 HIV 양성인의 끔찍한 죽음을 상징하는 건 '꺽' 소리다. 펑 소리가 나든 꺽
소리가 나든 이것이 현대사의 비밀이다. 전자는 남북 긴장 관계 속의 절망이었으며, 후자는
에이즈에 대한 과학적 범죄의 슬픔이다.

이건 에피소드가 아니다. 그래서 혹시 모른다. 32년 후에 제2의 강우석 감독이 나타나 HIV
양성인의 인생을 현대사의 비극으로 다룰지! 그런 의미에서 현대사는 계속되며, 우리의 시
대는 근대사(과학과 인권의 암흑시대)로 남게 될 것이다. 이제 결론을 맺자.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자. 자각을 하여 HIV/AID$ 가설의 중독에서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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