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No, 342
|
정재승 씨의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를 읽고.
제가 쓴 서평입니다. 에이즈에 대해 약간 언급을 합니다. 제미있는 글 읽기가 되기를]
정재승 씨의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를 읽고.
이 책의 소제목은 ‘영화 보기의 새로운 즐거움’이다. 나는 이 소제목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영화의 특성상 일상에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흥미로운 과학적 요소가 빠질 수 없고 또 과학인이 이러한 과학적 요소를 알게 쉽게 풀어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공생관계라고 생각 들기 때문.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영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적극적인 독자의 관점에 설 수밖에 없었다. 영화의 과학적 오류를 찾기 위한 대장정에 떠난 정재승 씨의 여행에 흔쾌히 함께 한 것이다. 또한 정재승 씨의 발길이 닿은 길을 쫓아가는 동안 그가 따라오라고 표시한 길잡이 흔적 속에서 오류의 오류를 발견한 것은 역설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단순히 역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책이라면 흔히 남길 수 있는 신문지 위의 라면 국물 같은 수준이기에. 이를 테면, 성경의 홍해는 원래는 reed sea(갈대의 바다)인데, red sea(붉은 바다)로 잘못 번역했던 것과 비슷한 그 정도.
그 점에서 나는 이 책에서 발견된 몇 가지 사소한 실수를 지적하는 것을 통해 오히려 정재승 씨의 뛰어난 관찰력과 필력을 칭찬하고자 한다.
사소한 실수들
1. P 48.
[딥 임팩트]와 [아마겟돈] 등 소천제와의 충돌을 비평하는 이 부분에서 정재승 씨는 두 가지 실수를 했다. 소천체가 충돌했다고 알려진 시베리아의 지방 이름은 ‘퉁구스카’가 아니라 ‘퉁구스’다.
그리고 퉁구스 대폭발은 아직 진상이 밝혀진 게 아무 것도 없는 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고 봐야 정확하다. 그 이유는 소천체 충돌시 있을 수밖에 없는 움푹 패인 자국과 파괴된 잔해 등 그 어떤 물적 증거가 없기 때문. 또한 기이하게도 퉁구스 지역에는 원자력 발전소 수준의 높은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러시아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해명하기 위해 조사를 하고 있다고 얼마 전 일간 신문에도 보도된 바 있다.
2. P 74.
<비행기에서도 휴대폰 사용이 되나요?>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정재승 씨는 비행기 내 휴대폰 사용이 기기 작동에 장애가 되기에 절대 금물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최근 조사된 연구에서 비행기 내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은 기기 작동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발표되었다. 그리고 이 발표는 일간 신문에도 보도되었다.
3. P 166.
영화 [아웃 블레이크]의 재미를 한층 더하는 이 글에서 정재승 씨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치사율이 높게는 90%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불행히도 그 주장은 가설과 추정에 근거한 것일 뿐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버컬리대 분자 생물학과 교수인 피터 듀스버그 박사는 자신의 논문에서 아프리카에 거주하는 흑인의 90%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타난다고 밝히고 있다. 이것은 아시아인의 70% 수준에서 결핵 양성 반응이 일어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이 같은 현상은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곧 사망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4. P190.
[죽어야 사는 여자]를 다루는 이 글에서 정재승 씨는 인간이 영원히 사는 것이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영원한 삶이 물리학적으로는 불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생물학적으로는 가능하다. 떼어낸 인간의 세포를 실험실에서 장시간 생존(?)시킨 실험이 그것. 이 실험은 실패로 끝났는데, 그 이유는 연구원이 영양물질을 세포에 공급하는 일을 잊어 세포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현상 때문에 두 차례 노벨상을 받았고, 또 분자교정의학의 창시자이기도 한 라이너스 폴링 박사는 “인간이 죽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즉, 인간의 사망은 생물학적인 역설인 것이다.
5. P 199- 207
HIV 양성인의 인권 문제를 다룬 영화 [필라델피아]의 배경인 에이즈의 과학에 접근하는 이 글에서 정재승 씨는 매우 구체적인 현실 인식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불충분함을 남겨놓았다.
(1) 98년도 HIV 검사 오진 사건으로 소송을 건 O민숙 씨 사건을 글 머리에 앞세운 정재승 씨의 글은 다음과 같은 실수가 있다.
- 0민숙 씨는 실의에 빠져 집을 나온 것이 아니라, 매매춘 노동을 하던 중 정기검사에서 HIV 양성 반응을 받은 것이며, 그 이후에도 매매춘 노동을 했었다.
- 보건소에서 검사 결과가 잘못되었다고 0민숙 씨에게 통지를 한 적은 없다. 오히려 보건소에서는 이후 세 차례나 음성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을 은폐한 채 0민숙 씨를 감시하고 있었다.
- 법원의 패소 판결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보건소는 0민숙 씨에게 음성 반응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줄 의무가 없다.’
- 0민숙 씨는 에이즈 단체에서 소개해 준 남성과 동거를 하였고, 이때 실시한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받았다.
(2) 에이즈 판정 검사의 신뢰도가 99.9%라는 주장은 완벽하게 틀렸다. 하버드 의대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에이즈 검사로 알려진 엘리자 검사의 위양성(가짜 양성)율은 90%였다. 즉, 10명 당 9명은 오반응인 것이다. 그리고 확정 검사로 사용되는 웨스턴 블랏 검사와 엘리자 검사의 연관성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오래 전에 웨스턴 블랏 검사를 폐기하였던 것이다.
(3)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 90% 이상의 에이즈 감염자가 산다는 그의 주장은 틀렸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 사는 사람들은 HIV 검사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 이를 ‘에이즈 추정 환자’로 부르는데,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정한 임상적 정의로 판단한다. 에이즈로 추정하는 질병은 말라리아, 결핵, 설사병 등이며 영양실조에 근거한 이 질병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 지역 사람들의 주요 사망 원인이었다. 그것은 HIV와 상관성이 없다.
(4) 에이즈의 주된 질병으로 주장하는 정재승 씨의 ‘카포지 육종’은 미국 CDC(질병 통제센터)에서도 부정하고 있다. 즉, 이 육종은 사실 최음제인 파퍼의 부작용이며, ‘육종 ‘이라고 하기엔 의학적으로 부적절하다. 그리고 이 부작용은 에이즈라고 규정하는 25가지 질병군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일반적으로는 ‘카포시 육종’이라고 번역하고 있다.
(5) “에이즈는 잠복기가 5년 가까이 되기 때문에…”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에이즈 과학자들은 HIV의 잠복기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HIV가 발병한 것을 에이즈라고 부른다. 그리고 5년 잠복기 가설은 1990년대 초반에 제시된 것이다. 지금은 10년설이며, 캐나다에서는 15년설로 본다. 이 또한 모두 가설이다.
(6) “왕년의 스타 록 허드슨의 에이즈 감염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는 틀린 주장이다. 허드슨은 간암에 걸려 사망했으며, 그가 사망한 시점은 1984년 6월이다. 그런데 현재 HIV 진단 검사로 사용되는 엘리자 검사가 개발되어 세상에 발표된 시점이 1984년 4월이다. 허드슨은 단순히 그가 동성애자라는 것 때문에 에이즈에 걸렸다고 추정된 것이다. 이것은 미셀 푸코의 경우에도 같다. 푸코는 1983년에 패혈증으로 사망했는데, 이때는 프랑스의 몽타니에가 HIV라고 추정된 것을 사이언스에 기고했던 시점이다. 푸코 역시 동성애자였다.
(7) “적군(HIV)의 사진을 식별한 첫 사진…”이라고 쓴 부분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 HIV는 분리된 바 없으며, 따라서 전자현미경 사진도 존재하지 않는다. 몽타니에와 갤로는 모두 이 사진을 찍은 바 없으며, 그들이 제시한 사진 역시 리트로바이러스(HIV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 바이러스의 일종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분리와 전자현미경 사진 촬영에 대한 국제적 합의 기준에 못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갤로는 과학적 사기 혐의로 미국 과학윤리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또한 HIV 분리에 대한 논문은 이 세상에 단 한 편도 없다. 이것은 두산 세계 대백과 사전에도 쓰여진 명백한 사실이다.
(8) “약리학자들은 AZT라는 신약을 내놓았다.”고 쓴 것은 사실이 아니다. AZT는 1960년대 영국의 버러우스 웰컴(현 스미스 웰컴사)이 개발했던 항암제로서, 치명적인 독성 때문에 시판되지 못하고 제약회사의 창고에 있던 낡은 독약이었다. 웰컴사가 1993년 프랑스에서 비밀리에 실시한 AZT 임상실험인 콩코드 실험에서 이 약을 복용한 사람의 1/3은 3년 안에 사망했고 나머지는 암에 걸렸다. 그리고 AZT 복용 후 사망한 사람들의 유가족들은 제약회사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하고 있는 중이다.
(9) 정재승 씨가 칭찬하는 프로테아제 억제제 역시 치명적인 독성으로 인해 2001년 세계에이즈대회에서 공식적인 ‘사용 억제’가 합의되었다. 실제로 외국의 HIV 양성인의 70%는 간암으로 사망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프로테아제 억제제 때문인 것으로 증명되고 있다. 또한 프로테아제 억제제를 개발했고 특허권을 갖고 있는 데이비드 라스닉 박사는 96년 입장을 바꾸어 이 약을 사용하는 것과 함께 데이비드 호 박사가 제시했던 칵테일 요법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10) 마지막으로 과학자들이 에이즈를 퍼뜨린 것으로 간주하는 원숭이를 찾았다고 주장한 것 또한 사실과 다르다. 원숭이 실험에서 HIV라고 간주된 혈청을 주사받은 원숭들은 모두 건강했으며 또한 실험 대상 푸른 원숭이들 중에서 단지 1마리만이 HIV의 조상(?)이라고 간주되는 SIV를 발견했다고 합의했던 것이다. 하지만 개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HIV 양성 반응을 일으켰던 사실로 볼 때 차라리 광견병이 HIV의 조상이라고 주장하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그리고 1984년 HIV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갤로는 토끼를 상대로 HIV 혈청 검사를 했으며, 이 자료를 토대로 엘리자 검사 기법을 개발했다. 그렇다면 토끼 역시.^^
6. P 281
단두대를 고안하고 개발한 사람을 프랑스의 의사인 기요틴이라고 한 부분은 틀렸다. 단두대는 프랑스보다 그 이전인 영국에서 사용되고 있던 사형 도구였던 것이 틀림없다는 것이 사학자들의 생각이다. 또한 기요틴은 영국의 이 사형방법이 ‘인간적’이라고 생각하여 프랑스에 도입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프랑스 혁명과 함께 개시된 공포정치로 인해 단두대가 널리 사용되자 마침내 단두대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것이다. 그리고 기요틴은 자신의 이름을 지금까지 알리고 있고.
7. P 304
일본 쇼와덴코 사가 유전자 조작으로 생산한 식품을 먹고 사망한 사건에 대한 서술은 애매하고 부적절하다고 보여진다. 날짜와 희생자 인원 등도 틀렸고. 이렇게 써야 정확하지 않을까?
“유전자 변형 미생물을 이용해 생산한 식품첨가물 트립토판을 쓴 다이어트 식품을 장기간 복용한 37명이 신경장애로 사망한 사건이 1994년 미국에서 일어났다.”
(끝)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