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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는 암흑기? 그건 ‘그들’생각  



[경향신문 2004-11-12 17:15]  

▲민중의 세계사-크리스 하먼|책갈피

흔히 중세를 ‘암흑기’라고 한다. 사람들은 ‘중세=암흑기’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 진짜 그럴까. 이 시기에는 이슬람문명이 출현해 상업과 과학, 수학 등이 크게 발전했다. 중국 송나라에서는 종이, 인쇄술, 화약, 시계, 나침반 등이 발명됐고 아프리카 대륙 곳곳에서 문명이 발흥했다. 중세는 교회권력에 억눌린 유럽인에게만 암흑기일 뿐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유럽보다 우수한 문명이 발달한 시기였다.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인 저자는 서구인의 잣대로 쓰여진 세계역사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동시에 세계사는 권력가나 천재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민 대중의 일상적 투쟁에 의해 발전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사 상식을 여지없이 허문다. 유럽 식민주의자들의 주장대로 아프리카는 야만이 지배하는 ‘암흑의 대륙’일까. 저자는 소위 ‘미개인’들로 이뤄진 무계급 사회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이집트, 누비아, 에티오피아문명 등이 차례로 탄생했음을 상기시킨다.


2차 세계대전이 민주주의 대 파시즘의 대결이라는 공식도 저자에게는 공허하다. 연합국 지도자들의 동기는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처칠은 영국령 이라크 내 쿠르드족에게 독가스를 살포하라고 공군에 명령을 내렸고, 무솔리니를 찬양하기까지 했다. 스탈린은 히틀러와 함께 유럽을 양분, 지배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었다. 루스벨트는 공산주의를 물리친 나치를 찬양했으며,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 같은 반나치 영화를 혐오했다. 저자는 파시즘에 대한 전세계 노동대중들의 투쟁에 의해 승리가 이뤄졌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마르크스의 사관에 충실했다. 생산력이 높아지면서 계급이 분화됐고, 그것이 문명으로 발전케 했다는 것이다. 유럽은 봉건사회를 거쳐 자본주의 사회에 도달했고, 다른 지역 사회도 비슷한 경로로 이동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계급에 초점을 맞춘 저자의 분석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세계사를 서구의 시각에서 벗어나서 바라보려는 사람에게는 유용하다. 할리우드 영화와 서구 언론매체가 전하는 사물과 현상은 그 전제 자체가 서구편향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천경록 옮김. 2만4천원


〈박성휴기자 songhue@kyungh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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