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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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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자발성의 늪에 빠지다
피해여성 생존권 문제 귀기울여야… 탈성매매 법률·의료 지원 시급
월간말 editor@digitalmal.com
글 이정은 기자 jelee@digitalmal.com
사진 허태주 기자 tjheo@digitalmal.com
“업주들에게 폭행, 갈취, 불이익을 당했던 경험, 다들 한 번씩은 있을 거에요. 꼭 이곳이 아니더라도 다른 지역에서라도…. 많죠? 아픈데 강요에 의해 나온 적 없어요? 하루 쉬었다고 욕먹은 적 없습니까? 업주들끼리 싸우다 괜히 나한테 화풀이 한 적 없습니까? 그래도 우리 아가씨들 그런 것 다 참고 떳떳하게 돈 벌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가 범법자 취급을 받아야 합니까. 네? 그 동안 우리가 업주들로부터 받았던 이런 부당한 대우들을 참고 넘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성매매특별법을 만들어 우리를 단속한다고 하는 거예요. 오늘 여러분들을 이 자리에 모이라고 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전국단위의 노동조합을 만들어 이런 문제들을 개선해 갈 것입니다. 그래서 감금도 없고, 갈취도 없는 떳떳한 직업으로 인정받읍시다.”
지난 7일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에 등장해 세상을 당황하게 했던 성매매 피해여성(이하 피해여성)들이 이제는 ‘노동조합’이란 단어를 곱씹고 있다. 지금껏 피해여성들을 강금·착취해 온 (이 자리에 모인 피해여성들 말로는 ‘한다고 알려져 있는 일부’) 업소의 환경을 개선해 성매매를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14일 서울 시내 한 집결지를 취재하던 기자는 마침 60여 명의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모여 자칭 '노동조합'의 건설을 의논한 자리에 동석할 수 있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성매매 업소 종사자 김지연(가명)씨는 이미 전국 집결지에서 이런 형태의 조합이 결성되고 있으며 앞으로 성매매알선등처벌법(이하 성매매처벌법)의 개정은 물론, 업주들의 횡포에 대해서도 조합차원에서 공동 대응할 뜻을 밝혔다.
“오늘 여러분에게 이 모임을 알리는 전화를 하다보니 어떤 분들은 ‘앞으로 일 안 할 거에요’ 하면서 전화를 끊더군요. 나도 그 심정 알아요. 한 번 밖으로 나갈 때는 ‘내가 여기 다시 오나 봐라’하고 큰 소리 치고 나갑니다. 하지만 나가면 또 들어오게 되어 있어요. 안 그래요? 여성단체 가봤자 살면 쪄서 돌아옵니다. 우리가 앉아서 꽃꽂이를 하겠어요. 아니면 한 달에 30, 40만원 주는 미용실 가서 일하겠어요. 이건(성매매 지칭) 어차피 할 수 밖에 없는 일입니다. 지금은 업주들이 우리를 많이 도와준다고 하지만, 앞으로 특별법이 개정되고 나면 안 그러는(돌변하는) 업주들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이런 모임을 만드는 겁니다. 단속을 풀고 부당한 대우를 거부하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자발적이라는 그 힘’과 단결이 필요합니다.”
이들은 성매매를 좋아서 하는 것도 그렇다고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늘 그렇듯이 피해여성과의 일대일 인터뷰는 허락하지 않았다.
감금·갈취를 말하는 두 가지 시선
“우리가 여기 감금돼서 일하는 것처럼 보이세요? 우리 인신매매 돼서 온 거 아닙니다. 대학교 나온 사람도 있고, 직장 다니다 온 사람도 있습니다. 돈이 안되니까, 가진 것 몸밖에 없으니 스스로 찾아와서 떳떳하게 일하고 있는 거에요.”
성매매 피해여성들은 어떤 질문에도 기계적으로 ‘자발적’이며 ‘떳떳하다’는 단어로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들을 강요에 못이겨 성산업에 구속된 ‘피해자’로 규정한 성매매처벌법과 여성단체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 이유는 “우리도 자존심이 있다. 우리가 마치 못 배운 불쌍한 아이들이라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게 가장 기분 나쁘다. 남한테 피해 준 게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 날 모임에서 여성들은 앞으로 업주에게 요구할 ‘개선해야 할 사안’등을 논의했는데 주로 “하루 12시간 일하는 곳도 있고 10시간 일하는 곳도 있는데 이것을 11시간으로 통일할 수 없느냐” “몸이 아픈데도 눈치를 줘 쉬지 못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없느냐” “손님이 준 팁을 업주들이 가져간다” “아직도 방값(피해여성들은 대략 100-200만원 정도의 방값을 따로 지불한다)을 받는 곳이 있다” 등이었다. 이들은 스스로 성산업의 착취 구조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생계를 위해 자발적으로 일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기자를 믿지 못해서인지 어째서인지 대다수의 여성들은 숨을 죽였다. 결국 이날 모임은 “여기서 말을 꺼내면 소문나지 않으란 법이 없으니 업소의 문제점은 전화나 익명 게시판을 이용하자”는 데 의견을 모으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피해여성들간의 모임이 끝이 나자 문 밖에서 기다리던 업주가 등장해 회의를 ‘정리’했고 이 자리에 모인 여성들은 “오늘 도와준 집은 안 다치게 해준다”는 약속을 듣고 뿔뿔이 흩어졌다. 그중 한 여성은 “오히려 요즘엔 업주가 나가라고 해도 스스로 일하겠다고 남아있는 아가씨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과연 그럴까.
2004년 ○월 여성긴급상담전화 1366에 한 피해여성으로부터의 긴급구조 요청이 접수됐다. 사건을 의뢰 받은 성매매 피해여성 자활지원을 위한 '다시함께센터'가 경찰과 함께 해당 집결지의 업소를 방문했지만 업주는 그녀의 감금 사실을 부인하고 나섰다. 결국 경찰과 함께 업소를 수색하고 나서야 방안에 숨겨져 있었던 피해여성을 구출할 수 있었다.
피해여성들의 신고 전화 급증
이렇게 구출된 이현주(가명)씨는 카드 빚 200만원을 갚기 위해 룸싸롱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느 성산업처럼 선불금, 결근비, 지각비 등 각종 벌금으로 1년 후 오히려 빚이 1500만원으로 늘게 됐다. 다시 이 빚을 갚기 위해 옮겨간 ○ 집결지의 상황은 더욱 비참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방 형태의 집결지들은 그 겉모습과 달리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제일 마지막으로 가게 되는, 온갖 착취구조가 중첩된 성산업 현장이라는 것이 그곳을 탈출한 피해여성들의 증언에 의해 밝혀졌다. 실례로 군산 대명동, 개복동 화재 사건이 벌어지기 직전까지도 해당 업소는 수차례 경찰 점검에서 '여기 여성들은 자발적으로 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작은 화재에도 피해여성 모두가 질식사한 것은 ‘화재’가 아니라 ‘감금’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 이현주씨는 집결지에서 오후 5시에 시작해 다음날 7시까지 영업을 강요당했다고 진술했다. 업주는 그의 선불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었고, 몸이 아프다고 하면 일명 ‘주사 이모’를 통해 불법 링거를 맡게 했으며,심지어는 생리 중에도 솜을 끼고 성 구매자를 맞도록 강요받았다. 성매매피해여성 지원을 위한 단체, '새움터'의 김명분 사무부장은 “요즘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강금, 협박, 구타가 전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이 누구에 의해 조사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각 단체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공포되고 있지만 누가 어떤 의도를 갖고 조사했느냐에 따라 달라 그 자체에 신빙성이 제기되고 있지 않은갚라고 말했다.
사실 일부 성매매 피해여성들과의 주장과 달리, 피해여성들의 신고전화는 성매매처벌법 이후 급증하고 있다. 한 예로 경찰청 산하 성매매피해여성긴급지원센터(전국 국번없이 117)은 6월 3일 개소 후부터 9월 23일 성매매처벌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127건에 불과했던 신고전화가 법 시행 이후부터 15일 현재까지, 한 달이 안 되는 사이 461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성매매처벌법 시행이후 피해여성들의 자살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업주들의 주장처럼 “집중단속으로 일자리를 잃은 데다 자기(피해여성)들도 처벌을 받는다고 하니까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며 성매매처벌법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월 2일에도 탈성매매를 준비하던 한 피해여성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여성 박아무씨는 사건 발생 하루 전 '다시함께센터'에 전화를 걸어 업주로부터 “나는 아는 경찰도 많고, 그 경찰들한테 지금 다 손을 써놨다. 네가 아무리 신고해도 소용이 없다”는 협박을 당했다고 하소연했다. 다시함께센터의 조진경 소장은 “새 법에서 강력한 처벌 대상인 업주들의 반발이 피해여성의 입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성을 알선하고 매매하는 일은 명백한 불법이며, 이는 처벌의 대상이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라며 성매매처벌법의 취지를 분명히 했다.
성매매를 둘러싼 위기 담론,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성매매처벌법 시행이 한 달을 채워가면서 '단군이래 처음'이라고 하는 '성매매 업주들의 거리시위'가 벌어지고, 성매매 피해여성이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성매매 합법화'를 요구하자 상당수의 언론과 여론은 이에 편승, 슬그머니 공창제의 필요성을 들먹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남성들의 성욕을 해결할 길이 없다” 결국 “성범죄가 극성을 부릴 것이다”라는 고전적인 래퍼토리에서부터 “그 여성들이 나보다 더 돈을 많이 번다더라” “대학 나와 출퇴근하는 거의 직장이나 마찬가지더라”하는 카더라 통신, “더욱 음성화돼 여성들의 피해가 더 커질 것이다” “여성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닌갚하는 나름대로 '고양이 쥐 생각해주는 식의 대안(?)', 마지막으로 “성매매특별법은 인간의 성욕을 막는 좌파적 발상에서 나온 법”이라는 사상검증까지 등장하는 판이다.
사실 최근의 이러한 논의는 매우 광범위하고 공개적이다.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을 통해서나 수군거리던 류의 이야기들이, 최근 언론을 통해 성매매 업주의 주장이 여과없이 보도되면서 덩달아 성산업을 옹호하는 발언들도 힘을 얻고 있다.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한 정부정책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이란 사람이 국정감사 자리에서 "성매매 특별법 시행으로 결혼 적령기에 있는 18살에서 30살 전후의 성인 남성들이 무려 12년 동안이나 성관계를 가질 기회가 없어져 버려 또 다른 사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발언을 내뱉는 정도가 아닌가. 기자가 취재한 한 집결지의 사무실 간판에는 지난 밤 업주들이 순찰을 돌며 성추행범을 잡아 경찰에 인도했다는 공고가 붙어 있었다. 업주들은 “그것보라”며 앞으로 단속이 계속되면 이런 범죄는 더욱더 극성을 부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과연 이런 문제 의식들이 “누구를 위한 것인갚라는 문제제기가 등장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금옥 정책국장은 “그동안 한국은 남성의 성을 폭넓게 허용하는 사회가 아니었는가. 심지어는 성폭력, 성매매 가해자까지 묵인해 온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그 행위들을 '범죄'로 적극 처벌한다고 하니 그 대상이 되는 남성들의 권위가 흔들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최근 성매매를 둘러싼 근거없는 주장들은 이런 남성의 이중적 허위의식이 여성의 생존권을 내세워 성매매 자체를 합리화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성매매를 하지 말라는 것을 마치 성관계를 하지 말라고 한 것으로 알아듣고 금욕과 연결시키는 등, 교묘하게 남성 중심적인 논리를 유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매매와 성관계 구분 못하는 왜곡된 성문화
현재 여성단체는 성산업에 종사한 여성들이 업주의 알선·매매 행위에서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무려 90%에 이르는 피해여성들이 성산업에서의 탈출을 원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덧붙여 조사과정에서 피해여성들은 "인권을 유린당하면서 생존권을 이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고 덧붙이고 있다. 성매매 없는 세상 '이룸'의 선재씨는 성매매처벌법 시행 이후 신고 전화가 서너배 이상 늘었다며 여전히 많은 피해여성들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업소에서 피해여성이 구조되면 곧 그 업소에 있는 여성들이 한꺼번에 다 나오는 식이다. 여전히 여성단체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홍보가 부족한 상황이라 일부 피해여성들과 여성단체가 대결구도로 묘사되고 있긴 하지만, 일단 이들도 상담소의 연락처를 받아들면 누구, 누구의 소개로 왔다며 찾아오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수년간 성매매 관련 상담을 계속해 온 상담원들은 성매매 근절 이후 성범죄가 급증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에 대해 "한국은 이미 OECD 가입 국가 중 성폭력 사건 발생률이 1위다. 오히려 성산업이 축소된 나라일수록 성범죄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쾌락이나 욕구를 위해 여성을 대상화하는 성매매의 경험이 성폭력과 동일하게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겉으로는 자발적이고 고소득을 올리는 것처럼 보이는 (집결지 이외의 룸싸롱, 보도방, 안마시술소, 인터넷 등) 형태의 성매매라 해도 어느 곳 하나 업주에 의한 알선이 관여하지 않은 곳이 없다고 말한다.
“주택가에 '찌라시'처럼 날아오는 홍보물에까지 알선업자가 관련되어 있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서 만나는 것도 마치 자발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역시 업주의 알선에 의한 매매 행위임이 밝혀졌다. 대한민국에서 행해지는 거의 모든 성매매는 업주의 알선에 의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성매매처벌법은 이런 업주들의 알선·매매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동시에 피해여성들은 적극 보호하고 있다."
이번 법을 이용해 선불금을 받고 사라진 여성들 때문에 오히려 피해를 봤다고 호소하는 업주에 대해서도 “도박이나 마약 거래로 인한 채무는 불법 원인에 의한 것으로 변제 의무가 없다. 성산업도 마찬가지”라는 답을 돌려 줄 수 있다. 성매매처벌법 시행 이후, 수년전 성산업에서 탈출하긴 했지만 선불금을 갚지 못해 집밖에 나가지 못하고 숨어지내던 피해여성들의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피해여성을 '피해자'로 이해한 성매매처벌법이 성매매 피해여성들에게 어떤 역할을 할지는 이런 사례를 통해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상담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이다.
지금은 대안을 고민할 때
성매매 집회 현장이나 집결지에서 만난 여성들은 생존권을 주장하는 한편, 하나같이 충분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정부에 대해 강한 불신을 표시했다. 이들이 외치는 성매매 합법화 속에는 성매매 그 자체가 아니라 이것이 아니면 생계를 이어 갈 수 없다는 절박함이 숨겨져 있는 셈이다. 지난 7일 여의도 집회에서 2007년까지 성산업을 유예해 달라고 주장한 한 여성은 “설마 2007년까지 계속 이 일을 하겠느냐”며 “그 사이에 돈 모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여성은 “이 나이에 어디가면 뭐 하겠느냐. 여기서 열심히 일해서 돈 모으면 유학 가고 싶은 사람도 있고, 장사하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정말 성산업을 근절시키고 싶으면 우리가 먹고 살 길을 터놓고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당부를 덧붙이기도 했다. 업주를 옆에 두고 설문지에 동그라미를 치게 하지 않은 이상, 성매매 피해여성들은 한결같이 하루 빨리 성산업 구조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피해여성의 탈성매매 이후 다소 안일한 정부 대처에 대해서 성매매 상담소의 상담원들도 피해여성과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 대안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법이 시행되어 이미 상당수의 쉼터들이 정원을 초과하고 있으며, 상담소의 상담원들도 갑자기 폭주한 신고전화에 대응하느라 여러 날째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이룸'의 선재씨의 말이다.
“경찰이나 상담원이 충원되지 않은 가운데 법이 먼저 시행되어 대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여성부에서 부랴부랴 예산을 늘린다고 하고 있지만 당장 '필요'를 만족시키지 못하니 피해여성들 입장에서는 여성단체가 미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현재 여성부는 피해여성의 탈성매매를 돕기 위해 법률·의료 지원을 위해 각각 1인당 350만원, 300만원까지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쉼터에 입소한 여성은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되고 월 50만원 이내의 생계 보조비를 지급받게 된다. 1인당 3천만 원까지 무이자 1년 거치, 3년 상환의 창업자금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렇듯 정부는 탈성매매 과정에서 드는 모든 비용을 전액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집회 현장이나 집결지에서 만난 일부 성매매 피해여성은 “한달에 10만원 준다는데 어떻게 사느냐"며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대안을 마련해 놓고도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오히려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불안심리을 가중시킨 것이다. 또 다른 피해여성은 "우리처럼 만들기 싫으면 청소년이나 관리해라. (내가) 좋은 부모 만났으면 이렇게 됐겠느냐”며 반문했다. 당장의 성매매 근절을 위한 대책마련도 중요하지만 청소년기 성산업의 유입과, 성인기 재유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피해여성의 입을 통해 지적된 것이다.
이에 대해 김금옥 정책국장은 “정말 피해여성의 생존권을 이야기하고 싶다면, 그들이 자발적으로 이 일을 원하느냐 아니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순결 이데올로기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왜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성산업에 유입되어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성의 노동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성차별적인 제도를 개선해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 진정 성매매 피해여성과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여성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는 주장이다.
2004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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