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강제정리 해야한다는 통보를 받고나서
마치 버그 걸린 윈도우를 강제종료시키듯..내 아직 뜨거운 인생을 정리하라는 통보를 받고
가장 처절했던것은 아들에 대한 짐승의 그것처럼 본능적인 부성애였다라 생각합니다.
아이가 학교간 시간....조퇴를 하고 빈집에 홀로 앉아 아이의 색연필을 보면서
아이의 그림일기를 보면서
벽에걸린 유치원 졸업사진을 보면서 입술이 터지도록 이를 깨물고 참았던 눈물이지만
아침에 먼저 일어나 내 침대로 파고드는 그놈의 부드러운 살과 뼈를 기억하면서는
참을수 없었습니다.쏟아지는 눈물을...
이해할수 없고 용서할수 없는 논리라 하더라도
분명 저는 그 사실을 통보받고 나서 죽을만큼 고통스러웠고
죽음은 먼 하늘의 일이 아닌 이미 땅에 내려와 내 어꺠를 툭툭 치고 지나다니는 악마였습니다
준비를 할 시간이 얼마 없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령 백보 천보 양보해서 내가 정말 재수없어 태국의 그 마시지걸의 손끝에 묻었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손 치더라도 에이즈로 죽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다른 이땅의 불운했던 억울한 영혼들처럼
저역시 스스로 목숨을 버릴것임에 추호도 망서림없었던 그 순간...
아들을 위해 뭐가를 해야한다는 생각에 전 마음이 바빴습니다.
보험증권도 챙겨두고
수익자지정도 새로하고.....(솔직히 아내에겐 미안했습니다만..반반씩 지정했었습니다)
그것으로는 내 빈자리가 너무 클거같아서 스스로 준비한것이
내가 죽고나면 빈방이 될 내 작업실에 아들놈의 서재를 만들어 주고싶었습니다.
내 어린시절...나를 키웠고 나를 사람답게 클수 있도록 만든것이 책이었듯이...
내가 골라줄수 없을테니까 한꺼번에 만들어 주자...지금은 어렵더라도 크면서 자연스럽게
다 읽을수 있을테니까..라는 생각에 인터넷서점 사이트를 열어서 미친듯이
목록을 검색했었습니다.
내가 읽었던 책...읽지 않았지만 읽고 싶었던책..읽어야 할 책
그놈이 고등학교를 가고 대학을 가더라도 날 기억할수 있게..
더러운 기억의 아버지일테지만
그것만으로 내 불운한 인생을 기억해줄수 있도록 하기위해서 400권 가까운 책을 주문했습니다.
내책들은 박스로 들어가고...
400권의 책은 일부는 택배로 오고 일부는 품절이라 추가주문을 하고 등등의 절차를 거치는데
내용 모르는 아내는....
다만 아들에게 유난히 극성스런 아버지려니 하면서 내심 흐믓해하더군요...
그렇게 도착한 책들로 내방은 이젠 아들의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내가 없어도
나대신 인생을 인도해줄 수 잇을것이라 스스로 자위하면서 물끄러미 지켜봅니다만....
이젠 난 그 우둔했던 기억들을 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그 책들을 다시 읽어봅니다.
그토톡 운둔했지만 절박했던시간들을 기억하면서 이젠 다소 정리된 마음으로
오히려 내가 그책들에서 위안을 받고 조언을 듣습니다.
전 어떤 의무감을 느낍니다.
내가 증거해야할 일들과 내가 목청높여 외쳐야할것이 무엇인지..
난 음란하지도 의지박약하여 약물에 의탁한적도 없으므로 ...
그런 조언을 아직 풀냄새 풋풋한 새책들 갈피에서 느끼면서
내게 조작되고 호도된 양성판정은 오히려 내 인생의 가치를 스스로 다시 깨닫게 한
삶의 경고등이었다 생각합니다.
다시 잘살수 있도록...
무엇보다 열정으루 주문한 400권의 책값을 열심히 결제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야 할듯 합니다.
돈도 많이 벌어야 하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