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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8/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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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감염인 구씨는 우리 시대가 낳은 최대의 피해자
HIV 감염인 구씨는 우리 시대가 낳은 최대의 피해자
구씨는 개처럼 맞고 경찰서에 끌려갔다
2002년 6월 4일, 이 날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한국 정부의 에이즈 관리 시스템이 낳고 있는 반인권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주목해야 될 이 사건은 HIV 감염인에 대한 공무원의 폭행이 그것이다.
폭행을 당한 HIV 감염인은 일명 '여수 에이즈 여인'으로 알려져 있는 구씨. 부산에 위치한 모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일시에 들이닥친 김해시 보건소 직원들에 의해 폭행을 당하고 난 뒤 경찰서로 끌려갔던 것이다.
교도소에 면회를 간 어머니한테 뒤늦게 "무지막지하게 맞았다"고 울음을 터트렸던 구씨는 그 날 도대체 어떤 봉변을 당했던 것일까?
딸의 폭행 당한 사실에 대해 구씨의 어머니 서씨는 "이 억울한 사연을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가슴만 치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 딸의 모습을 보면, 땅바닥을 뒹굴며 대성통곡을 했다는 서씨. 그녀는 딸이 폭행을 당하던 그 날 김해시 보건소 계장인 김수갑 씨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구**이 말을 안 들으면 한 대 때리겠습니다."
구씨 폭행 상황
이날 오후 4시쯤 구씨가 있는 식당에 들이닥친 사람은 모두 네 명이었다. 김수갑 씨, 최분경 씨, 노주환 씨 그리고 신원불명의 개인 택시 운전사. 택시 운전사는 이들 보건소 직원들이 구씨를 잡으러 간다는 말에 자신도 돕겠다면서 나선 사람이라고 한다.
이들 네 명은 구씨를 둘러쌌다. 그런 다음 있은 김수갑 씨의 폭행. 그는 '찰삭' 소리가 날 정도로 구씨의 뺨을 세차게 내려쳤고, 이 때문에 구씨는 잠시 정신을 잃고 뒤로 주춤거렸다. 그 뒤 나머지 세 사람은 구씨에게 달려들어 팔을 비틀어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그 자리에 있은 보건소 직원에 말에 의하면, 갑자기 수갑이 채인 상황에 당황한 구씨는 '수갑을 풀어달라'고 저항을 하였다. 구씨의 친구 민주 씨는 이 상황에 대해 이렇게 회상한다. "**이가 수갑을 풀어주면 고분고분 경찰서에 따라 가겠다고 빌더라고요. 수갑을 채운 사람은 형사라고 하던데..."
그러나 그 사람은 형사가 아니었다. 이 점에 대해 더 자세한 사실을 알아보기 위해 김해시 보건소의 김수갑 계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물어보았다. 다음은 통화 내용이다.
질문 : 구씨를 때리기 전에 구씨 어머니 서씨에게 전화를 걸어 "구씨를 때리겠다"고 말한 걸로 봐서 구씨 폭행은 고의적인 행위였던 거 같습니다. 거기에 대해 할 말이 있습니까?
답변 : 구**이 달아나려고 해서... 그리고 구**을 잘 타일렀는데, 말도 안 듣고 주거지를 벗어나서 화가 많이 났습니다.
질문 : 구씨는 건장한 남자 세 명과 여자 한 명에게 둘러싸여 있었는데, 키 150cm가 조금 넘는 연약한 여자가 그걸 뚫고 어떻게 달아날 수 있나요. 고의적으로 때린 거였지요?
답변 : 화가 많이 났던 상태라서...
질문 : 그런데 보건소 직원에게 사법권이 있나요? 수갑은 어떻게 구입했고 또 누가 채웠지요?
답변 : 사법권은 없습니다. 수갑은 같이 동행했던 개인택시 운전사가 어디서 주운 것이라면서 갖고 있었고, 누가 채운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질문 : 구씨의 팔을 비틀고, 수갑을 채우는 과정에서 구씨의 팔목에 피가 흐를 정도의 큰 상처가 났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은 구씨의 친구인 민주 씨도 목격했고요. 맞나요?
답변 : 피가 나서 수갑을 풀었고, 최분경 씨가 상처에 붕대를 감아 주었습니다.
구씨는 강제 연행된 것이다
보건소 직원들은 HIV 감염인으로 확정 받아 관리되는 사람이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을 위반한 사실에 대해서 고소할 수 있는 권한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들 보건소 직원들은 구씨를 폭행하고, 수갑을 채우는 등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감히 생각할 수 없는 갖은 야만적 폭력을 가했다.
구씨는 강제 연행된 것이다. 수갑을 풀어주면 경찰서에 같이 가겠다고 말했지만, 뺨을 맞고 수갑을 차는 등 억압적으로 조장된 공포스러운 분위기에서 그녀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은 오직 하나, 보건소 직원들의 강요에 응하는 것이다.
더구나 이때 생긴 구씨의 상처는 언론에 의해 '에이즈 환자에게 생기는 상처'로 취급되었으며, 경찰 역시 보건소 직원들의 이러한 위법 행위를 조사한 적이 없다. 또한 경찰은 경찰서에 끌려 온 구씨를 긴급 체포하여 인신을 구속하였다. 달아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구씨를 마녀로 만든 건 보건소 직원이었다
구씨의 어머니인 서씨는 최근 입수한 창원지방검찰청 수사기록을 읽고는 망연자실해졌다. 서씨의 말에 따르면, 김해시 보건소 김수갑 계장이 경찰에 고발(보충)한 내용 중에 딸과의 성관계로 인해 수백 명에 이르는 남성이 감염되었을 거라는 진술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김해시 보건소의 이와 같은 태도는 이후 언론에 보도된 경찰의 태도와도 깊은 상관이 있다. 경찰은 김씨가 하루 10명의 남성과 성관계를 가졌으며, 총수 약 5,000명에 달하는 남성들 중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절반이 HIV(경찰은 에이즈라고 말했다)에 감염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사실관계 확인 없이 구씨를 몰아 붙였다. 심지어 모 일간지에는 이 사건 수사와 관련된 경찰의 입을 빌어 "섹스에 미친 여자 같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만신창이가 된 구씨에게 몰려 온 또 하나의 재앙은 앞을 다투어 구씨를 취재하러 온 기자들. 모 신문사는 <섹스 테러>라는 제목 아래 구씨의 인상착의를 자세히 설명하는가 하면, 여성동아21은 어떻게 알아냈는지 -경찰 아니면 보건소를 통했을 게 분명하다- 논에서 김을 매고 있던 구씨의 남편 박씨에게 접근하여 인터뷰를 하였고, 인쇄된 지면에다가 구씨 부부가 사는 마을 이름과 함께 선명한 마을 사진까지 공개해버렸다.
이로 인해 구씨는 구속이 풀린 뒤 돌아갈 보금자리가 사라졌다. 그것은 남편 박씨 역시 마찬가지다. 이 사실로 인해 마을 주민들의 원성은 대단하며, 구씨는 지탄의 대상이 되어 그곳에서 더 이상 발을 붙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마을에서 반평생 농사만 지어 온 박씨의 심정은 또 어떠하랴.
더 큰 문제는 김해시 보건소 직원들의 에이즈에 대한 상식이다. HIV 감염율(감염율은 가설로써, 이를 확증하는 논문이 없다)은 국제적으로 대충 0.5% 정도로 알려져 있다.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남성이 2,500명이라고 추정한다면 김수갑 계장은 '5명이 감염되었을 수 있다'고 말해야 된다.
그러나 그는 수백 명에 이른다고 말했고, 경찰은 수천 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수와 부산에서 몰아닥친 HIV 검사의 열풍 속에 HIV 양성으로 나타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지난 4년 동안 아내와 성관계 시 콘돔을 사용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남편 박씨 역시 음성이다.
더욱 더 큰 문제는 도대체 누가 구씨의 집 주소를 알려주었냐는 것이다. 현형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은 HIV 감염인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감염인의 인적 정보를 외부에 누출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구씨는 인신매매를 당했다
연체된 카드 대금 400만 원, 이것이 구씨가 가출하게 된 유일한 이유였다. 집을 나왔지만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HIV 감염인이라는 딱지가 달려 있고, 10대 때 구두공장에서 일을 했었지만 배운 기술이 없다. 그녀는 부산의 구포에서 방황했다고 한다.
그때 구씨에게 접근한 한 남자. 그는 "여수에서 매춘을 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구씨를 꼬드겼고, 당장 필요한 의식주도 해결하지 못하던 그녀는 그 남자를 따라 여수까지 가게 되었다.
그 남자는 역이나 터미널 등에서 방황을 하는 가출 소년이나 여자들을 '돈 많이 벌 수 있다'며 꼬드겨서 사창가나 공장, 원양어선에 팔아 넘기는 인신매매범이었다. 구씨를 꼬드긴 그날 밤 여관에서 구씨를 강간한 그는 다음날 여수역 근처의 사창가에 구씨를 넘기고, 업주로부터 소개비를 받은 뒤 사라졌다.
이 업소에서 총 545일을 일한 그녀가 받은 돈은 단 한 푼도 없다. 단지, 업주로부터 카드 대금을 대신 갚아주었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하루에 10명과 성관계를 하는 등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잔인한 생활을 견뎌내야 했던 구씨. 화성으로 도망을 가서 다방에 취업한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경찰과 언론은 이 사실에 대해 침묵했다. 구씨가 매춘을 했으며, 하루 10명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만이 중요했다. 그녀가 강제로 매춘을 할 수밖에 없었던 억압적인 상황은 뒷전이다. 그 업주가 처벌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아직 못 들었다. 진도에서 구속된 HIV 감염인 서씨도 인신매매를 당했지 않은가.
구씨는 석방되어야 한다
7월 19일 있을 예정이었던 구씨의 재판은 이날 오전 갑자기 23일로 변경되었다. 구씨의 국선 변호사도 미처 알지 못했던 재판 변경.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생업도 중단한 채 부산에서 한 걸음에 달려 온 구씨 부모와 남편 박씨 그리고 서울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7시간이나 걸려 내려왔던 한국 에이즈 재평가를 위한 인권모임의 회원 및 에이즈 쉼터를 운영하는 조성조 목사님 등등. 이들은 모두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현재 에이즈 쉼터에서는 구씨의 몸이 회복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편의가 보장된 쉼터를 제공, 지속적으로 구씨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지기로 약속했다. 또 경기도에 위치한 모 건강센터에서는 구씨가 회복된 후 그녀를 센터 직원으로 취직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건강센터의 이지니 원장은 남편 박씨가 농사를 포기하고 서울로 귀향할 시 두 부부가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소신을 밝히고 있다.
피해자가 없는 가해자, 이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다. 그런데 그 가해자는 우리 시대가 낳은 최대의 피해자이다. 불우한 가정 환경 속에서 자라나,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다가 카드 빚까지 지게 되고, 빚 때문에 인신매매 당해 결국 지금은 법정에 서게 된 여인.
구씨가 낳은 둘째 아이는 어느 나라로 입양이 되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 아이가 커서 나중에 엄마를 찾기 위해 고국을 방문했을 때 혹시라도 듣게 될 수 있는 이 끔찍한 현실을 지금 우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23일 있을 재판에서 구씨는 당연히 석방되어야 한다. 그녀에게는 남편이 있고, 항상 소망해 왔던 따뜻한 보금자리가 있다. 그리고 언제나 보고 싶어서 울먹였던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있다. 마지막으로 구씨를 마녀라면서 돌을 던졌던, 심지어 사형시키라고 떠들었던 우리의 부끄러운 손과 입이 반성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구씨의 행복을 기도하며.
한국 에이즈 재평가를 위한 인권모임 http://www.noaids.co.kr
김해시청 http://www.city.kimhae.kyongnam.kr
김해시 보건소 (0525) 330-3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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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를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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