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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3/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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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번역] 에이즈를 거부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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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http://gqkorea.co.kr/contents10/feature.htm
에이즈를 거부하는 사람들
그는 에이즈 바이러스를 믿지 않게 된 이후로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그는 자기 몸 안에 바이러스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바이러스 인자들이 우글대는 혈관엔 무관심하다. 그에게서는 동요하는 기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바이러스는 아무런 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별히 해야 하는 일도 없다. 그는 여전히 마리화나를 피운다. 다른 병에 걸린 사람들이 증세만 괜찮으면 마리화나를 계속 피우는 것처럼 말이다. 전화가 오면 그는 아주 희한한 방식으로 수화기를 받는다.
“액션업(실시)! 에이즈는 끝났다.” 그러고 나면 잠잠하다. 전화를 건 상대방이 깜짝 놀란 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가 웃음을 지으며 눈을 조금 굴린다.
목이 아프고 가벼운 편집증 정도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나자 의사의 사무실에는 커튼이 드리워진 후 잠잠해진다. 그들은 진료실에서 의사와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과학의 규칙을 완전히 거부하는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쓰러졌으며 그들의 피부가 상상도 못할 만큼 끝장이 난다며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곧 죽게 될 수 밖에 없다고. 내쉬는 숨결마다 약 냄새가 풍겨나고, 기저귀까지 차면서 필사적으로 매달려도 말이다.
에이즈에 걸리는 사람은 에이즈 세상에서 살아간다. 온통 무시무시한 체제와 원인을 알 수 없는 열과 혈구수를 끊임없이 측정하며 살아야 하는 세상. 그 보잘 것 없는 종양 바이러스가 소기의 목적을 드러낼 날만 기다리며 하루가 지나간다.
에이즈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이제 사물을 분명히 판가름할 수 있다. “후천성 면역 결핍증이라고? 당신들은 그걸 흑사병이라고 부르는가? 그것이 HIV(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이봐. 제대로 말하라고. HIV는 풍진, 에볼라처럼 당신도 걸릴 수 있는 바이러스야.”
그들이 묻는다. 자신의 생존이 그 어떤 증세보다 더 확실한 증거 아닌가? 당신도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니냐고? 그렇다. 그들은 지금 살아 있다. 에이즈 거부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자신들의 사무실에서 만찬을 즐긴다. 이름하여 ‘액트업’. 식사와 시리얼에 특별한 별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모임의 포인트는 ‘HIV - 게이 반대, 섹스 반대, 사기극( HIV - Anti gay, anti sex, scam)’라고 쓰여 있는 벽에 붙은 포스터이다. 사람들은 식사를 끝내고 나서 ‘에이즈는 사기다’라는 라벨이 붙은 비디오테이프를 본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이 비디오를 수백 번도 넘게 보았다. 그들이 이곳에 찾아오는 이유는 신념을 키우고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그들은 에이즈에 관해 공식적으로 떠도는 이야기를 반박할 방법을 찾기 위해 이곳에 모인다. 감염이 또 다시 시작되고 있으며, 앞으로 결코 끝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에 대항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보헤미안 집시들처럼 둘러앉아, 지금껏 경멸해 왔던 병을 저주한다. 겨우 12명 남짓 모인 작은 집단이지만 효력은 상당하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위협이다. 진바지를 입은 깐깐하게 생긴 남자가 오늘 모임의 리더이다. “제 이름은 데이브 파스쿠아렐리입니다.오늘 밤 모임을 진행할 것입니다.” 그가 ‘주제’라고 쓰여진 칠판을 가리킨다. “HIV를 믿지 마라.”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HIV 양성이거나 에이즈 판명을 받았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HIV가 에이즈의 원인이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어떤 이들은 그런 바이러스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다른 이들은 HIV라는 바이러스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체내에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쨌든 그들이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한 가지는, HIV 바이러스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
파스쿠아렐리는 “우리는 20년 동안 주문에 걸렸던 것입니다. 바이러스가 만연하여 인간을 모조리 말살시켜 버릴 것이라는 지옥의 묵시록, 아마게돈과 같은 주문이죠” 라고 말한다. 그는 에이즈가 잘못된 과학적 근거에서 날조된 것이라고 믿고 있다. 연구자들은 비약을 해서 결론을 맺었다. 제약회사들은 돈 냄새를 맡고, 동성애에 비우호적인 정부는 에이즈 신화가 게이 남성에게 치명적인 낙인을 찍도록 내버려 두었다. 파스쿠아렐리의 말이 그의 왼편에 앉은 남자에 의해 중단되었다. 그 남자는 파스쿠아렐리와 함께 좌중을 이끌고 있는 마이클 벨레파운테. 그가 한 가지 강조하고 넘어갈 말이 있어서 끼어든 것이었다. 그의 말은 이러했다. “사람들은 바이러스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먹는 약 때문에 죽어가고 있어요.” ‘에이즈 약이 살인범’이라고 쓰여진 검은 색 티셔츠를 입고 있던 한 여성이 공감이 간다는 듯 머리를 끄덕인다.
열기와 분노가 들끓는 방 안에서 이들이 누구였는지도 잊어버릴 것 같다. 이들은 바로 샌프란시스코의 액트업 회원들이다. 1980년대와 90년대만 해도 이 그룹(Aids Coalition to Unleash Power: 에이즈 해방 연합)은 완전히 다른 성격을 띠고 있었다. 이 조직은 전설적인 권력 집단으로 에이즈 행동주의자들이 결성한, 가장 급진적이면서도 초기에 생긴 모임 중 하나였다. 작가 래리 크레이머에 의해 시작된 이 액트업 그룹은 레이건 - 부시 시절의 침체 상태에서 대중들을 각성시키기 위해 시민 불복종 운동을 활용했다. 이들은 교통을 마비시키고 가짜 피를 던지고 월스트리트를 게릴라 공격하는 등 자신들이 봉착한 위기상황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작전을 폈다. 이 그룹이 원하는 것은 연방 연구소의 기금 인상과 FDA 의약품의 승인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모두 승리를 거두었다. 돈은 넘쳐 났고, 의약품은 빗발치듯 쏟아져 내렸다. 액트업의 방법은 과격했지만 그 의제는 결과적으로 정당한 것이었다. 대중들이 이들의 견해에 동조하기 시작하자 액트업 그룹은 처음과는 기대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했다. 에이즈의 권력 조직이 된 것이다.
이들은 오랫동안 지탱해 온 대의명분에 반기를 들고 있다. 요즘 그들은 정치 지도자들의 무관심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한때 동지였던 전우들의 적극적 행동주의를 비난한다. 에이즈 기금을 모으거나 에이즈에 관한 자각을 일깨우는 사람, 서비스를 제공하고 연구하는 사람을 포함하여 자신들을 ‘병자’라고 치부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목표이다. 그들은 바이러스 자체를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에이즈를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극단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나이가 들어 보이고 창백한 사람들의 가짜 피 시위는 이제 물러가고, 그 공백을 고양이 똥이 메우고 있다. 이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무언의 행위를 펼쳐 보이고 있다. 입으로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적들의 머리를 향해 던지는 것이다.
파스쿠아렐리와 벨레파운테는 적들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들은 욕설과 빈정거림을 상징하듯이 열정을 다해 침을 뱉는다. ‘내가 HIV에 걸린 것처럼 보이냐? 내가 병을 옮길 것 같으냐? 어디 한번 해보시지’의 의미를 전달하며. 그들은 감정적으로 면역이 된 상태이다.
45세의 로니 버크.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은 낙인 찍힌 동성애자요, 투쟁하는 예술가요, 라티노(라틴 사람들을 경멸적으로 칭하는 말)요, 아메리칸 인디언이란다. 서로 모순될 지언정, 권위가 실린 그의 이야기는 말의 내용에 앞서 무척 자극적으로 들린다. 버크는 에이즈 교도들의 엘리트와 높은 월급을 받는 운동가들을 혐오한다. 그는 그들에게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 1996년에 일어난 그 악명 높은 사건에서 버크는 에이즈 건강포럼에 침입하여 샌프란시스코 에이즈 재단 회장에게 달려가 머리에 25파운드나 되는 고양이 배설물을 쏟아 부었다.
고양이 똥이라니. 누가 감히 그럴 수 있을까? 홀은 에이즈 환자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이라면 고양이 배설물을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주혈 원충병이 걸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면역체계가 없는 사람들에겐 핵폭탄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버크가 회장을 향해 “동성애자도 아닌 당신 같은 백인 여성은 죽어야 해”라고 소리친 다음 사람들에게 떠밀려나는 와중에도 방 안의 사람들은 그 역겨운 흑인 남자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배설물은 벨레파운테의 고양이 것이었다. 냄새가 정말 독하고 역겨웠다. 그녀는 혐오감보다는 창피함 때문에 표정이 굳어버렸다. ‘동지인 사람이 내게 그런 짓을 하다니.’ 그녀는 충격을 받았다.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발에 오물을 뒤집어 쓴 채 모임에 계속 참가했던 것이다.
액트업 회원들은 현장 작업을 계속해 나갔다. 그들은 게이 남성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HIV 테스트를 받지 말라고 부추겼다. 그들이 사람들에게 안전하지 않은 섹스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건 아니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당신이 게이라면 섹스하는 것을 정상인 사람보다 더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콘돔을 끼든 끼지 않든요. 그것이 우리의 메시지입니다” 라고 벨레파운테가 말한다. 이러한 메시지가 범죄가 될까? 한동안 에이즈 감염율이 일정하게 유지되다가 특정 지구에서 상승하자 에이즈 예방 활동가들 사이에서 격분의 말이 나돌았다. 그들은 에이즈 거부자들이 저지르는 해악은 공중에 고양이 배설물을 던지는 것보다 훨씬 극심한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문제는 그들이 샌프란시스코의 에이즈 예방조직을 와해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실제로 새로운 감염을 일으키는 주범입니다. 그들은 여기서 시스템을 혼란시키고 있습니다. 그들은 10대 청소년을 위한 HIV 포럼에 가서 ‘에이즈는 끝났다’라고 쓰여진 티셔츠를 나누어주며 포럼장 밖에 서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커뮤니티에 나쁜 영향을 끼칠 만큼 난폭 행위는 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것이지요. 하지만 저는 젊은이들이 항체 테스트를 못 받게 만드는 것이 진짜 난폭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이슈는 더 이상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다. 최근 인터넷과 음모 이론의 거품을 통해서 에이즈 거부운동이 확산되고 있으며, 희안한 반동 조류까지 생겨났다. 밴드 푸파이터는 웹사이트에서 이 문제에 관한 자기 견해를 밝히고 있다. HIV 양성 반응을 받은 크리스틴 매기오레라는 이름의 한 어머니는 아들이 에이즈 검사를 받거나 치료를 받지 못하게 거부하면서 이 이슈를 운동차원으로 발전시켰다(그녀는 <당신이 에이즈에 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이 가짜라면?>이라는 책을 썼다). 에이즈를 거부하는 입장을 보인 수많은 사례 가운데 가장 희한한 것은, 남아프리카 대통령 타보 므베키가 작년 국제 에이즈회의에서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다. 그는 HIV가 에이즈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든 문제를 바이러스 탓만으로 돌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에 대응하여 5천 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더반 선언(Durban Declaration)에 사인을 하며 다음과 같은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에이즈가 HIV에 의해 발병한다는 증거는 아주 분명하고 명백하다. 난동을 피우는 소수의 사람? 그 증거를 계속 거부한다는 사실은 무척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희생될 것이다.
”미국에는 에이즈 거부자들의 메시지 영향력에 관해 이루어진 연구가 지금까지 없었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부자들을 신임하는지, 메시지가 사람들의 행동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알 방법이 없다. 그러한 것들은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에이즈 거부자들은 의혹의 싹을 뿌리고 다니며, 때로는 그들 스스로 의혹의 그림자가 되기도 한다. 젊은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한 HIV 출장 프로그램 운영자들은 요즈음 혼돈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을 자주 만난다고 한다. “HIV 양성자, 음성자 할 것 없이 저희들에게 너무나 많은 질문을 퍼붓습니다.” 최근까지 베이에리어 청소년 양성자들의 모임을 운영해온 드미트리 모쇼야니스 회장이 말한다. “HIV라는 게 존재하지도 않고, 모든 것이 사기라는 말을 들었다고 이야기하더군요.”
하필이면 왜 지금일까? 거부운동은 왜 생겨난 것일까? 사실 거부운동은 처음 생긴 게 아닌 리바이벌이다. HIV가 에이즈의 병인이 아니라는 거부자들의 주장은 1980년대부터 루머처럼 돌아다닌 것으로, 버클리 대학의 생물학자 피터 듀에스베르그의 연구를 토대로 하고 있다. 이 이론은 과학계에서는 가설도 안 되는, 낭설로 철저하게 부인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환상이 뿌리내릴 수 있는 희한한 세상에 살고 있다. 기적의 약이 기적을 일으키고 있다. 프로테아제 억제제와 새로운 복합 의약물이 에이즈가 흑사병처럼 퍼지는 걸 기적처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병을 앓고 죽어갈 테지만 그 속도가 많이 완화되고, 기회만 있으면 전염되는 무시무시한 감염은 더 이상 없다는 것(에이즈 거부자들의 주장 가운데 한 가지 맞는 것이 있다. 많은 의약품 덕택에 무수한 생명이 연장된다는 것). 사실은 약이 치료를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병을 안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것뿐이다.
최근 바이러스가 아프리카계 미국인 커뮤니티 사이에 침투했다는 불길한 소식이 있었다. 60개 도시에 거주하는 게이 흑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감염율이 자그마치 30%나 된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에 시 당국은 공중보건 모임을 흑인들이 주로 사는 헌터스 포인트로 옮겼고, 에이즈 거부자들도 그 뒤를 따랐다. 데이비드 파스쿠아렐리와 로니 버크도 차에 몸을 실었다. 팸플렛과 브로셔, 크리스틴 매기오레의 <에이즈에 관한 모든 것이 가짜라면?>을 들고 찾아 가는 것이다. 아마도 그 유인물들이 헌터스 포인트를 완전 도배하게 될 것이다.
차를 타고 가면서 나는 여전히 헷갈린다고 그들에게 털어놓았다. 그렇다면 당신네는 에이즈가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약이 없을 때 그 끔찍한 전염병이 휘몰아쳤는데도 당신들은 새로운 의약품 때문에 사람들이 죽는다고 말하는 것인가? 80~90년대에 수만 명의 게이 남자들이 죽지 않았다고 지금 주장하는 것인가?
그들은 이런 이야기를 항상 듣고 다닌다. 데이비드 파스쿠아렐리는 이렇게 설명한다. “음…, 게이 남성들은 80년대 초반에 에이즈에 걸렸고, 상당수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사망 원인은 의약품의 남용에 있었습니다. 게이 남성들이 포퍼(popper: 나이트 클럽에서 남자들이 들이마시던 아밀 아질산염 물약)를 복용하게 된 것입니다. 그들이 약이란 약은 죄다 복용을 했지요. 청천벽력같은 사실을 잊기 위해 코카인과 항생물질을 엄청 투여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것은 포퍼였어요. 그 때문에 면역체계가 끝장 났지요.”
아밀 아질산염의 효과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진척되어 왔다. 그 약품은 혈관을 팽창시켜 가벼운 어지럼증을 일으킨다고 한다. 하지만 파스쿠아렐리의 말을 들어보면 그 파워는 엄청나다. “그 약을 수년 간 만성적으로 복용을 하면 피부 손상이 일어납니다. 육종(Kaposi’s sarcoma)이라고 하는 것이죠. 그리고 코와 입을 통한 호흡 통로를 파괴합니다. 허파의 섬모를 없애기 때문에 감염을 더욱 촉진시키지요. 그래서 게이 남성들이 폐렴과 육종에 걸리는 것입니다.” 파스쿠아렐리는 혈관의 팽창 이야기를 하다가 급작스럽게 에이즈 증상으로 화제를 이어갔다.
“HIV를 의심하라”가 삶의 모토인 이 남자는 자기 생각에 의심을 품지는 않는 듯하다. 포퍼에 관한 이론은 두에스베르그가 오래 전에 연구한 것이다. 하지만 포퍼를 복용하지 않은 사람은 무엇 때문에 사망한 것일까? 포퍼를 구경도 못해본 아프리카 사람들은 도대체 왜 죽었느냐 말이다. 뒷자리에 앉아 있던 버크 로니가 자세를 바로 잡으며 말한다(아프리카 문제는 그의 전문이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한다. “저는 이 문제를 계속 연구해왔습니다. 우리는 2년 전에 이 문제를 놓고 연구반을 만들었어요.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문제는 오랫동안 이 지역에 만연했던 기아와 내전 탓이 큽니다.”
버크는 말에 권위가 실어가며 아프리카 대륙의 보건 상태에 관해 짧게 설명했다. 그곳에는 에이즈가 없다. 그 대신 다른 병세들이 복합적으로 발병한 것이다. 서구의 보건 담당자들이 자기네가 알고 있는 것들을 아프리카 대륙에 접목시키면서 병의 정의까지 바꾸고 있다. 그들은 설사와 체중 감소와 기침의 증세만 있으면 에이즈 보균자로 판명내린다.
파스쿠아렐리와 버크는 에이즈에 어떠한 입장도 밝히기를 거부한다. 바이러스가 매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럼 HIV는 뭡니까? 별거 아니라는 건가요? ” 그들에게 물었다. “인체에 무해한 종양 바이러스입니다.” 파스쿠아렐리가 말한다. “연구실에서 작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저희는 믿습니다. 실수인 거지요. 레이건 행정부 시절 적당히 얼버무린 만든 수많은 과학적 사례의 하나일 따름입니다.”
“그것을 음모라고 생각합니까? ” “저도 그건 모릅니다. 어떤 이들은 음모 이론이라고 확신하고 있기도 합니다.” 파스쿠아렐리가 말한다. “하지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만들어낼 작정이었다면 그 음모는 실패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어요.”
오늘 우리는 고양이 똥을 가져오지 않았다. 선전 활동만 하기로 한 것이다. 파스쿠아렐리와 버크를 상대로 기소된 형사 사건이 꽤나 많다. 우리는 커뮤니티 센터까지 줄지어 서 있는 지역 주민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 액트업 두 그룹이 선전 활동을 펼치는 경기장으로 향한다. 짐을 나르는 이들의 두 손에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유인물과 책들을 한아름씩 들려 있다. 당신이 알고 있는 건 모두 가짜, 가짜라니까…. 이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어떤 이들은 의혹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크리스틴 매기오레의 HIV 체험은 전혀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산부인과 의사는 페미니스트로서 HIV 테스트를 받는 게 의무가 아니겠냐고 그녀를 납득시켰다. 걱정은 없었다. 진료소에 온 어느 누구도 양성으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의사가 그녀의 결과를 가지고 돌아왔을 때 정작 눈물을 흘린 것도 그 의사였다. 오랫동안 사귄 남자친구 역시 양성 반응으로 나타났다. 그 이후부터 매기오레의 삶은 온통 HIV의 차지였다. 그녀는 로스엔젤레스의 에이즈 활동가가 되었다. 그리고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법을 터득했다. 그녀는 잘 지냈다. 그녀 주변에서 죽어나가는 시체들이나 실험 의약품을 복용하는, 점점 여위고 시력을 잃어가는 사람들에 비하면. 그녀는 그런 과정을 거치고 싶지 않았다.
결국 친구들은 텔레비전에 나와 HIV가 에이즈의 발병 원인이 아니라고 한 두에스베르그 박사에게 그녀를 데리고 갔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이론을 설명해 주고 희망과 함께 잡지를 선물했다.
그녀는 약을 복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지난 9년 동안 생명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 그 때문이라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다. 어떤 의사도 그녀로 하여금 AZT를 복용하게 할 수 없다. 자각 증세가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녀는 자기 몸이 아주 건강하다고 말한다. 사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을 걱정한다. 의사를 찾아가서 혈구 수를 재고 작은 알약을 복용하는 사람들, 병원에 먼저 갔다가 상태가 나빠져서 오는 사람들을.
지금 그녀에겐 찰리라는 네 살짜리 아들이 있다.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그녀는 남편과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HIV 양성인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도중에 마음이 바뀌어 낙태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 찰리는 그녀 일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이다.
과연 이 귀여운 찰리도 HIV 양성이란 말인가? 크리스틴은 사실을 알지도, 알고 싶지도 않다. 테스트를 해봤자 항체의 존재 여부만 알게 될 뿐이지 결정적인 정보가 되지 못한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렸기 때문에 그녀는 아들에게 테스트를 시키지 않을 작정이다. 그녀는 자신의 결정에 동의하는 소아과 의사를 찾았다고 한다.
검진을 받지 않게 하는 것이 아이에게 나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가 아주 건강하다고 말한다. 2년 전 카페트에서 넘어졌을 때를 빼놓고는 단 한번도 아픈 적이 없었다. 하지만 찰리에게 더 큰 문제는 크리스틴이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기로 했다는 것이다. 찰리에게 음성 반응이 나올 수도 있을텐데 왜 그녀는 직접 수유를 하기로 했을까? 엄마가 아이에게 감염시키는 주요 경로 중 하나인데 말이다.
크리스틴 매기오레는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방식대로 밀고나갈 것이다. 그녀에게는 찰리가 있다. 그 아이는 그녀의 꿈이다. 비록 꼬마이지만 찰리도 무언가를 부분적으로 알고 있다.
액트업 사무실로 다시 찾아가자(그들은 ‘스페이스’라고 부른다) 마이클 벨레파운테가 사무를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룹에서 운영하여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마리화나 클럽은 도시에서 얼마 안 남지 않은 마리화나 판매처이다. 평일에는 정오에서 오후 7시까지 영업을 한다. 최근 클럽은 대법원으로부터 불법 처리를 받았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의료용 마리화나를 지지하는 지역 에서는 클럽을 내버려두고 있다.
스페이스에서 시간을 충분히 보낸 사람이라면 그의 순환논리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에이즈 거부자들이 반항적으로 “난 에이즈 환자요” 혹은 “난 HIV 양성이요”라고 말하고 나서 사실상 그 말은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방식에 대해서 말이다. 그들은 두 가지를 모두 원하는 것 같다. 에이즈를 부인할 권리를 주장하면서도 그 저주받을 병의 권위는 여전히 원하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을 살아남은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제 나이의 세대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훈장을 기대합니다.” 로니 버크가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자기 속마음까지 속이지는 못한다. 때로는 자신의 잘못을 교정해야 하는 것이다. 버크는 조심스럽게 과거의 연인에 대해 털어놓는다. “약 때문에 죽었지요. 에이즈가 아니라요.” 벨레파운테도 가끔씩 말실수를 한다. “아직도 제 입에서 전염병이라는 말이 튀어나와요. 12년 동안이나 액트업 활동을 해온 제가요.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도 에이즈를 전염병이라고 말할 때가 있어요.”
사소한 오류나 기만적인 논리가 예상되는 것들이다. 액트업 회원으로 활동하든 아프리카에서 살든 에이즈 거부자들은 그들만의 현실을 건설하는 중이다. 그들에게 과학자들은 엉터리이며 - 앞서 “증거는 분명하고도 틀림없다” 라고 밝힌 -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는다. 놀랍게도 바이러스는 그들의 귀를 차단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현실을 창조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잠깐 동안일지언정. 바이러스는 불안정하고 거만하고 변덕스럽다. 언제 발병이 될지 감염자들에게 아무런 언급을 주지 않는다. HIV 양성자 가운데 10년, 15년, 20년 동안 자각 증세 없이 지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감염된 지 몇 개월 만에 거의 모든 에이즈 증세가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불가피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부’의 유혹에 넘어가기가 그다지 힘든 일도 아니다.
그들은 전염병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액트업 샌프란시스코의 회원들은 여전히 환자처럼 투병 생활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한달에 한 번 있는 포트럭 그룹치료가 그 느낌을 더해준다. 그들 모두 독파한 책 <에이즈 컬트>를 파스쿠아렐리가 내게 빌려주었을 때는 문화의 주류가 어떻게 에이즈라는 개념을 받아들였는지를 알려주고자 한 것이었다. 이 책은 액트업 그룹의 입장을 훨씬 설득력 있게 전하는 것 같았다. 책에서는 ‘사회가 우리를 병자로 만들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전한다.
마지막으로 벨레파운테에게 물었다. 에이즈로 죽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제가 에이즈를 거부하고 있고, 제가 아프다는 걸 모르기 때문에 몇 년을 더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거 아닙니까? ”
글/ 짐 넬슨(Jim Nel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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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를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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