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02/2/13(수)
|
한겨레21] 도전받는 'HIV 이론'
한겨레21 기사시각 : 1999/01/21 21:57
[과학] 도전받는 'HIV 이론'
현대의학은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퇴치에 대한 부푼 꿈을 심어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 수년 동안 감염 억제 효과가 높은 치료제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사망률이 급속히 줄어들고, 에이즈 바이러스로 알려진 HIV의 은신처가 밝혀지기도 했다. 에이즈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성과만으로 세계적으로 3천여만명에 이르는 에이즈 환자들이 "죽음의 수렁"을 헤쳐 나오기에는 역부족이다. "기적의 치료제"로 알려진 것들도 성적 접촉으로 전염되는 에이즈 바이러스를 완전히 박멸시키지 못하는 까닭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에이즈가 HIV의 전염으로 발생한다는 "오래된 신념"마저 저명한 과학자들에 의해 도전받고 있다.
바이러스 발견 당사자도 의문 제기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인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는 에이즈의 시작과 끝을 의미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에이즈 환자인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오로지 HIV 반응을 검사하는 길밖에 없다. 혈액과 림프조직 내의 HIV 수치를 탐지해 감염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에이즈 항체 검사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엘리자 검사법"도 표준화된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HIV 감염 여부와 무관하게 양성 판정을 내릴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국내의 HIV 검사에서 오류가 발견되기도 했다. 6번이나 실시한 검사에서 세번은 양성, 세번은 음성 판정이 나왔던 것이다. HIV 검사의 신빙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HIV 가설을 비켜가는 사례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프리카의 일부 매춘부들은 HIV에 수없이 노출돼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다. 이들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메커니즘에 의한 자연 면역성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IV가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바이러스로서의 정체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HIV에 감염됐더라도 에이즈 증세를 일으키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10여년 동안 미국 내 동성연애자들의 60% 정도가 HIV에 감염됐다. HIV 가설에 따르면 지금까지 적어도 이 가운데 50%가 에이즈로 죽어야 한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 해마다 2%만이 치명적인 증상을 보였을 뿐이다. 이처럼 HIV 양성 반응자들의 사망률이 높지 않은 것은 HIV가 에이즈 발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HIV가 에이즈의 절대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에이즈 연구가들은 "HIV 가설"을 인정한다. 하지만 HIV가 어떻게 복제를 조절하고, 사람의 면역체계를 파괴하는가에 대한 "비밀의 문"은 아직까지 열리지 않았다. HIV 연구 성과는 HIV가 "게릴라 바이러스"로 마치 카멜레온처럼 끊임없이 자기복제한다는 게 고작이다. HIV 유전자와 입자를 구성하는 단백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속성과 라이프 사이클을 그려낸 수준인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마저도 인정하지 않는다. HIV의 "비밀 병기"로 인간의 면역세포에 결합할 수 있도록 하는 "단백질 코팅"도 평범한 세포 단백질일 수 있기 때문이다. HIV의 정체가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았기에 HIV 가설은 이런 협공에도 속수무책이다.
HIV는 지난 83년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뤼크 몽타니에 박사가 최초로 발견했다. 그뒤 15년이 흐른 지금, 뤼크 몽타니에 박사는 "HIV가 모든 에이즈 징후의 원인이라는 이론에는 너무나 많은 결점이 있다"며 다른 원인을 새롭게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에이즈 연구가들의 절대적 신념인 HIV 가설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93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케리 뮬리스 박사도 그런 주장을 펴고 있다. "만약 HIV가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과학적인 증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사실을 증명할 만한 논문은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적어도 에이즈가 HIV 감염으로 발병된다는 사실을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 HIV가 독립적인 실체라는 사실을 증명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HIV는 바이러스학과 면역학의 체계화된 원리에서 한참 떨어져 있다. 만일 HIV가 독립적인 실체라면 <>조직배양과 초원심분리기에 의한 정제가 가능해야 하며 <>일정 농도에서 물질의 전자현미경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역전사 효소함유 세포와 세포 전염성의 증거 등이 밝혀져야 한다. HIV 가설을 부정하는 에이즈 연구자들이 편집하는 <콘티누움>(continuum)은 이런 증거를 제시하는 연구자에게 1천파운드의 상금을 주겠다고 선언했지만 아직까지 상금은 그대로 적립돼 있다.
치료제 무기력. HIV 메커니즘이 관건
현재 시판중인 14종의 치료약은 HIV 가설에 따르고 있다. 하지만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HIV에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설령 치료약을 투여한 뒤 효과를 보이다가도 복용을 중단하면 재발하기 일쑤다. 특정 HIV를 파괴시켰을 때조차도 치료약에 영향을 받지 않는 HIV가 뇌나 고환, 소화관 등 인체 어딘가에 잠복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지난 96년에 개발돼 에이즈 환자들을 흥분시켰던 혼합약물 "칵테일 치료제"를 복용한 뒤 에이즈를 치유한 사람은 지금까지 단 한사람도 없다. HIV 가설 신봉자들은 에이즈 치료약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바이러스가 일종의 면역체인 T세포에 숨은 까닭이라고 믿는다. 최근에는 HIV에 감염된 비활동성 T세포를 죽이거나, 정상적인 T세포를 인체 내에 주입하는 방법으로 치료약을 개발하고 있다. 그런 치료약도 HIV의 돌연변이 메커니즘이 밝혀지기 전에는 HIV 억제제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 새로운 치료약에 대해 내성을 갖는 변종 HIV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가의 치료제에도 속수무책인 에이즈. 지금까지 쏟아진 HIV 억제 치료제로 득을 본 사람들은 어쩌면 제약회사였는지 모른다. 미국은 HIV 감염자들을 치료하는 데 해마다 무려 70억달러에 이르는 경비를 지출했고, 지난해 우리나라는 투약자 227명을 위해 정부와 자치단체에서 6억원을 지원했다. 그런 막대한 경비는 의도와 관계없이, 화학적 치료제의 부작용에 의한 "합법적 독살"을 일으키는 데 이바지한 혐의를 벗어나기 어렵다. 에이즈 치료제는 대부분 독한 화학적 성분으로 이뤄져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에이즈 발병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것을 제대로 밝혀내야만 탁월한 효과를 자랑하는 치료약과 백신을 기대할 수 있다. 지금까지 확실한 것은 에이즈가 HIV 감염으로 발병된다는 구체적인 증거도 없고, 그렇다고 에이즈 증후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는 것도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정확한 메커니즘을 모르는 게 결정적인 제약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운전자가 자동차의 구조를 제대로 몰라도 운전에는 지장을 받지 않는 것처럼. 하지만 갑자기 운전이 멈추거나 기체결함 등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대책을 세우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HIV 가설 신봉자들은 에이즈 환자들을 싣고 위험한 곡예운전을 감행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에이즈의 발병 원인이라는 HIV의 돌연변이.잠복.복제 등의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지 않은 가운데 치료약을 내놓고 있으니 말이다. "에이즈 연구를 위한 미국 재단" 설립자인 조셉 소나벤드 박사는 "어떤 다른 요인은 거들떠보지 않고 HIV가 에이즈의 원인이라는 가설에 매달리는 것은 비극"이라며 에이즈의 다원인설을 내세우고 "언론.출판물들의 일방적인 HIV에 대한 홍보는 에이즈관련 연구와 치료법의 심각한 왜곡을 불렀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죽음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에이즈는 산업사회가 낳은 또하나의 재앙이다. 일단은 거기에서 실마리를 찾는 게 필요할 것이다. 에이즈가 현대사회에서 창궐하는 이유는 비단 성적 접촉뿐만 아니라 인간의 면역을 약화시키는 "그 무엇"이 있기에 가능했으리라는 짐작이다. 예컨대 화학문명의 비약적 발달에 따른 독성물질의 범람과 인스턴트 식품의 대중화, 유전자 조작에 노출된 의식주의 일반화 등을 꼽을 수 있다. HIV 가설을 받아들이지 않는 일부 학자들은 환경에 흩어져 있는 변이원에 의한 바이러스 감염을 꼽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녹색원숭이를 비롯한 다른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에이즈바이러스로 변신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구체적인 증거로 다른 원인 입증해야
에이즈는 질병에 대한 면역결핍으로 일어난다. 면역이 결핍되면 에이즈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HIV 가설론자들도 바이러스가 에이즈의 필요충분 조건은 아니라는 견해에 수긍한다. 다만 결정적인 근거가 HIV에 있다고 내세울 뿐이다. 국내에서 소아아비 예방백신을 유전자에 조작해 에이즈 생백신을 개발한 한남대 배용수 교수(미생물학)는 "HIV가 에이즈를 일으키는 결정적인 이유이지만 총체적인 원인은 아니다"며 이렇게 말한다. "장기이식 환자들에게도 면역결핍이 일어난다. 그것은 HIV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에이즈는 HIV를 비롯한 몇가지 원인이 동시에 인체를 압박해 일으킬 수 있다. HIV가 최대의 원인일지라도 이와 함께 다른 원인도 계속 찾아내야 에이즈를 정복할 것이다."
에이즈에 관련된 HIV 가설은 성생활에 대한 엄숙한 도덕주의를 널리 유포했다. 일부에서 그런 사실을 아무리 "사기행위"라고 매도해도, 안전한 성교, 깨끗한 주사기 사용, 신약개발에 대한 기대감 등의 고무적인 현상마저 무시할 수는 없다. 더구나 아직도 많은 에이즈 연구가들은 HIV 가설을 "정설"로 확립하는 걸 목표로 HIV에 드리운 장막을 차츰 걷어내고 있다. 이에 비해 저명한 과학자들의 HIV 가설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은 구체적인 연구 성과가 없기에 메아리 없는 소수의 목소리에 그치고 있다. 적어도 HIV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만큼의 연구성과를 내놔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에이즈 원인설의 이단아들은 지금 그것을 준비해야 한다.
박좌행/ 객원기자,김수병 기자
|
에이즈를 고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