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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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20(목)
HIV 양성에서 음성을 받은 사람의 글입니다.  

삶의 시작님의 글입니다. HIV 양성 반응 후 그녀는 생을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용기 있게 다시 힘을 내 재검사를 실시했고, 음성을 받았습니다. 삶의 시작님이 회원 게시판에 남긴 글을 다시 읽어보도록 하지요. 에이즈 공포에 시달리는 여러분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던져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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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병원 다녀와서..  

서울대학병원에 가서 다시 한번 검사를 받았습니다.
결과는 다음 주에나 알 수 있다고 하더군요.
실은 결과는 하루만에 나오는데, 외래진료가 일주일에 한번이라서
다음 주에 다시 와보래요.  전화로는 결과를 알려줄 수 없다고 하구요.
환자 위주가 아닌 병원 편의대로의 방식에 화가 나더군요.
오늘 갑자기 검사를 받게 될줄 모르고 어제 맘놓고 먹었던 고기하며 라면이
맘에 걸렸지만 최대한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검사 받을려고 노력했습니다.
일주일 후에도 음성 판정을 받으면 보건소 검사는 안 받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병원에서 대단한 일이 있었답니다.
갑자기 한 구석이 웅성웅성 하더니 한 아주머니가 흥분해서 소리치시더라구요.
"여러분...." 이렇게 부르더니, "이 병원에서 방금 수술받은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다 죽어갑니다.  어려운 수술도 아닌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병원이 이 지경인데 여러분은 뭘 믿고 여기서 수술받으시겠습니까...."
순식간에 이목이 집중되고, 특히 아주머니는 원장 나오라며 울부짖었습니다.
소름이 돋더라구요.  누구 잘못이든간에 멀쩡했던 가족이 죽어가는 걸
보는 심정이 어떨까 하는 생각에요... 또 병원을 맹신하는 태도가 얼마나 위험한가...
저만 해도 그렇습니다.  일주일전 보건소에서 오라는 말 듣고 쪼르르 달려갔으면
어땠을까... 그땐 몸도 많이 안 좋았는데.  다행히 그날 바로 피검사가 안 된다고
다음날 오라고 해서 절박한 마음에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바라님을 만나게 되고...
그런 거 보면 인연이라는 거... 그런게 있는 것도 같습니다.

아무튼 오늘 하루 제게 잊지 못할 날이었구요,
강산님 소식이 많이 궁금했었는데...  궁금하긴 했지만, 결코 걱정이 되진 않았습니다.
잠깐 뵌 모습에서 에이즈 따위에 굴하지 않는 강인함을 느꼈거든요.
못다 한 얘기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

/

감사합니다...  

바라님의 축하글, 감사합니다.
방금 동생들과 케익을 잘랐습니다.
부모님께는 차마 말씀을 못 드렸지만 동생들에게는
그 동안 힘들었던 제 얘기를 했거든요.
같이 울고, 안타까워하고, 안심하면서...
오늘 새로 태어난 거나 다름없다며 축하해야 한다나요.

한 편으론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생각을 했고 깨달은 것도 많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몸도 훨씬 건강해졌습니다.  

바라님의 글 중에서 조금 잘못된 부분이 있어서 수정합니다.
처음 건강진단을 받았던 병원에서 "양성"이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고
처음엔 자세한 설명을 회피하고 그냥 보건소 지시에 따르라고 하다가,
제가 꼬치꼬치 캐묻자, 검사 결과가 애매했다고 했고,
제가 이 사이트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그게 엘리자 검사였냐고 묻자
그렇다고 성의없게 대답했습니다.  그후 함춘과 서울대학병원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오늘 최종적으로 서울대 결과를 듣고) 보건소에
연락을 했더니, 미안하다고 하더라구요.  실질적으로 보건소 검사는 안 받은 거죠.

서울대학병원에서 의사가 그러더군요.
때로 다른 항체로 인해 검사 결과가 부정확하게 나올 수 있다며
처음 검사결과가 그랬던 것 같다구요...
(기가 막혔습니다.  생명을 다룬다는 사람들이 이런 무책임한... )

아무튼
아무리 말해도 충분하지 않겠지만
힘들었던 제게, 결정적인 시기에 큰 힘을 주셨던,
바라님과 최강님께 감사드리고, 저에게 새 삶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제가 겪은 것과 같은 괴로움으로
밤을 지새우며 괴로워하시는 분들이 있을 줄로 압니다.
제가 이번 일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병원이 결코 완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류가 많은 검사를 통해 멀쩡한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는 곳이
바로 병원입니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입니까...
바라님 말씀처럼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또 우리에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에이즈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제가 자살을 생각했던 건 병에 대한 두려움 때문은 절대 아니었고,
단지 세상의 인식과 근거없는 자괴감과 억울함, 모멸감 이런 것 때문이었습니다.
제 스스로도 얼마나 엄청난 편견과 잘못된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겪어보기 전에는 어려운 일이지만요)
이 곳을 방문하는 분들을 시작으로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기를 희망합니다.

모두 모두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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