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ism)란 그 명사가 나타내는 내용을 중시하거나, 또는 그런 내용을 주된 특성으로 가진, 학설이나 사조나 운동이나 신념이나 태도나 경향임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이와 같은 정의는 대단히 포괄적인 범주이기에 심지어 개인의 소신까지도 주의로 다룰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철학적 의미는 보다 엄격합니다. 즉, 개인의 주관성이 개입할 여지를 배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태도나 경향 등은 모두 탈락됩니다.
다음과 같은 엄격한 차원에서 실존주의는 주의로 규정될 수 없습니다. 자본주의의 구조와 메커니즘에 대한 온갖 잡다한 회의주의가 엮여져 있는 실존주의는 하나의 경향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사회학적으로는 소부르조아적 계급적 이해를 담보한 개인주의의 한 경향이라고 규정됩니다. 굳이 칸트까지 소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칸트의 객관적 관념론과 자본주의(실존주의)의 객관적 관념론은 서로 다른 차원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실존주의에서 그 뿌리를 칸트 혹은 키에르케고르 등으로 소급할 뿐 역사적 정당성이 없습니다.
회의주의에 대한 제 의견을 님이 처음 들어보았다면, 그것은 1970년대 있은 실존주의 논쟁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님이 놀랐다면, 그 놀람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고 새로운 앎의 지평으로 님은 다가선 것입니다. 게다가 남한에는 소위 실존주의를 자처하는 사람이 없어서 논란이 될 것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