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자:조주숙
♧ 2001/7/4(수) 05:45
겨울 공사장에서  

  『공사중』 노란 쇠울타리 둘러친 후
지나온 길 한 언저리 잘라보면
겹겹 지층이 비밀처럼 드러난다
열수송 배관 파이프 깊숙이 묻고
그 위에 콜타르를 덧씌운다
한 치의 오차 없이 감쪽 같다
차선이 그려지고 방향 표시 화살표가 달려간다
입간판이 치워지고 다시 도로는 소란스레 깨어난다

퇴적층에 쌓인 지난 시절 끄집어내면
버려졌다는 설움이 응고된 시간
기다림의 무게에 압사 당한 지금도 서릿발 자라는 심장
그 어둠을 쓰레기 소각장에서 활활 사른다
맺힌 응어리 날아가고
타고 오르는 폐열
나뭇가지로 여기 저기 뻗어 나간다
뜨거운 피에 혈관이 활짝
차들은 따스함이 채 식기 전
화살표 따라 시원스레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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