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3/13(목)

[한국일보 시론] 에이즈 재평가를 위하여   [한국시론] 에이즈 재평가를 위하여 [한국일보]2007-04-30 10판 38면 1566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 지난해 미국수학회 소식지에는 수학의 다양한 분야에 업적을 남긴 서지 랭(Serge Lang) 예일대 수학과 교수의 사망을 기리는 특집기사가 실렸다. 특집기사는 수학자 10여 명이 랭 교수의 업적에 대해 언급한 것인데, 여기에는 랭 교수가 에이즈에 대해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논리적 오류를 지적한 내용이 빠지지 않고 있다. 에이즈가 약물남용으로 생겨나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주사바늘과 아날 섹스로 전파된다고 주장하는 버클리(Berkeley) 대학의 생물학자 듀스버그(Duesberg) 박사의 글도 특집기사에 나란히 실렸다. 수학자인 필자에게는 에이즈 바이러스를 발견했다는 연구자들의 추론과정이 논리적으로 허점이 있어 보인다. 1984년 4월 23일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진은 면역결핍증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찾아냈다고 기자들을 불렀다. 게다가 같은 날 그 바이러스의 흔적을 찾아내는 방법에 대한 특허까지 신청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논문은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들이 이 업적으로 노벨 의학상을 받게 될는지 궁금해진다. 마치 황우석 박사의 체세포 복제소 영롱이를 보는 것 같지 않은가. 랭 교수가 지적한 논리적 문제 중 하나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침투한 사람과 발병증상 사이의 연관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에이즈란 사람의 면역능력이 심각하게 감소하는 증상을 뜻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에이즈 바이러스라고 말하는데 HIV라고 이름 붙인 바이러스 단 하나가 에이즈 증상을 일으킨다는 미국 국립보건원측의 주장을 믿기 때문이다. HIV 양성인은 보균자를 뜻하고, 에이즈 환자는 발병한 사람 즉 발병자를 뜻한다. 미국에 100만 명 이상의 보균자가 있는데, 해마다 3만 명 정도가 사망한다는 것을 봐도 보균자와 발병자는 분명히 구분된다. 유엔 에이즈 기구가 발표한 미국 질병통제국의 2006년 자료를 보면 1980년대에 발병한 사람 중 15% 정도가 20년 이상 살아 남았다. 잘 읽어보기 바란다. 보균자의 85%가 사망했다가 아니라 발병자의 85%가 사망했다는 뜻이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발병하지 않은 감염자들도 소수지만 10% 정도 있다. 바이러스가 무진장 게으름을 피워서 1주일에 2배씩만 늘어나도 1 년 뒤면 10억의 100만 배가 되는데, 에이즈라는 중병은 20년씩 살아 남는다. 1996~2000년에 발병한 사람들은 3분의 2정도가 9년째 살아 있다. 전염성이 있다손 치더라도 전염 가능성이 극도로 낮다는 것은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하는 한국의 성매매 여성들 중에 보균자가 거의 없다는 것으로 상식적으로 확인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부시 행정부는 에이즈 보균자의 미국 입국을 허용하겠다고 지난 연말에 발표했다. 유엔 에이즈 기구의 자료에는 이미 알려진 HIV의 종류가 10가지가 넘는다고 적고 있다. 여기에도 논리적 오류가 있다. 10가지 중에는 유전정보가 60%나 서로 다른 것들도 있다. 종류가 그렇게 늘어난 이유는 간단하다. 면역결핍증 환자에게서 나온 것은 모두 HIV 변종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원인 바이러스의 종류가 이렇게 많다면, 아직껏 단 한 사람도 완치하지 못했고, 원인에 대해서조차 아직까지 이론이 있다면 그것을 재검토하는 것이 상식이 아닐까. 한상근 한국과학기술원 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