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6(목)
청소년을 에이즈로부터 보호하자는 주장의 위선  

청소년을 에이즈로부터 보호하자는 주장의 위선

에이즈를 예방하자고 주장하는 자들이 자주 들먹이는 주장 중에는 "에이즈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슬로건이 있다. 겉보기엔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 주장의 앞과 뒷면에는 뭐가 있을까. 슈퍼맨의 빨간 팬티처럼 위선과 기만이라고 불리는 생쥐가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해부해보고 싶은 생쥐일 지도 모를.

청소년이란 과연 어떤 사회적 존재일까? 청년과 소년 사이의 과도기적 정체성라고 설명되는 이들의 개념은 도대체 무엇일까? 학자들마다 연령별로 청소년 시기를 구분하는 방법이 다르며, 법률적으로는 더욱 까다로운 이유는 무엇일까? 담배 살 수 있는 나이와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 선거권을 획득할 수 있는 나이, 결혼을 할 수 있는 나이, 군대에 가야 할 나이, 취업을 할 수 있는 나이 등등.

연령으로 청소년을 구분하는 이유는 이것밖에 청소년을 규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연령으로 청소년을 규정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오늘날 사회에서 선거권을 부여받는 18세가 어른이 되는 기준이라고 가정한다면, 학교에 늦게 갔던 사람은 청소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학교라는 집단 때문에 청소년의 범주에 들어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 사회에서는 소위 정상적인 사회 집단에 소속되지 않는 장애인에게는 청소년이란 말을 붙이지 않으며, 놀랍게도 이것은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례 관습적이다.

장애인에게 청소년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니! 그 이유 역시 아주 간단하다. 흔히 장애인은 취업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이 거치게 되는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집단 및 과정을 체험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체험할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게 정확한 설명이다.

달리 말하자면, 한국에서 청소년이란 노동자가 되고 군대에서 총과 폭약을 다룰 수 있을 수준의 사회적 학습 과정을 밟고 있는 13세 이상 20세 이하 사람을 의미하며, 노동 가치가 없는 사람은 장애인이란 딱지가 붙은 채 청소년이란 특이한 집단으로부터 소외당한다.

그렇다면, '청소년'이란 오래된 단어일까? 물론, 아니다. 100년도 채 안 된 신생 단어이며, 아프리카 대륙의 빈곤한 국가나 동남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의 가난한 사람들 중 대부분은 '청소년'이란 단어를 들어본 적도 없을 것이다. 이들 국가에서 필요한 노동은 광업이나 농업 등 단순한 1, 2차 산업에 불과하기에 8세 이상 노동 가능한 아이들은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예 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국가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아이들을 교육시킬 만큼 가치가 있는 고부가치 산업이 없기 때문이다.

노예산업이라니, 감이 안 잡힐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우리는 노예제가 끝났다고 믿고 있는 데. 하지만 지금 이 순간도 노예가 되어 착취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들으면 화가 날 것이다. 청소년을 에이즈로부터 예방하자고 떠드는 자들은 제3세계 국가의 아이들 수백만 명이 납치를 통해 인신매매를 당하고, 가난한 부모로부터 팔려 농업, 광업, 소규모 공업, 섹스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걸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이렇게 일찍부터 노예노동을 당한 아이들은 보통 20세가 되면 육체적으로 쇠락하여 일을 할 수가 없는데, 그때서야 비로소 '자유'를 얻게 된다. 노예 노동은 미국에서도 한참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캘리포니아 오렌지는 멕시코에서 건너 온 불법 이민자들에게 하루 일당으로 단 돈 5불을 지급하고, 하루 12시간 이상 일을 시켜서 따낸 것이다. 어쨌든, 자본가에게 아이들은 가장 효율적인 노예임이 분명하다. 채찍과 억압으로 말 잘 듣는 맹목적 기계로 변화시킬 수 있기에.

참고로 교과서에 없는 상식 하나 더 알려주자면, 미국에서 노예제는 남북전쟁이 끝나고 난 뒤 노예제 폐지를 선언한 합중국 수정헌법 제13-15조가 성립된 후에도 실질적으로는 100년 동안 유지되었다. 심지어 1940년대까지 남부의 흑인들은 노예제가 끝났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정부가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북 전쟁이 '노예해방전쟁'이라고 알려진 이유는? 링컨을 앞세운 북부의 신흥 대자본가들은 당시 남부와 북부를 중앙집권하는 강력한 연방체제를 원했는데, 노예해방은 전쟁의 명분을 세우는 한편 전략적 의의상 남부을 분열시키기 위한 수작에 불과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보자. 에이즈로부터 청소년을 예방하자는 슬로건을 외치는 자들에게 청소년은 비단 국내 청소년에만 국한되는 게 아닐 것이다. 이 정도 슬로건을 외칠 수준의 지능은 이미 '글로벌'하지 않은가. 미국, 아프리카 대륙 운운하며.

내가 생각하기에 이 자들은 아프리카를 수많은 국가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대륙이 아닌 하나의 국가로 인식하는 것 같다. 이 자들의 글 중 그 어디에서도 '아프리카 대륙'이란 단어를 본 적이 없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 이 증명은 뒤에서 또 강조하니 주목해서 읽어두길 부탁한다.

그렇다면, 이른바 아름다운 청소년 시기를 강제적으로 박탈당하고 있는 노예를 포함한 수천만명에 달하는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어린 놈들은 섹스하지 말고 딸딸이나 쳐.'라고 말하고 싶을 지도 모른다. 실제로 1996년 인도에서는 자위를 권장하는 공익광고가 선보였다. 인도야말로 양탄자를 짜고, 축구공을 깁는 등 어린이 노예가 판치는 대표적인 노예국가가 아닌가. 하지만 이 자들이 주장하는 성인의 나이, 즉 21세가 되면 아이들은 공장에서도 추방당하는 퇴물이 되어 있다. 즉, 육체적 연령은 60-70세인 21살 먹은 성인인 셈이다.

하지만 한국은 노인에 대한 아주 이상한 예절관념을 갖고 있어서, 60대 이상의 노인이 자위를 하거나 섹스를 하는 것을 불결하게 받아들이거나, 미풍양속에 어긋난다고 단정내린다. 그래서 노인들의 성 문화를 다룬 영화 [죽어도 좋아]가 한때 상영 불가 판정받는 촌극이 빚어졌던 것이다.

그럼에도 청소년 에이즈 예방을 외치는 자들은 인도에서 육체적 연령이 60대가 되어서야 자유를 얻은 20대 노예가 자위를 하는 것은 아주 '합리적이며, 도덕적'이라고 말을 흘린다. 그런고로 이 자들의 도덕관념은 원래 에이즈와 아무 상관이 없을 것이다. 섹스라는 <죄악>이 청소년에게 물드는 것을 경계하는 YWCA 아줌마들과 비슷할 상념을 공유하고 있을 뿐이다.

원래 시비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내 말에 토를 달지도 모른다. '우리는 에이즈를 증후군으로 생각하지 죄악이라고 생각치 않아요.'라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놀라운 발전임이 분명하다. 에이즈 이데올로기를 개발하여 미국의 동성애자 운동을 비롯해 민권 운동 전반을 짓밟았던 미국의 전 우두머리 레이건은 HIV 양성인을 위해 경제적 지원을 하자고 건의한 아내 낸시에게 이렇게 말했다. "죄악 속에서 산 사람은 죄악 속에서 죽어야 한다."

말이 나온 김에 '청소년 에이즈 예방'을 강조하는 자들의 논리가 어떤 구조로 엮여져 있는지도 살펴보는 게 좋겠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순결이며 동성애 절대 금지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유가 에이즈가 '동성애자 돌림병'라는 신화를 믿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의 믿음 저편에는 동성애가 개나 말과 성관계를 맺는 수간 혹은 '성적으로 문란한 자'와 같다는 신념이 뿌리 박혀 있으며, 그렇기에 동성애자를 굳이 폄하하기 위해 고상할 때는 '동성연애자'라 하고, 속으로는 '호모 새끼'라고 부른다. 이 자들은 자신의 아들이나 딸이 '나 동성애자에요.'라고 커밍아웃을 하면 아마 1-2년 안에 속병이 생겨 죽거나, 의절할 지도 모를 중증 인격 장애인이다.

순결 이데올로기를 펼치는 방법은 아주 흥미롭다. 로마 카톨릭 교회에는 오래 전부터 외계인, 마르크스주의, 에이즈를 연구하는 학술모임이 있는데 에이즈를 연구하는 모임에서 내린 결론은 '콘돔이 에이즈를 확산시킨다.'였다. 즉, 콘돔 사용을 널리 알리는 민간 차원의 운동이 전개되면 섹스를 옳아매고 있던 관념의 자물쇠가 벗겨져서 [안전한 섹스], [임신 가능성이 차단된 섹스]의 유령이 지구를 떠돌게될 것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이렇게 말하나, 저렇게 말하나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섹스를 많이 하면 할수록 에이즈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콘돔은 안 된다.'

그래서 이들은 닫히고 폐쇄적인 성교육의 폐해 및 미디어에 의해 성 문화를 빠른 속도로 흡수한 아이들의 낙태율을 단순히 '에이즈 공포'를 주입시키고 '순결서약서'를 받아내는 걸로 만족하고자 한다. 순결서약서 천만장을 받아내면 하느님이 상장을 주는가? 그 동안에도 낙태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고, 아기는 해외에 입양되고 있으며, 팔 수 있는 아기가 있는 덕분에 정부는 자잘한 수입이지만 달러를 국고에 채우고 있다. 최근 독일에서 고등학교에 콘돔 자판기를 설치하려고 하자, 유일하게 반대했던 세력도 바로 교회였다.

따라서 '청소년 에이즈 예방'에 관해 한국의 에이즈 예방 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이중적인 기준은 딱 이 정도 수준이다. '얘들은 집에서 공부나 하고 부모 말씀이나 잘 듣고 살어. 밖에 나가서 질 나쁜 얘들이랑 사귀고 같이 놀면 에이즈 걸려. 알았지! 자, 여기 순결서약서에 지문 찍어.' 그러고나서 이태원에 출동해 후원받거나 정부지원금으로 구입한 콘돔을 지나가는 얘들에게 나눠준다. '에이즈 조심해야 합니다.'라면서.

따라서 내가 섹스를 많이 하면 에이즈에 걸린다고 주장하는 자들의 머리 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호기심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아인슈타인이라는 이름 중에서 슈타인이 독일어로 '돌'이라는 뜻인데(조상이 석공이었기 때문이다.), 이 대단한 돌머리 속에 '상대성 이론'이 들어 있었던 걸 보면 '에이즈'라는 대단한 형이상학 가설을 신봉하는 이 자들 역시 비슷한 머리를 가진 게 아닐까. 에구, 아인슈타인이 화 낼라.

앞서, 이 자(계속 '이 자'라고 불러서 미안하다. 하지만 청소년을 에이즈로부터 보호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의 사회적 위치가 워낙 다양해서 간략히 통칭한 것이다.)들이 아프리카를 하나의 국가로 인식한다는 말을 했던 걸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요즘 시대 사람들의 기억력은 워낙 나뻐서 점심에 뭘 먹었는지도 기억 못 하는 사람도 있기에 그냥 물어보았다.

그런데 이 자들 역시 에이즈를 '질병'이라고 생각한다. 잘난 체 하고 싶을 때는 '증후군'이란 단어도 사용하지만, 증후군 역시 질병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 나라 교육 수준은 이 자들이 모두 끌어 내리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남한보다 영어를 더 잘한다는 외신보도를 접하자마자 길길이 날뛰며 문교부를 욕하던 자들이 이 자들인데.

문제는 이 자들이 지금껏 살아오면서 '에이즈'란 단어는 수 천번도 더 집어 삼켰지만, CDC의 에이즈 카테고리는 단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는 데 있다. 맨날 '에이즈, 에이즈'하면 자신이 전문가가 다 된 것처럼 느껴지고, 뭘 모르는 대중들은 '전문가인가 보다'고 귀를 기울이지만, 에이즈 과학자들이 말라리아와 결핵을 대표적인 에이즈 질병으로 손꼽고 있다는 건 모를 것이다.

따라서 섹스를 많이 하면 에이즈에 걸린다는 말이 논리적으로 맞다면, 섹스를 많이 하면 말라리아나 결핵에 걸린다는 '의학적 소견'이 성립되는 것이다. 하긴 작년에 교황은 섹스를 많이 하면 암에 걸린다고 주장했으니, 하느님과 가장 친한 사람이나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이나 에이즈만큼은 의견의 일치를 본다. 또 하나 일치하는 것도 있다. 공부를 안 한다는 그것.

이제 정리해보자. 처음에 우리는 '청소년'이란 단어가 생긴 지 얼마 안 된 형이상학적 개념이란 걸 알았다. 그리고 전세계 인구의 1/3이 똥 닦을 때 화장지를 쓰지 않는 것처럼, 전세계 1/3에 해당하는 국가에서 수백만명의 어린 아이들이 '청소년'이 아닌 노예로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노예'란 문학적 표현이 아니라 우리의 허리 아래에 존재하는 거시기처럼 실제적인 것이다.

또한 우리는 청소년을 에이즈로부터 보호하자고 부르짖는 혹은 애교스럽게 소곤거리는 사람들이 에이즈에 대해서 아는 건 '이건 걸리면 흉칙하게 죽어가는 죄악'이라는 상념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다행스러운 건 평소 전문가인 척 했던 자들이 알고보니 '뽀로꾸'였다는 것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교황이 "외계인은 존재한다."고 고뇌에 찬 양심선언을 했던 것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에이즈는 과학적 범죄이며 전 인류에 대한 사기행각이었다."고 고백하길 기대해볼 수 있다.

에이즈가 왜 과학적 범죄냐고? 진실을 알고자 하며, 보다 높은 인식 수준을 갖고자 하는 사람만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 수 있을 것이다. 활짝 열든, 서서히 열든 그건 개인의 역량 차원에 불과하다. 유태인 랍비가 바보 아들에게 장례식에서 쓰이는 기도문을 외우게 한 것은 아버지가 죽을 때쯤이면 기도문을 다 외울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처럼 아무리 늦게 이해하는 사람도 그가 죽기 직전에는 이미 상식이 되어 있는 진실의 승리를 목격해야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한 [에이즈를 고발한다] 코너는 24시간 개방되어 있으니까, 자위를 하다가 손가락이 삐지 않았다면 누구나 들락날락거릴 수 있다. 이 코너를 나갈 때는 자신이 인상 깊게 읽은 글 하나쯤은 호주머니에 챙겨넣기를 바란다. 다른 웹사이트에 퍼뜨려 더 많은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과 양심을 일깨워야 하기에.

호주머니에 챙겨넣는 방법 : 마우스 오른쪽 버튼 누르면 '전체 선택'이란 글자가 보인다. 전체 선택을 클릭한 뒤 다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복사'라는 단어가 보일 것이다. 복사를 선택하라. 이 과정은 불과 2-3초 정도밖에 안 걸리니까, 남녀노소 애용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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