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2/13(목) |
에세이] 에이즈는 없다 1 2000년 [오마이뉴스]에 실렸던 글입니다. 에이즈와의 싸움에서 의사들은 항복을 선언했다 21세기, 우리 인류는 에이즈라는 수소폭탄 1000개에 비교될 만한 가공할 만한 숙제 앞에 홀라당 벗겨진 채 놓여 있다. 곧 14세기에 페스트로 유럽에서 죽은 사람의 수를 넘어설 거라는 공포스러운 전망 앞에 에이즈로 인해 죽은 사람만 해도 지금까지 1천600만 명 이상이라고 세계보건기구는 보고한다. 감염자 수만 해도 3천36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집계되고 있다. 이 정도면, 남한 인구 전체와 맞먹는 숫자이다. 소리없는 세계대전이다. 서부전선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에이즈군단은 관계기관과 의사들이 협력해서 설치한 콘돔과 수십 가지가 넘는 치료제 그리고 예방을 홍보하기 위해 뿌려진 산더미같은 팜플렛의 마지노선을 가볍게 통과한 지 오래되었다. 종횡무진 죽음의 칼을 휘두르는 에이즈! 그러나 똑똑하다고 두말하면 잔소리인 의사들도 이미 에이즈를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약은 없다면서 항복을 하고 말았다. 다만,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고백할 뿐이다. 이왕에 의사들의 입을 빌려 이 기가막힌 사실을 확인해보자. "면역체계 전문가인 로버트 실치아노는 ...'이는 바이러스의 활동을 중단시킬 수도, 완전히 퇴치할 수도 없음을 의미한다'며 ..." (중앙일보/1999/4.27) 이 점과 관련해서, 유엔 산하 에이즈 국장인 피터 피오트는 이른바 '99년 세계에이즈 계획'을 출범시키면서 "남성들이 에이즈 억제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역설했다. 다시 말해서, 성관계 시 콘돔 사용을 의무적으로 해주길 바란다는 뜻이다. 에이즈로 죽은 사람 그렇게 많다면? 99년 세계보건기구는 에이즈가 지난해 결핵을 추월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전염성을 보였고, 작년 한 해에만 최소한 228만 명이 이로 인해 숨져 치사율은 4위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아프리카의 경우 사망원인 1위이고, 한편 에이즈와 결핵, 말라리아 등 3대 질병은 매년 개도국에서 3억 명의 감염자와 500만 명의 사망자를 낳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통계수치가 아닐 수 없다. 사슴처럼 감수성이 높은 사람에게는 이 통계만 봐도, 환자의 신음소리와 유족들의 울부짖음이 들릴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닐 테니까. 남한에도 에이즈주의보가 떨어졌다. 99년 6월말 현재 남한의 HIV감염자 수는 964명으로 정부는 발표했다. 하지만 에이즈 예방협회에서는 "실제로는 이의 수배에 달하는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령, 인도의 경우 지금까지 HIV감염자가 소수라고 우기다가 지난해 결국 400만 명이라고 실토하지 않았던가. 또한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정부공식통계 곱하기 10'을 해서 실제 환자 수를 추정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보더라도 수천 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측이 결코 과장된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이 정도의 감염속도라면, 22세기가 오기 전에 인류의 생명시계는 멎고 말 것이다. 생각해보라. HIV 바이러스가 발견된 게 1983년인데, 지금 에이즈 환자 및 HIV 보균자 수는 전세계 인구당 1/10이다. 겨우 17년만에 역병이 이 정도까지 파급되었다면, 향후 100년 후에는 인류가 멸종해야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세계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 그건 엄연한 사실이다. 벌써 60억 명을 돌파하지 않았던가. 아프리카의 출산율도 여진히 높다. 임신가능한 연령의 흑인 여성들은 소위 HIV 바이러스에 전염된 아기들을 계속 낳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아프리카 정부는 일종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즉, 현재 노동가능한 연령대는 사망하고 있는데, '오염된 아기'들만 생산되고 있으니 이야말로 환장할 노릇이 아니겠는가. 이 문제에 관한 한 아프리카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동남아시아도 비슷한 곤혹을 치루고 있다. 이른바 에이즈 고아라고 하여, 에이즈로 인해 사망한 부모 및 부모로부터 에이즈에 전염 및 감염된 아이들이 대규모로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 아이들의 신세는 볼짱 다 봤다고 해도 심한 말은 아니다. 사회적 냉대와 차별 속에 고아원에 격리되어 살아가야 하니 만큼.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유럽과 미국 등 서방은 이 문제와 전혀 상관없는 듯이 보여지고 있다. 이들 나라에는 에이즈 환자가 소수에 불과한가? 아니면, 특별 격리 수용소가 별로로 설치되어 있다는 의미인가?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건 전혀 설득력이 없다. 에이즈 환자의 사망률과 노동가능한 인구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으며, 이건 정부의 가장 큰 관심거리가 될 것이다. 그리스의 경우 잦은 음주가 노동력 재생산에 도움이 안 된다면서, 밤 12시 이후에 술 판매를 제도적으로 금지시킨 적이 있을 정도로 노동력 재생산에 대한 각국 정부의 노력은 비상하다. 게다가, 앞서 통계가 증명하듯이 사망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출산률은 사망률을 상쇄하지 못할 것이다. 출산된 아기조차 에이즈에 전염되어 있지 않은가. 이러한 설명할 수 없는 괴리감은 반대급부로 통계와 현실이 엄밀히 다르다는 것을 반증할 뿐이다.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무지에 대해~ 에이즈에 대한 일반 대중의 무지과 편견은 기가 막힐 정도이다. 당장 내 문제가 아닌데! 하면서 편견과 무식은 쉽게 정당화된다. 소위 에이즈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수준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일반 대중에 의해 신화처럼 믿어지고 있는 무식과 편견의 출처가 어디에 있겠는가. 전문가들의 머리 속에서 나온 것이다. 이제부터 제대로 알아보자. 무엇보다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에이즈는 성병이 아니다는 점이다. 보통 에이즈에 걸렸다고 하면, 번득 드는 머릿 속 생각이 '문란한 성생활 혹은 동성애자'이다. 이와 같이 터무니없는 생각들은 순전히 의사들과 언론사 그리고 지배계급들이 창조한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사실 섹스만큼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는 또 없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 매춘이라는 사실도 있거니와 PC통신과 인터넷에서 최고의 조회수와 접속률을 자랑하는 것은 당연히 SEX와 관련된 주제 및 사이트이다. MP3 열풍이 오기 전까지 야후와 심마니 등 검색엔진의 키워드에서 단연코 1위는 SEX였으며, 과거 3대 PC통신사를 주름잡았던 신정모라의 독설 또한 매번 조회수 1000을 쉽게 넘기곤 했다. 그녀의 독설이 SEX와 관련된 주제였음은 읽어본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에이즈 역시 SEX라는 주제 위에 세워진 거대한 바벨탑이다. 1983년 문제의 HIV 바이러스가 발견된 후 이 질환을 연구하던 의사들은 HIV가 성교 후 감염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특종을 언론사들이 놓칠 리 없다. 'SEX = 에이즈'라는 악의적으로 오도된 공식은 전파를 타고 순식간에 전세계로 번졌으며, 그후 에이즈는 코카콜라나 르윈스키의 이름처럼 삼척동자도 줄줄 외는 유명인사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에이즈가 SEX와 연관이 없었다면, 이처럼 유명해지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왜냐하면, 교통사고나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률은 에이즈로 인한 사망률을 휠씬 능가하며, 이외에도 암에 의한 사망률도 실로 엄청난데 우리는 암의 종류에 대해 줄줄이 외우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에이즈는 동성애 돌림병인가? 한편 동성애자의 병이다, 즉 게이 돌림병이라는 고의적인 편견은 HIV 감염의 각 요인들이 구체적으로 발표되면서,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람들의 대부분은 '에이즈 = 게이'라는 공식에 무의식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이러한 편견을 고무하고 유포하는 작자들이 소위 에이즈를 예방한다는 각종 협회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들은 게이돌림병이 아니라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이즈에 걸린 게이의 수가 많다는 이유로 게이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또 발표한다. "한국에이즈연맹 집계 국내의 동성애자는 11만 명 가량으로 추정되며 이들은 주로 게이바나 극장, 공원 등에서 교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이즈연맹은 9일 [한국 동성애자에 관한 사회학적 연구조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경향일보/98/1.12 그러나 게이에게서 에이즈가 많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생각 자체가 쓰레기 같은 편견이라는 점은 논리 전개상 뒤에서 설명하기로 하고, 우선 게이돌림병이라는 주장 자체가 정치적인 편견에서 나왔음을 우린 알 필요가 있다. 처음 HIV 보균자가 발견되었을 때 미국의 레이건 정부는 동성애자들을 억압하고 제어하는 수단으로 에이즈와 동성애를 연관시켰다. 그 이유는 그 전부터 동성애자들을 자본주의의 메커니즘과 사회적 통제를 위협하는 골치 아픈 인간 혹은 집단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동성애는 사회적 통제의 가장 기본 코드인 가족 이데올로기를 위협한다. 가족이데올로기의 중요성은 지난 IMF 당시 김대중 정부의 소위 사회안전망 구축을 보면 알 수 있다. 실업의 위기는 가족관계를 위태롭게 했으며, 노숙자는 수십만 명에 달했다. 한나라당의 이신범 의원은 가족의 와해는 사회적 폭동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에 이른다. 실업자가 500만 명에 이르러자 부랴부랴 실업기금이 조성되었는데, 그것은 와해지경에 이른 가족이데올로기를 회복시키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처럼 체제의 근간이 되는 가족(이데올로기)을 위협하는 동성애자는 묵과할 수 없는 존재라고 레이건은 확신했던 것이다. 나아가 동성애는 노동력의 재생산을 위협한다. 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인 이윤과 경쟁, 축적은 노동력에 대한 착취에서 발생한다. 또한 잉여 노동력은 임금을 하락시켜 자본가에게 더 많은 이윤을 안겨다 준다. 그런데 동성애자들은 결혼을 해도 아이를 갖지 못한다. 이것은 가족관계의 재정립 뿐만아니라 착취체제의 메커니즘을 정면에서 위협하는 수준인 것이다. 레이건이 에이즈라는 무기를 갖고 동성애자들을 공격한 것은 곧 자본가계급의 의지를 대행한 것이며, 레이건의 이러한 정신나간 정책은 -치매증세로 인해 진짜 정신나갔지만- 에이즈가 게이돌림병이라는 말도 안 되는 공식을 대중에게 주입시킨 결정적인 공로였다고 할 것이다. 그때 당시 미국정부 및 언론에서 주장해 온 소위 게이돌림병에 대한 자료를 안타깝게도 찾아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아쉽지만, 6년 전 한국일보의 기사를 보면서 1980년대 당시 미국 동성애자들이 당해야 했던 모욕을 간접적으로 느껴보자. "동성애, 불결한 성교, 난교는 에이즈와 아메바증 같은 성 감염 등을 걷잡을 수 없이 전파시키는 가장 분명한 통로이다. 혐오감과 기피의 대상으로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채 은밀한 확산을 거듭해 이제 국내의 동성연애자들은 전체 남성의 10%, 여성의 3%선에 이를 것이라는 놀라운 추산이 나온다. 이를 개인의 문제로 방치한다면 우리도 에이즈 감염의 폭발현상을 겪게 될 것이다." -한국일보, 1994,8.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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