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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 에이즈 치료제 임상실험’ 만행의 주체는?  

[미디어흘겨보기]‘어린이에 에이즈 치료제 임상실험’ 만행의 주체는?


이승환 기자 / hwan@dominilbo.com

한겨레, 명확히 ‘미국’ 명시·사진도 실어

- 영화에서나 봄직한 ‘세기적 만행’이 미국에서 벌어졌다. -

지난 6일 인터넷 언론인 프레시안(www.pressian.com)에 김양구 기자가 쓴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3개월~5살 사이의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AIDS 치료제의 임상실험’. ‘세기적 만행’의 구체적인 내용이다. AIDS 치료제가 잘 듣는지 어린이들에게 실험했다는 것이다. 실험용 흰 쥐 대신에 어린이에게 투약했다. <미국-다국적제약사, 어린 고아들에게 ‘마루타 실험’ 만행>. 이 기사의 제목이다. ‘마루타’. 20세기, 인류의 가장 큰 치부중 하나를 2004년 ‘어린이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 재생산 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인권운동가 리엄 셰프가 지난 1월 ‘생체 시험’에 대한 탐사보도(http://www.aimultimedia.com/aidsmythexposed/arc_pages/liam_child_article.html)를 인터넷에 올려 폭로한 데 이어, 지방지인 <뉴욕포스트>가 2월말 기사화하면서 드러났다.

김 기자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일요판인 <옵서버>의 기사를 인용했다. 옵서버는 지난 4일 미국 뉴욕의 AIDS 바이러스 보유자 전문 요양시설인 ‘인카네이션 어린이 센터(Incarnation Children's Centre)’가 1989년 설립 이후 2002년까지 영·유아 100명에게 주로 AIDS 치료제의 독성과 안전성, 내성들을 검증하는 임상실험을 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서울지역신문은 지난 6일 이 소식을 전했다.

◇사건의 주체가 애매하다

한겨레는 6일자 14면에 배치한 <국제>면에 4단으로 기사를 올렸다. <미, 어린이에 에이즈 임상실험>이라는 제목을 썼다. 부작용으로 피부열반 증상을 보이는 유아와 투약을 거부하는 어린이들에게 강제로 위벽을 통한 튜브 삽입 수술을 한 어린이의 사진도 썼다.

중앙일보는 6일자 17면에 <고아들에 “에이즈藥 시험”>이라는 제목으로 2단 기사를 썼다. <유명 제약사들, 뉴욕市 보호시설 아동 대상>이라는 부제를 썼다. 사진을 쓰지는 않았다. 조선일보는 19면에 2단으로 썼다. <美서 고아들에게 에이즈 백신 실험 물의>라는 제목을 썼다. 역시 사진은 없다.

우선 세 신문의 보도를 살펴보면 사건의 주체를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다. 한겨레는 제목에 ‘미’라는 주어를 써서 이번 사건의 주체가 미국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반면 <고아들에 “에이즈藥 시험”>이라는 중앙일보의 제목은 주체를 분명히 알 수 없다. <유명 제약사들, 뉴욕市 보호시설 아동 대상>이라는 부제는 오히려 유명 제약사들만 이번 사건의 주체인 듯한 인상을 준다. 제목만으로 보면 ‘뉴욕市’는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 지나지 않는 듯 하다.

<美서 고아들에게 에이즈 백신 실험 물의>라는 제목을 쓴 조선일보 역시 ‘美서’라는 표현을 씀으로써 제목만으로 사건의 주체인 ‘뉴욕시 아동보호청’이라는 정부 기관을 짐작하기에는 어렵게 만들었다. 그나마 중앙·조선일보 모두 기사에서는 ‘뉴욕시 아동보호청의 승인 하에’라는 내용을 넣었다.

동아일보는 이번 생체실험에 대한 보도가 없다. 6일자 동아일보 12면에는 <‘敵의 敵’이 敵으로…미 당혹>이라는 제목의 이라크전 관련 기사가 머리에 올라와 있다. 인도네시아 총선 관련 소식과 알카에다가 스페인이 이라크에서 철수할 것을 경고한 내용을 옆에 세웠다. 13면은 9·11테러 진상조사위원회에 부시 대통령이 체니 부통령과 함께 나가기로 한 것을 미 언론이 비꼰 내용이 머리기사다. <“재선 노리는 부시, 이곳이 약점”>이라는 제목으로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그래픽 기사도 넣었다(조선일보도 같은 기사 사용). 아래에 4단 상자 기사의 제목은 <‘미녀 몸 위에 성찬’ 中에도 등장>이다.

◇문제는 다시 이라크

앞서 언급한대로 프레시안에서는 이번 사건을 ‘만행’으로 규정했다. 신문들이 보도를 통해 ‘미국이 나쁜 짓을 했다’며 독자들에게 고자질을 했다고 생각해보자. 한겨레가 아주 적나라케 잘못을 들췄다면(사진까지 써가며),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적당히 알린 셈이다. 동아일보는 모른 척 했다고 보면 되겠다.

‘미국이 개입한 문제에 대한 보도가 이런 차이를 보인다면?’. 이런 의문을 가지고 최근 다시 개전 위기가 감도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보도를 살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난 9일 이라크 무장 단체에 납치되어 공포에 떨고 있는 일본인 사진을 1면에 쓴 서울지역신문들이 어떤 사진설명을 쓰고, 어떤 기사들을 1면에 배치했는지.



* 경남도민일보는 언론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신문입니다.
기사게재일자 : 200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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