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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유전자 치료 - 모두 사망 유전자 치료, 치명적 상처 시술환자 잇단 사망으로 비관론 대두… ‘꿈의 의술’로 여기기엔 아직 이르다 성공만 하면 암, 에이즈, 유전병 등 무엇이든 고칠 수 있고 심지어 아기도 디자인하는 시대를 열 것으로 잔뜩 기대를 모았던 ‘꿈의 의술’ 유전자 치료가 빛좋은 개살구가 아니냐는 비관론이 급속히 고개를 들고 있다. 치료 시작 10년이 넘게 성과를 거두지 못하다가 마침내 치료를 받던 건강한 환자가 숨지는 일까지 벌어져 미국이 떠들썩하다. (사진/유전자에 레트로바이러스(녹색 부분)를 운반체로 끼워넣는 모습) 미국 의료의 중심지인 보스턴에서는 지난 2월7일 베스 이스라엘 병원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유전자 치료를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이 병원은 12명의 혈우병 환자들을 상대로 유전자 치료를 해왔다. 책임자인 마이클 로젠프라트 박사는 “특별한 정보나 의학적인 사건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좀더 시간적 여유를 갖고 검토하기 위해 실험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서 치료 중단 조처, 윤리적 문제도 드러나 하지만 이번 유전자 치료 중단 결정은 앞으로 튈지도 모르는 불똥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조처로 현지의 언론들은 보고 있다. 지난해 여름 이 병원에서는 유전자 치료를 하던 6명의 환자들 가운데 3명이 죽었다. 실험대상자들이 몇주 또는 몇달밖에 살지 못하는 말기 암 환자들이어서 죽음이 유전자 치료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병원은 이를 국립보건원에 보고하지 않은 문제로 그동안 조사를 받아왔다. 베스 이스라엘 병원의 유전자 치료 중단 발표 다음날인 8일에는 클린턴 대통령이 유전자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어떤 위험이 있는지 신속히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그는 “많은 미국인들처럼 나도 실험적인 유전자 치료가 지닌 위험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한다”며 “어떤 과학자들은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도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1월21일 미 식품의약국(FDA)은 펜실베이니어대 의과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는 8건의 유전자 치료를 무더기로 중지시켰다. 이 대학병원에서 지난해 9월 젊은 청년이 유전자 치료를 받다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병원이 쉬쉬하자 부모가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고, 6주 뒤에야 조사가 시작됐다. 식품의약국의 조사 결과, 병원쪽이 환자에게 치료에 따른 위험을 미리 설명하고 동의를 받는 절차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미국에서 치료 목적의 유전자 치료는 식품의약국, 연구 목적의 유전자 치료는 국립보건원(NIH)이 승인·감독하고 있다. 유전자 치료가 정말 위험한지 여부를 떠나, 이번 사건으로 환자에 대한 병원의 태도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가 제기되면서 ‘21세기 꿈의 의술’로 불려왔던 유전자 치료는 앞으로 까다로운 규제를 받거나 연구가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난치병으로 숨져가고 있는 환자들은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붙잡는 심정에서 유전자 치료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전자 치료는 유전자가 망가진 사람에게 정상적인 유전자 조각을 집어넣어 치료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이번에 펜실베이니어대학 병원에서 숨진 18살 청년 제스 겔싱어는 상처가 나도 피가 멎지 않는 혈우병 환자이다. 의료진은 겔싱어로부터 혈액 세포를 뽑아 여기에 혈액응고인자를 만드는 유전자를 집어넣은 다음 다시 이를 환자에게 주사했다. 유전자 치료는 이처럼 환자의 혈액을 빼낸 뒤 여기에 건강한 유전자를 끼워넣은 다음 다시 인체에 집어넣는 방법말고도, 직접 건강한 유전자를 인체에 투여하는 방법이 있다. 어떤 경우든 건강한 유전자를 세포에 집어넣으려면 운반체가 필요하다. 운반체로는 주로 레트로바이러스나 아데노바이러스가 쓰인다. 이 과정은 보통 바이러스가 세포를 감염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바이러스는 특정한 종류의 세포에만 유전자를 전달하도록 변형된 것이 이용된다. 과학자들은 해가 없는 바이러스를 운반체로 이용하지만, 치료를 위해 일부러 인체를 감염시켜야 하므로 인체에 해를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겔싱어 역시 일종의 감기바이러스인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를 받던 중 죽었다. 지난 1989년에 유전자 치료가 시작된 뒤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4천명 넘는 환자가 임상실험에 참여했다. 이들 대부분은 암이나 에이즈 등 난치병 환자들이었지만, 치료로 목숨을 건진 환자는 아직 한명도 없다. 망가진 인체의 설계도인 유전자를 원판으로 갈아치운다는 그럴싸한 이론에 비해 아직까지 실속은 전혀 없는 셈이다. 지금까지 미국립보건원에 등록된 372건의 임상실험 가운데 89%가 임상 1단계이고, 10%가 2단계이며, 3단계까지 간 것은 1%뿐이다. 즉 지금까지의 유전자 치료 실험은 대부분이 효과보다는 안전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단계이다. 치료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유전자 치료’ 대신 ‘유전자 전달’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 지난 2월2일 열린 상원 청문회에서 조지타운대학의 생명윤리 전문가인 월터스 르로이 박사는 “유전자 치료를 승인·감독하는 재조합DNA자문위원회를 강화하고, 위원회 밑에 특별 안전위원회를 두어 부작용이 일어났을 경우에라도 죽거나 심한 상처를 입기 전에 파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상실험서 특효 없어… 국내도 급속 보급 추세 국내에서도 90년대 후반부터 병원마다 본격적으로 유전자 치료가 시작돼 앞으로 생길지 모르는 부작용과 윤리적 문제를 풀어나갈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1995년 서울대 혈액종양내과 허대석 교수팀이 말기 암 환자를 상대로 첫 유전자 치료를 시도했고, 삼성서울병원 박찬형 교수팀이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개발한 면역유전자와 운반체를 도입해 5명의 유방암 환자에게 임상실험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 김선영 교수가 주축이 된 ㈜바이로메드와 영국의 ㈜옥스퍼드 바이오메디카가 총자산 5천만달러 규모의 ㈜바이로테크를 설립해 헌터증후군 등의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중이다. 또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천준 교수도 전립선암 등을 치료하는 새로운 암 유전자 치료법을 개발해 2년 전 미국에서 특허를 획득하고 미국에서 임상실험을 진행중이다. 얼마 전에는 10여개 대학의 유전자 치료팀 100여명이 ‘유전자 치료연구회’까지 발족했다. 유전자 치료가 인터페론 등 그동안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사라져버린 만병통치약들과 똑같은 길을 걸을 것인지, 21세기의 보편화된 치료법이 될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하지만 성공한다 하더라도 치료비가 비싸 극소수만이 혜택을 볼 수 있을 전망이고, 나아가서는 배아나 수정단계에서 유전자를 고치거나 바꿔치기해 똑똑하고 잘생긴 아이를 만드는 이른바 ‘아기 디자인’에도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유전자 치료는 현대판 우생학 등 많은 위험성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이를 어떻게 개발하고 이용할지 국민과 전문가들이 토론할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21 제296호 2000/0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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