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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국제적 개망신 당한 한국의 인권 * 한국 정부가 유엔이 권유하는 사회권 규약을 준수하지 않아 국제적 개망신을 당했군요. 참고로, 유엔이 지적한 한국 정부가 준수하지 않는 사회권 규약 중에는 '에이즈 정책'이 있습니다. 한국의 에이즈 정책이 얼마나 편협하고 비인간적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한겨레21 특별기고 ] 2001년05월08일 제358호 사회권 홀대로 망신살 뻗네 유엔 사회권규약에 따른 한국보고서 심사회의에서 드러난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 지난 4월23일부터 5월11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의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사회권규약’) 위원회는 4월30일과 5월1일 이틀 동안 한국 정부가 사회권규약에 따라 제출한 제2차 보고서에 대한 심사회의를 열었다. 위원회는 1995년 5월에도 한국 정부의 최초보고서를 심사하고 최종견해 및 권고를 밝혔다. 그러나 당시 지적된 권고사항 중 최저임금법의 적용범위를 확대한 것말고는 실질적으로 개선된 사항이 거의 없다는 게 이번 위원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였다. 위원들은 6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을 반복해 지적했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 정부는 다시 한번 국제기준에 대한 이해를 명확히 하는 한편 특수성을 이유로 한 변명이 아닌 보편적 기준에 따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은 셈이다. ‘사회권규약 우선’ 인정하지 않는 헌법 사회권규약의 국내법적 지위와 관련해 정부 대표는 “헌법 제6조를 근거로 하여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고 신법우선의 원칙과 특별법우선의 원칙 등 일반적인 법원칙의 적용을 받게 되나, 사회권규약상의 권리가 모두 헌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국내법과 사회권규약이 충돌하는 경우는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위원 중에는 사회권규약을 국내법과 동일하게 규정하는 한국 헌법 제6조는 19세기의 헌법이라며, 21세기에 걸맞게 사회권규약 등이 국내법에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사람도 있었다. 더욱이 모든 위원들은 1995년 위원회가 사회권규약이 모든 국내법에 우선하도록 하고 모든 국내법을 사회권규약에 부합하도록 검토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사회권규약이 국내법보다 우선하고 사회권규약상의 권리보장을 국가의 의무로 하는 조처를 강구하도록 요구했다. 특히 교원의 파업권과 공무원의 노동3권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정부 대표는 교원과 일반공무원에 대한 높은 사회적 평가로 인해 교원 또는 공무원이 자신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하여 파업을 한다는 것이 국민들로부터 용인받기 어렵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에 대해 한 위원은 정부 대표의 답변이 6년 전과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당시 정부 대표는 전교조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로 군사부일체로 상징되는 교사에 대한 사회적 존경을 거론했으나, 위원회는 노조결성의 자유와 파업권과 관련한 법과 규정을 사회권규약에 일치하도록 ‘즉각’(immediately) 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다시 똑같은 이유로 교사의 파업권과 공무원의 노동3권을 제한하는 것을 강변한 것이다. 6년 전에도 위원회는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노동자가 해고되는 사례와 조합원들의 평화로운 활동에 대한 경찰의 공격에 놀라움을 표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4월10일 대우자동차 노조원에 대한 경찰폭력 사건, 금융노조 파업과 관련해 25명에 대한 유죄 선고(9명에 대한 실형 선고) 및 법정구속(6명), 제3자 개입금지조항 적용에 따른 양규헌씨에 대한 실형선고 및 법정구속 등 노동조합활동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루어진 것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한 인권위원은 특히 파업의 형사처벌화(criminalizing the strike)에 대해 그 부당성을 지적했다. 구조조정이나 노동법 개정을 요구하는 파업을 정치적 파업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대우자동차 폭력사태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 긴급히 박경서 인권대사를 파견했고, 기조연설에서 이를 먼저 거론하면서 “예외적인 현상이지만 경찰의 잔인성(brutality)은 명백히 유감스러운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답변과정에서도 조합원의 불법시위와 경찰을 인질로 잡은 행위 등을 언급하였으나, 경찰폭력은 “어쨌든 용납될 수 없는’(unexcusable) 일”이라고 해명했다. 국방비 예산이 17%인 데 비해 사회보장예산이 7%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 대표는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가 화해와 협력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으나 여전히 적과 대치한 상황에서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답변하였으나, 이런 태도 역시 6년 전과 달라진 것이 전혀 없었다. 이번 심사회의는 특별히 국제통화기금(IMF) 구조금융에 수반된 구조조정이 사회권에 끼치는 영향을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로 논의했다. 민간단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1998년 이후 모든 통계에서 사회적 불평등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된 것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민간단체에서는 초국적 자본의 이익을 위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기조가 사회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부각시키고 이에 대해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가 일정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면서 이 점을 특히 강조하였다. 그러나 1999년의 정부보고서는 모든 분야에 대해 1997년까지의 통계만을 수록하고 그 이후의 통계를 빠뜨렸다. 6년 전의 답변을 되풀이했다는 지적 정부 대표는 이와 관련해 한국 경제는 정부 주도의 개발정책과 관치금융 및 정경유착으로 인한 재벌문제 등으로 서서히 붕괴되어 결국 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김대중 정부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으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강력한 저항을 받았으나 국제적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필요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한 위원은 한국 정부가 IMF와 구제금융의 조건을 협상하면서 사회권에 끼치는 영향 및 사회권규약을 고려하였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또다른 위원은 김대중 정부가 개혁의 일환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면서 노동조합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노동유연화를 추구하는 것은 기본적인 철학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회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 김대중 정부의 인권철학인가 하는 의문을 던진 것이었다. 이번 심사회의에서는 한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에서 요구하는 일정한 수준의 법적·제도적 정비를 갖추어야만 하는 부문들이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정부 대표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불법체류 이주노동자의 자녀에게 초등학교 입학을 허용하고 있고, 난민신청자에게 6개월간의 체류를 허용하고 있다고 답변한 것과 관련해 정부의 외국인 인권에 관한 시각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사항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취급될 사항이 아니고 이주노동자의 자녀 또는 난민신청자의 권리로서 마땅히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이 1992년에 난민조약에 가입한 이후 102명이 난민신청을 하였으나 단 한명만이 난민으로 인정받은 점이 특히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난민 인정의 허용범위가 지나치게 엄격하고, 난민신청자에게 법적 보호가 주어지지 않는 점이 개선점으로 지적됐다. 정부 대표는 이주노동자와 관련해 “노동부 지침에 따라 합법 또는 불법체류 여부에 관계없이 모두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보장받고 있다”고 답변했으나, 답변내용의 진실성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노동부 지침이라는 것의 성격 자체가 문제됐다. 한국이 어느 정도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로서 국제노동기구(ILO) 제87호, 제98호, 제2호, 제29호 조약 등 사회권신장과 관련한 기본적인 국제조약들을 비준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이 있었다. 정부 대표는 4월30일 심사가 끝날 무렵 국가인권위원회법이 국회를 통과한 사실을 감격스럽게 전하였으나, 위원들은 중요한 점은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제정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사회권규약이 보장한 권리침해 사항을 관할하는지 여부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취약하게 설립된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우에 따라서는 규약위반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위원회 권고를 언제까지 무시할 건가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 △사회적 취약계층인 아동·장애인·노숙자 등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사회보험제도의 실질적 확대 및 사회복지 예산의 확대 △사적 의료부문의 과도한 비중과 공공의료예산 확대의 필요성 △에이즈정책 △높은 사교육비 문제 △문화적 창작물에 대한 검열제도 철폐 등 사회권규약에 보장된 모든 권리에 대해 세부적인 사항까지 심도 깊게 지적됐다. 특히 최초보고서 심사 뒤 지적된 권고사항들이 거의 이행되지 못한 점이 확인됐다. 한국 정부 보고서에 대한 위원회의 최종견해와 권고는 2001년 5월11일 발표된다. 유엔 인권위원회 위원국으로 다시 선출된 한국 정부로서는 당연히 위원회의 최종견해와 권고를 존중해야 할 것이다. 정부보고서의 심사회의가 한국의 사회권을 신장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김선수/ 변호사 yeominlaw@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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