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324
벌금 70만원과 장애인 노점상의 죽음  

사설] 벌금 70만원과 장애인 노점상의 죽음

[경향신문 2005-03-23 20:21]    

40대 청각장애인이 벌금 70만원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네식구 생활비를 벌기 위해 컨테이너 노점을 차렸다가 당국에 적발돼 벌금을 부과받았지만 낼 형편이 안되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기한 내 법정에 출석하지 않으면 구속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는 법원 소환장을 받은 것과, 밀린 월세 30만원도 함께 자살의 배경이 됐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좌표는 가난과 장애의 이중굴레 속에서 발버둥친 장애인 하나 보살피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경기침체로 모두들 삶이 팍팍하지만, 장애인을 죽음의 벼랑으로 몰고 간 것이 가난과 장애만이 아니라는 게 큰 문제다. 특히 사회의 그늘을 보듬지 못하는 행정과 경직된 법집행이 사실상 이 비극을 방조한 것은 아닌가 싶다. 불법 컨테이너 노점상이 궁핍한 청각장애인 부부임을 감안해 당국이 좀더 사려깊게 일처리를 했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졌을 수 있다.


복지 당국의 정책입안도 중요하지만 정이 담긴 행정 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하는 대목이다.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고도 기계적이고 무성의한 행정처리가 되풀이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벌금 책정 방식도 고칠 때가 됐다. 갈수록 심화되는 빈부격차 속에서 개개인의 경제사정을 무시한 채 법 위반 정도에만 맞춰 벌금을 물리는 현행 형벌체계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이웃의 불행을 외면하는 메마른 세태도 개탄스럽다.


단돈 수십만원 때문에 청각장애인이 죽어나가는 것을 막지 못하는 한, 사회안전망 구축과 분배 구호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 4백50만 장애인 가운데 20%는 절대빈곤, 30%는 절대빈곤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현실을 당국도 우리사회도 모두 유념해야 한다.


더불어 살기는 사회적 약자만을 위한 게 아니다. 더불어 살기로 구현하는 사회통합은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유용하다. 빈곤층들이 피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의식전환과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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