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8
'만성피로증후군  


자신이 활동적이라고 생각해 왔던 개인사업가 K씨(41)는 요즘 매사에 의욕이 없고 눕고만 싶다. 그러나 푹 쉬었다고생각해도 피로감은 가시지 않고, 두통이 잦으며 전신이 욱신욱신거리는 증상을 1년 넘게 앓고 있다. 그는 사업체를 정리해야 했다. 두 자녀를 둔 가정주부 S씨(35), 그녀는 요즘 아파트 베란다 밖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한다. 자살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통은 물론 관절마다 쑤시고 가슴이 답답하며 만성피로를 가지고 있다. 쾌활한 편이었던 그녀는 2년 전부터 찾아온 이러 증상 후 짜증을 잘 내게 되었고 우울해져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녀는 두 자녀를 최근 친정집에 맡겨야 했다. 이들은 '만성피로증후군(CFS : Chronic Fatigus Syndrome)'을 앓고 있는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처음 이런 증상들이 찾아왔을 때 과로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약을 먹고 푹 쉬었지만 전혀 차도가 없었다. 그후 이 병원 저 병원 유명하다는 병원에서 세밀하게 진찰을 받고 검사를 해봐도 아무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글 · 박권규 기자/ 사진·김지웅(프리랜서)


병명 모른 채 앓고 있는 환자들 많아
혈액검사를 비롯 요검사·흉부엑스선검사·심전도 검사·분변검사·혈압측정검사, 마지막으로 신경정신과에서 우울증·신경쇠약증은 아닌지 정신과적 진찰까지 받아보았지만 그들에게서 어떤 질환도 찾아내지 못했다. 모든 게 정상이란 판정. 그래서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내려진 진단명이 바로 '만성피로증후군'이다. 여기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일반인들은 피로와 만성피로, 그리고 근본적으로 다른 질병인 만성피로증후군을 혼동할 소지가 많다는 점이다. 바삐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음주, 수면부족, 스트레스 등은 일상적으로 피로를 일으킨다. 이 같은 '일상피로'는 현대인의 또 다른 얼굴로써 대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해소할 수 있다. 만성피로는 충분한 휴식을 취했는데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것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경 우를 말한다. 육체적인 에너지 고갈, 또는 인체조직이 과도한 활동에 혹사된 탓에 생활 상의 자극에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인 만성피로는 수면문제나 정신적 요인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육체 질환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많다. 의사들은 만성피로를 동반하는 육체적 질환이 수 없이 많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만성피로증후군이란 특별한 질병이 없는데도 무력감을 느끼고 신경계통에 이상이 생기며 심해지면 정상적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는 질환을 말한다. 전형적인 증상으로는 전신 쇠약과 우울증, 통증 등을 동반한 원인 모를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이다. 발생원인으로는 그 동안 여러 가지 설이 거론되었지만 최근에는 인체에 누적돼 온 공해물질이 뇌와 척수에 염증을 일으켜 만성피로를 부른다는 면역질환설이 정설로 굳어지고 잇다. 총체적으로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만성피로증후군이 주목을 받게된 것은 80년대 후반 이유없이 병적으로 피곤한 사람이 서양의학게에 꾸준이 보고되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미국에서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이 병에 대한 진단기준을 공표한 바 있다(박스기사참조)



CDC에서 공표한 만성피로증후군 진단기준

* 주진단기준
1. 새롭게 시작한 지속적, 혹은 재발성의 심한 피로감이나 쉽게 피로해지는 증상으로서 과거에 비슷한 증상이 없어야 하며, 침상에서 안정을 취해도 호전되지 않고, 과거의 평균 일상활동능력 50% 이상 감소 또는 방해할 정도이어야 하며 이는 6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한다.

2. 병력(病歷)청취, 신체검사, 적절한 임상검사를 통해 비슷한 증상을 볼일 수 있는 다른 질환에 걸려있지 않아야 한다.

* 부진단기준

....증상기준
증상의 시작 시점이 피로와 동시에 호근 피로감이 증가하면서 나타나야 하고 최소한 6개월이상 지속하거나 반복적으로 나타나야 하지만 증상들이 서로 동시에 나타날 필요는 없다.

....1. 미열 혹은 오한
....2. 인후통
....3. 목과 겨드랑이 림프절의 통증
....4. 설명 안되는 전신적 근육약화
....5. 근육불쾌감 혹은 근육통
....6. 아프기 전에는 잘 견디었던 운동 후 생겨난 24시간 지속하는 전신피로
....7. 아프기 전과 다르게 머리 전체에 오는 두통
....8. 관절 종창이나 발적을 동반하지 않는 관절통
....9. 신경정식학적 호소, 착란 ·건망증,
....10. 수면과다나 불면 등의 수면장애
....11. 복합적인 주요증상이 수 시간 혹은 수일간에 걸쳐 생기기 시작했다는 점






이병이 비교적 잘 알려진 미국에서도 91년도 걸프전에 참가했던 수많은 군인들이 이 병과 같은 증상을 호소해 와 미 정부가 국립보건연구소로 하여금 이 문제에 대한 위원회를 구성케하여 정식조사를 벌였다. 이 위원회가 발표한 조사결과 보고서에 의하면 걸프전 참전 군인들이 명백히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원인규명이나 별명을 정하는 것이 현재로선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걸프전증후군'이라 명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들이 앓고 있는 병도 만성피로증후군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만성피로증후군의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반해 이 병의 치료법에 대해서는 아직 명쾌한 정의와 해답이 없다. 한때는 EB바이러스나 헤르페스바이러스 등에 의한 바이러스 감영설이 주원인으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최근 미국질병통제센터에서는 '현대인이 각종 공해요소에 장기간 노출돼 생활하면서 몸에 누적된 공해물질이 뇌와 척수에 염증을 일으켜 만성피로와 같은 증상을 일으키는 면역질환이다'라고 규정했다.



면역질환, 잠재된 환자가 더 많다.
즉, 현대병이자 문명병이라는 진단이다. 구미 선진국에서부터 이 병의 발생이 보고되고 연구되기 시작한 것도 그들이 잘 정비된 의료체계를 갖추고 있는 의료 선진국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보다 중요한 이유는 그들이 더 오랜시간 환경오염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그래서 설득력을 갖는다. 우리나라에선 최초로 만성피로증후군만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박태홍 원장은 "심한 환경오염으로 우리 몸의 면역기능에서 이상이 온 것으로 이 병의 정체"라고 하면서 "면역력의 과대활성화와 에이즈 같인 면역저하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 이 병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박원장은 서울대 의대를 나와 미국의 지난 20여년 간 내과전문의로 활동하면서 미국CDC와 하버드의대병원 등에서 이 병을 연구해 왔다고 한다. 그가 작년 4월 귀국, 진료를 시작하면서 확인한 환자 수만해도 1천 2백여명. 이 숫자는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들이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던 종래 의료계의 의견과는 많은 거리가 있다.

그리고 의하면 "많은 사람들이 병명조차 모른 채 이 병을 앓고 있으며 더 심각한 문제는 환자들이 다른 병명으로 진단되어 엉뚱한 치료를 받고 있을 수다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박원장에 따르면 현재 만성피로증후군환자에 대한 치료는 뇌혈류의 정상여부를 가리는 스펙스캔과 MRI, 혈액검사 등으로 정밀진단을 한 후 결과에 따라 6개월 이상의 면역주사요법과 엠플리겐약물주입, 약물경구요법 등을 적용한다. 그러나 의료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의 부담이 상당히 큰 편이라고 지적한다. s한 전문의는 공식적인 통계수치는 아니라는 전제 하에 "CFS를 연구하는 의학자들이 사이에서는 미 국민의 3분의 1이상이 이 병을 앓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며 "우리 현대인은 이 만성피로증후군을 조금씩 다 가지고 있고 단지 그 증상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방에서는 간의 기능에 주목해
한편 한의계에서도 만성피로증후군과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어나 이 문제에 대해서 자체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만성피로는 한의학적으로는 허로(虛勞), 노권상(勞倦傷), 기허증(氣虛證) 등의 용어로 불린다. 한의학적으로 볼 때 만성피로는 원기의 훼손 등으로 약해진 장기가 각종 외적 요인과 정신적 과로에 못 이겨 쇠잔해지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간장의 기능에 주목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간장에 대한 이론은 서양의학적인 간장의 기능보다 더 광범위하게 보고 있다. 즉 간장은 전신의 기혈 운행을 주관하고 신경정신 계통과 소화흡수, 혈액계통, 운동 기능, 자율신경 계통, 중추신경 계통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간장의 기능이 관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즉 간장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오장육부까지 무기력해지기 쉽다고 한다. 이는 서양의학자들이 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을 면역질환, 신체 조절기능의 부조화에서 찾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만성피로와 만성피로증후군 사이에는 공통된 증상들도 있지만 발생원인이 근본적으로 다른 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다. 즉 현대병이라는 인식하에 이 질환에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있어 왔다.

특히 하나한방병원 최서영 원장은 "모든 종합검사 소견상 큰 이상이 나타나지 않으면서도 만성피로와 일련의 증상들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았다"면서 지난 94년부터 이러한 증후군을 가지고 내원한 환자들에게 한방경락검진(EAV)을 적용한 결과 공통적으로 간장 포인트의 이상을 관찰할 수 있어 나름대로 '간피로증후군'이라고 명명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질환의 주된 원인을 간장기능의 이상으로 파악하면서 직접적인 원인은 "그 동안 간질환의 간접 인자 정도로만 여겨져 왔던 것들이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점차 그 병적 성격을 강하게 들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공해에 오염된 환경이나 유해한 물질로 오염된 많은 음식물들이 만성피로증후군을 발생시킨다는 설명이다. 최원장은 이러한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정확한 진단 없이 한방의 보약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에상치 못 했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폼메일 발송 수정/삭제      창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