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35
"에이즈약 폭리 이젠 못참아"  

*에이즈 치료제가 에이즈를 치료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치료제의 지나치게 높은 가격은 살인적인으로 느껴질 뿐입니다. 한국에서는 1년에 1천2백만원 가량하고, 미국에서는 2만5천달러에 달하는 이들 치료제를 통해 폭리를 취하는 건 제약회사 뿐입니다. 그러나 에이즈 치료제의 본질은 '처방전에 의한 에이즈'일 뿐입니다.

[에이즈] 미·유럽제약사 생명 담보 떼돈

남아공, 치료제 자국생산 대항

미국과 유럽의 5대 제약회사들은 지난 11일 아프리카에 공급하는 에이즈(AIDS) 약값을 대폭 내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중 한 회사인 영국의 그락소 웰컴은 하루에 16달러씩 들어가는 약값을 2달러에 팔겠다고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환영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카고트리뷴> 등의 언론매체와 `액트업' 등 에이즈관련 인권단체들은, 제약회사들이 그동안 생명을 담보로 얼마나 떼돈을 벌어왔는지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치부를 들춰냈다.

최근 액트업 뉴욕지부가 몇몇 제약사들의 회계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이들은 일반 제조업체에 비해 적어도 4~5배의 순익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전신전화(AT&T)나 텍사코가 매출액 대비 2~3%대의 순익을 올린 반면 그락소 웰컴은 22%, 로슈는 18%, 애벗은 16%의 순익을 냈다. 에이즈 약값도 92~98년 사이에 평균 434%나 뛰었다. 에이즈 치료제와 함께 항암제인 택솔을 생산하는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의 경우 택솔을 하청업체로부터 ㎎당 25센트에 사서 20배에 가까운 4달러87센트에 판 것으로 조사됐다. 제약사가 이렇게 높은 이윤을 구가할 수 있는 것은 특허권이 이들을 보호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즈치료제 개발에는 미국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 영향을 끼쳤다. 에이즈치료제 1호인 아지도티미딘(AZT)의 경우 그락소 웰컴이 특허권을 갖고 있지만, 공익기구인 미시건암재단이 최초로 합성에 성공했으며,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이 권리를 행사하는 `DdI'와 `d4T'는 미국국립보건원(NIH)의 도움을 얻었다. 결국 신약은 정부가 개발하고, 잇속은 제약사들이 차리는 셈이다.

그러나 국민 10명 가운데 1명이 에이즈에 걸린 남아공이 제약사들의 이런 폭리에 반기를 들고 일어났다. 남아공 정부는 97년 제약회사에 로열티는 지불하겠지만, 에이즈치료제를 자국에서 대량생산하겠다는 내용의 법률을 만들었다. 이는 국가적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국제무역기구(WTO)가 허용하는 지적재산권 관련조항에 근거를 둔 것이다.

그러자 미국과 유럽의 제약회사들이 특허권 위반혐의로 남아공 정부를 제소하는 등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도 이를 편들어 99년3월 남아공을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우선감시대상국으로 선정하는 등 법안을 폐기하지 않을 경우 무역제재에 들어가겠다는 경고를 계속 보냈다. 특히 앨 고어 부통령이 남아공을 압박하는 데 앞장을 섰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는 고어의 대통령 선거자금 모금과 무관하지 않다. 고어 진영은 97년과 98년 제약회사들로부터 5만1000달러를 거뒀으며, 제약협회로부터는 27만6850달러를 받았다. 또 주요 선거참모들이 제약회사로부터 별도의 로비자금을 받고 있다.

실제로 고어는 98년5월 타보 음베키 남아공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아시겠지만, 미국 제약회사들의 정치적 입김이 워낙 강하다”고 실토했다. 하지만 대통령선거가 가까와지면서 인권단체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백악관과 고어가 방향을 틀어 제약회사에 일정 정도 양보할 것을 요구해 약값 인하 발표가 나왔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분석이다.

그래도 제약회사들은 특허권만은 뺏길 수 없다는 태도다. 남아공이 법률안을 폐기해야만 약값을 내릴 수 있다고 전제조건을 내건 것은 그래서다. 이에 대해 미국정부 관리조차도, 생명을 다루는 에이즈치료제를 마치 해적판 음반을 다루듯 지적재산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의겸 기자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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