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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균제품을 쓰면 미련한 사람  

항균 제품 쓰면 미련한 사람
면역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참고하셈



미생물 박멸 불가능해 효과 거의 없어…오·남용으로 내성균만 늘어나



인도의 갠지스 강가 화장터에서 종일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충격을 받은 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강물에 몸을 씻고 물을 마시는 인도인들을 본 순간이었다. 관광객의 눈에는 더러워 보이는 그 물이 그들에게는 성수인 것이다. 강물에 들어 있는 성분이나 미생물 따위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 시사저널 안희태
세균·곰팡이·바이러스 같은 미생물을 죽일 수 있다는 각종 항균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년 전부터 세균·곰팡이·바이러스 같은 미생물을 죽일 수 있다는 각종 항균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제품을 광고할 때에도 꼭 항균 효과를 언급해야 물건이 잘 팔린다. 비누·치약·샴푸에서부터 의복·이불·매트리스, 심지어는 학용품에 이르기까지 항균 효과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제품이 없을 정도다. 이런 제품이 도처에 널려 있는 미생물들을 박멸할 수도 없거니와 굳이 이런 제품을 사용할 필요도 없다. 더 많은 돈을 치르더라도 우리 가족에게 이왕이면 깨끗한 환경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겠지만, 지나치게 향균 효과를 맹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안 것은 인류사에서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인류에게 세균을 정복하리라는 핑크빛 꿈을 준 페니실린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6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페니실린 이후 수많은 항생제가 새로 발견되거나 개발되었으나 최근에는 여러 가지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균에 감염되어 목숨을 잃는 일이 빈번히 일어난다. 새로운 항생제를 만들어서 사용하기가 무섭게 세균이 살아 남는 법을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인체가 외부의 환경과 접하는 소화기·상부호흡기·피부 등에는 미생물이 존재한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이들이 병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으나 평상시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오히려 외부에서 병원균이 들어왔을 때에 본래 존재하던 미생물들이 공간과 양분을 차지하여 유해한 균들의 증식을 방해한다. 과연 우리 몸의 미생물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가?


ⓒ 시사저널 안희태
세균·곰팡이·바이러스 같은 미생물을 죽일 수 있다는 각종 항균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예를 들면 대장 내에는 많은 균이 사는데 항생제가 들어가면 그들이 모두 죽게 되고 그 항생제에도 듣지 않는 일부 내성균만 살아 남게 된다. 다른 균들이 모두 제거됨으로써 대장 속의 공간과 영양분은 모두 내성균들의 차지가 된다. 내성균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진 장내 환경에서 증식하면 독소를 내서 설사를 일으키기도 하고 대변에 섞여 나오는 내성균의 양도 증가한다. 밖으로 배설된 내성균이 면역력이 떨어진 다른 환자에게 옮아 중한 감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경우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결국 엉뚱한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인간과 미생물의 공존 법칙 깨지 말라

인류와 세균의 60년 전쟁사를 돌이켜보건대 세균은 반드시 살아 남는 법을 터득한다. 오히려 여러 항생제에 듣지 않는 내성균이 출현해 인류를 위협하는 형편이다. 병원에서 사용되는 항생제와 항균 제품을 똑같이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처음 페니실린이 개발되었을 때의 핑크빛 환상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고 죽은 후 흙으로 돌아가는 데에도 미생물의 역할이 필수이다.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나쁜 미생물은 항생제를 사용해 제거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오랜 세월을 두고 이루어진 인간과 미생물의 공존 법칙을 깰 필요는 없다. 항균 제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해 자연 법칙을 깨뜨리는 것보다는 평상시 개인 위생을 청결히 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김의석 (서울백병원 감염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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