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바라 2002/4/25(목)

Re..물론입니다   문제가 발생한 최초의 원인은 서로가 에이즈라는 문제를 인식하는 방식을 달리하는 그것에 있습니다. 즉, 이들과 저는 에이즈라는 상황을 전혀 다르게 대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이들이 글을 통해 주장하고 했던 자기 생각의 상태가 반체제 에이즈 이론에 대한 시시비비와 이를 합리화시키기 위한 불필요한 감정적 단어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결국 운영자에 대한 공격으로 귀결되었습니다. 저 개인은 이들과의 논의가 단순히 개인적 차원이었다면, 느긋하고 참을성 있고 관대하게 있기를 선택했을 겁니다. 즉, 더 많은 시간을 통해 이들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임은 항상 새로운 포비아와 HIV+ 판정을 받은 사람의 깊은 슬픔, 혹은 그 이전까지 도달한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모든 인내와 노력은 오직 이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간혹 바람 한 점에도 가볍게 흔들릴 수 있는 이 사람들의 심정을 단 한 순간이라도 대변하고 또 배려하는 동시에 그들의 오명을 방어하지 않는다면, 그건 우리 모임의 위상과 목적에도 위배되는 것입니다. '너무한다'고 여겨지는 저의 글은 바로 이러한 상태를 염두에 둔 제 의식의 반영일 뿐입니다. 또한 만약, 제가 운영자가 아니라면 역시 앞서 말한 것처럼 더 많은 여유를 갖고 '희망과 우정', '지나가다'님을 대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위치가 그 사람의 행동을 규정한다"는 사회학적 법칙처럼 저는 운영자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며, 그 역할에 충실한 것입니다. 운영은 단순한 기능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제 운영의 첫번째 원칙은 '포비아와 HIV+ 판정을 받은 사람이 먼저이고, 이들에게 정신적 안정감을 향상시키고,  올바른 지식를 하루빨리 익힐 수 있는 조건을 창출한다'입니다. 게시판에서 제가 냉정하고 분석적으로 보인다면, 혹은 화를 내고 있거나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 -모두 다 정당화될 수는 없겠지만-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형도 알다시피, 저는 어수선하고 넉살 좋고 술 좋아하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제 글을 형이 오해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매일 긴장감이 넘치는 이 게시판에서 사실상 생산성이 없는 반론들을 펼쳐나가며 시간과 정열을 소비하고 있는 저의 모습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있는 그대로 보여지지 않는다는 게 조금 답답해서 몇 자 적은 것입니다. 그러나 역시 제 글과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벙형이라고 생각하며, 또 벙형이기에 저에게 신중함의 미덕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저 또한 형의 마음과 글을 오해하지 않습니다. 제가 완장을 찬 사람도 아니고, 단지 운영자라는 이유만으로 이와 같은 마음 앓이를 하루하루 유지해야 된다는 게 정말로 속상합니다. 이럴 때 마시는 술은 쓰고 맵습니다. 에구... 담배도 다 떨어지고.... 어제는 매우 즐거웠습니다. 날자꾸나님은 집에 잘 들어갔는지... 참, 오늘 어슬렁 형을 만났습니다. 그 동안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었나봅니다. 하루 종일 같이 산책하고, 영화보고, 밥 먹고, 술 마시고, 드라이브하면서 시간을 보냈지요. 책도 한 권 권유했는데... 김영우 박사의 '영혼치료'라는.... 하여튼, 형.. 잘 지내시고... 올려주신 번역 글 잘 읽었습니다. 정말 훌륭한 글이고 또 가장 적절한 시기에 꼭 필요한 번역이었습니다. 벙형의 탁월한 안목에 감탄하며...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