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바라 (bompt@orgio.net)
2002/2/21(목)
Re..확실하게 이해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염장을 지르고, 콧등을 싸늘하게 식게 하는 공포스러운  단어가 몇 가지 있지요.
군대, 교도소, 해고(실업), 이혼, 암  등등

이 단어들에는 실제적이고 아주 현실적인 감각이 있습니다.
즉, 흔하디 흔한 사건 중 하나고, 게중에 단 한 가지라도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들 단어를 입에 담는 것조차 꺼려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아주 희한한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박찬호가 감기에 걸린 것이 1면 톱으로 대서특필되고,
최진실이 바빠서 임신할 틈이 없다는 동정기사가 신문에 실려 그 다음날 전국민의 입방아 속에 씹힙니다.

그런 희한한 일 중에서 가장 놀랍고도 희한한 일이
바로 에이즈입니다.

'엽기 스릴러 블록버스터 환타지아 스펙타클 액션 에로티즘 호러물'이라는 아주 긴 쟝르명이 대신 설명하듯 에이즈는 이미 그 자체가 쟝르 구분이 안 되는 무국적, 무경계, 무차별적인 생존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에이즈를 한마디로 압축해서 표현하라면, 저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터미네이터'

그렇습니다. 에이즈 터미네이터는 설명도 안 되고, 보이지도 않고, 더군다나 만진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이 놈을 죽이려면 '씨발탄'이 필요합니다.
씨발탄을 적절히 쏘기 위해서는 입에 침을 가득 모아놓고 순식간에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씨발, x도 아닌 것이 ...
씨발, 사기나 치고 ..
씨발, 에이즈를 증명해봐.

요즘 속어로 '쌩깐다'고 하더군요.
왕무시가 정말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에이즈는 오직 상상력과 두려움을 먹고 사는 괴물이거든요.
어릴 적 기억 안 납니까? 화장실에 혼자 가기가 두려웠던 것들. 특히, 전설의 고향을 보고 난뒤.
그 공포심을 어떻게 이겨냈습니까? 저는 귀신을 쌩깠습니다. 요즘도 귀신을 보면 쌩깝니다.

피카소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지요.
"선진국일 수록, 많은 교육을 받은 사람일 수록 추상적인 것을 인식하는 능력도 높아진다."

에이즈는 추상입니다.
하지만 진리는 구체적입니다.
피카소가 언급한 추상은 구체적인 추상이었습니다. 마치 그의 그림 '코리아에서의 살륙'처럼!
님은 형이상학의 함정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추상과 구체성, 이데올로기와 현실성이라는 변증법적 대립을 혼동하는 것이지요.

님의 병은 에이즈가 아니라 에이즈 공포증입니다.
이 공포증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간대 인간의 애정어린 연대와 깊이 있는 이해심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도 이 모임의 회원들은 모두 님을 진심으로 이해합니다.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님이 경험하고 있는 현상과 앞으로 님이 알게 될 모든 것을...

이번 금요일 오프모임에 꼭 참석바랍니다.
저랑 소주 한 잔 나누면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될 것입니다.
원래 저처럼 단순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님도 단순(명확)해지는 것입니다.^^

즐거운 하루가 되십시오.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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