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바라 (bompt@orgio.net)
2002/2/19(화) |
문제제기] 이 남자의 감염원인은무엇일까? [나의 고백]에서 자신의 HIV 감염 사실을 토로하는 00준님은 에이즈는 "최악의 고문 상태"라고 말합니다. 그런 반면, 그는 자신의 감염 사실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합니다. 흔히 일컫는 문란한 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자, 이제 우리는 00준님의 수기를 읽으면서 그와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도대체 원인이 무엇일까? 당신의 생각을 이야기해주십시오. 나의 고백 성명 : ○○준 나이 : 26세 가족 : 4남매 중 셋째 직업 : 안전관리사 감염년도 : 94년 고등학교 졸업 후 안전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해 서울로 올라와 취직해서 혼자 자취하며 직장생활을 하였다. 93년부터 사귀어 오던 아가씨(회사원)와 추석 다음날 관계를 가졌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자취를 하고 있던 이웃에 평소 알고 지내던 형님이 여자 문제로 애인과 다투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말리게 되었다. 싸움을 말리다 얼떨결에 형님이 휘두르는 칼에 팔을 찔렸다. 상처가 심해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끝내고 병원에 입원 치료를 하는데 간호원이 간이 좀 나쁜 것 같다면서 채혈을 다시 해서 검사를 해보아야 한다고 피를 뽑아 갔다. 전에도 채혈을 해갔기에 아무 생각 없이 팔을 내밀었던 것이었다. 그런 다음 며칠이 지나자 보건소에서 왔다며 얘기 좀 하자는 것이었다. 무슨 얘기냐고 했더니 무슨 얘기를 하더라도 놀라지 말라고 했다. 왜 그러나 싶어 걱정하지 말고 말하라고 했다. 그 사람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얘기를 시작했다. AIDS에 감염되었다는 것이다. 그 후 나는 한 달 동안 무었을 하며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술도 마시고 울어도 보았고 소리도 질러 보았다. AIDS는 혈액을 통해서만 감염되는 것으로 알았었다. 혹시 팔 수술을 받을 때 내가 수혈을 받은 것이 아닌가 괜한 의심도 해보았다. 도대채 누가 나에게 AIDS란 선물을 주었단 말인가? 고향에 계신 부모님 얼굴이 꿈속에 자주 나타난다. 이 못난 자식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셨던가. 내가 객지에서 혹 친구라도 잘못 사귀어 비뚤어지지나 않을까, 몸이 아프지는 않을까 자나깨나 염려하며 절에 가서 부처님님에게 당신의 자식을 위해 봉양을 게을리 하지 않으셨던 어머니…. 지금까지도 도저히 믿어지질 않는다. 차라리 사고 당시 칼이 심장에 찔려 죽었다면 이러한 고통은 없지 않았겠는가. 만약 부모님보다 내가 먼저 죽는 다면은 나는 도저히 누워서 죽지 못할 것이고 서서 죽을 것이다. 더욱 나의 마음을 괴롭히는 것은 내가 면도를 한 뒤 같은 면도기로 동생이 면도를 하였는데 면도칼에 배어 피가 나온 적이 있다. 동생도 혹시 나로 하여금 감염되지 않았는지 불안하다. 나는 신문 잡지에 나온 AIDS에 관한 기사를 읽고 서점에 들러 AIDS에 관한 책자를 사 보았다. 내 나이 스물 여덟. 어머님은 나에게 이제 참한 색시를 얻어 장가를 들어 아들 딸 낳고 잘사는 것을 보아야 마음놓고 죽을 수 있다고 늘 당신의 못난 아들을 위해 걱정이 끝이 없으시다. 오늘 저녁에도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날씨가 추운데 보일러는 잘 돌아가는지 참한 아가씨가 있는데 한 번 내려와 만나보지 않겠느냐 하신다. 나는 지금부터 두 얼굴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절대로 부모님이 아시게 해선 안된다. 언제까지 부모님에게 숨길 수 있을 것인가. 정말로 AIDS 치료제를 개발하지 못할 것인가. 정말로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인가. 치료를 받아 완치만 된다면 그 무엇을 망설일 것이냐. 요즘 나는 팔에 어머님이 보내 주신 염주를 끼고 동자상 앞앉아 많은 이야기를 한다. 혹 남들이 보면 미쳤다 할 것이다. 방문을 열고 하늘을 쳐다볼 수가 없다. 여자 친구한테 연락을 하여도 도저히 연락이 되질 않는다. 나는 누구에게 감염되었는가…. 그녀는 윤락 여성도 아니다. ○○회사에 경리를 보고 있는 평범한 여성이다. 우리는 장래를 약속하며 사귀어 온 것을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문란한 여자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나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 지난 번 친구들과 술을 마신 후 여인숙에 가서 불러낸 아가씨란 말인가. 나는 비록 혼자 자취를 하며 살아가고 있었지만 여자 관계만은 문란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을 정도다. 분명 그 중에 한 사람이 분명하다. 누구란 말인가? 잡지에 나오는 AIDS 복수극 대상이 내가 된 것이 아닌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도 분명 자신이 AIDS에 감염된지 모르고 관계를 맺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앞으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아가야 할 것인가? 또한 어머니의 결혼 독촉을 어떻게 피해 나가야 할 것인가? 과연 나에게도 희망이 있을 것인가? 너무나 감당하기 힘들다. 감염된 지 몇 년씩 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왔는 지 도저히 믿어지질 않는다. 감염되자마자 바로 죽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 내 나이 스물 여섯 살. 앞으로 주어진 시간이 나에게 얼마나 있을까? 이건 살아 있으면서도 살아 있는 목숨이 아닌 최악의 고문상태이다. 과연 앞으로 어떻게 대처를 하며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 몇 날 며칠을 방구석에 쳐 박혀 있다가도 배가 고파 밥을 먹으니 내가 정말로 한심스럽고 바보 같다. 내가 AIDS에 감염된 지도 벌써 두 달이 넘어가고 있다. 모든 것을 잊고 직장 생활을 하려 해도 손가락이 펴지지 않고 힘이 없어 할 수 없다. 무엇인가에 몰두하고 싶다. 그러나 마음뿐 되질 않는다. 이 겨울이 지나면 새봄이 찾아올 것이다. 나에게도 따뜻한 새봄이 찾아올 것인가. 정말로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하여야 할 것인지 모르겠다. 매일 저녁 나의 숨통을 무언가 조금씩 조이는 것만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