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바라 (bompT@hanmail.net)
2003/3/15(토) 21:02 (MSIE6.0,Windows98) 211.214.163.58 1152x864
선배를 생각하며~~~  

제가 좋아하던 선배가 있었습니다.
과거 이 양반은 잘 나가던 운동권이었고, 평민당에서 노동담당 사무장으로 오라고 할 정도로
뛰어난 재능과 정치적 역량을 갖고 있었습니다.
평민당의 후신이 오늘날 민주당이지요.
그 정도면 국회의원 레벨입니다.
공천은 따놓은 당상이지요.

하지만 그 선배는 '싫다'면서 거절했습니다.
자기 삶을 밑바닥 민중과 함께 하겠다는 신념을 유지한 것입니다.

결국 합수부와 안기부에서 고문을 받고, 끝내 머리가 돌아서 미치기 전까지
이 선배의 삶은 정말로 멋있었고 대단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어떻게 사냐고요?
어저다 한 번 저랑 술을 마시면서 정세를 나누는 수준입니다.
싸구려 전세방에서 자기 한 몸을 겨우 안주하며 살고 있지요.
또 이혼도 하고요.

아들은 이번에 대학에 들어갔다고 하더군요.

그 선배는 항상 제 삶이 가야 될 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진실을 안고, 용광로 같은 삶을 던지면서 살아갔던 젊은 시절,
보장된 미래와 어떤 누구보다 휠씬 나을 삶을 포기한 채
살아갔던 모습이!!!

저도 나이 50줄에 다다르면, 어느 전세방에서 홀로 밥을 지어먹으면서 살고 있지 않을까요?
참, 끔찍한 상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 자신을 채찍질합니다.
한평생 살면서 쓸 에너지를 지금 이 순간 다 쓰기 위해 노력하고 또 고민합니다.
그래야만,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따라 선배 생각이 절로 납니다.
이 양반, 지금은 뭘하고 있나?
아마도 운동권 후배를 만나면서 정세를 고민하고 있겠지요.
그게 그의 삶입니다.
머리가 돌아버려도,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민중을 생각하는 삶!

그에 비하면 우리는 얼마나 비겁한가요?
이기적인가요?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성일 지도 모릅니다.
에이즈 지옥에서 살아가기 위한 필수요소로서~~

(하지만 죄책감은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죄책감은 아무 때나 가지는 게 아니지요.)

뜻대로 사는 것이 뜻대로 되는 것입니다.
그 동안 삶은 계속됩니다.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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