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바라 (bompt@jinbo.net)
2002/7/19(금) 07:30 (MSIE6.0,Windows98,Q312461) 211.51.156.76 1024x768 |
비 많이 온다. 창원에 올 때마다... 지난 번 창원 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씨 재판에 참석할 때도 비가 많이 왔지요. 구씨 남편은 오토바이를 타고 오다가 빗길에 미끄러져 온 몸이 많이 다쳤고요. 어제 밤 서울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비 내릴 낌새가 없었는데, 창원에 도착할 쯤 열차 창문에 굵은 빗줄기가 우두둑 맺히더군요. 마산까지 가는 걸 생각했다가, 법원이 창원이라는 걸 그제서야 겨우 떠올리고는 후다닥 플랫폼에 내려 왔을 때 사정없이 내 이마에 부딪히는 빗방울들 ... 조용한 창원역 앉아서 -오지도 않는- 잠을 청했습니다. 분명 피곤한데, 왜 잠이 밀려오지 않는 지.. 단지 장소가 낳설어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어쩌면 긴장하고 있을 지도... 눈을 감고 기도를 했습니다. "신이시여.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인내하고 받아들 수 있는 마음의 평화를 주시옵고,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일을 위해서는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시옵소서. 또한 이 둘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내려주시옵소서." 이 기도문은 성 프란체스코의 기도문입니다. 어쩌다가 내가 그의 기도문을 외우게 되었는지 그 때를 알 수 없지만, 마음의 침묵 속에서 잔잔히 기도를 하고 있을 땐 가슴의 저 깊은 아래에서 평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평화는 일종의 당위성과 같이 다가옵니다. 내가 마땅히 누려야 할 평화~~~ 기도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지금 이 순간 한기를 느끼며 몸을 움추리고 있을 지도 모를 구씨의 영혼을 위해 당신의 따뜻한 사랑으로 매만져주시옵고, 결코 구씨가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게끔 그녀에게 나의 마음을 전달해주시옵소서. 오늘은 구씨의 재판이 있는 날. 그녀가 무죄라는 건 하늘이 알고 땅이 알지만, 간악하고 무지하고 편견에 가득 찬 자들은 HIV 감염인 사냥에 열중하기에 지금이라도 이들의 양심에 빛을 내려주시옵고, 그녀가 무죄석방될 수 있도록 당신도 -제발- 관심을 가져주시옵소서. 일단 집행유예라도 좋으니, 오늘은 그녀의 손을 잡고 즐거운 미소를 띄우며 같이 밥이라도 함께 먹을 수 있게 나의 간절한 마음을 뿌리치지 마시옵소서. 전 어제 저녁부터 밥도 안 먹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버스를 타는 그 순간 이 폭우가 갑자기 멈출 수 있도록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시옵소서." 기도문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당연합니다. 나는 종교가 없는 -태어나서 진정으로 종교를 가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유물론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도는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교황 바오르 2세의 크리스마스 미사보다 더 진지했을 것입니다. 정말 신이 존재한다면, 십자가에 못 박힌 사람에게 기도하기 보다는 자신 자신을 믿고, 인간의 본질인 신성에 기도하라고 권유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저 망할 놈의 비는 아직도 많이 내리는군요. 차라리 구씨에게 1년 6월을 구형한 검사 놈이 미끄러져서 웅덩이에 쳐박히라고 기도하는 게 더 현실적일 지도 모릅니다. 에라.. 즐거운 하루가 되십시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크게 손뼉을 치거나 한 번 빙그레 웃음을 지어주는 건 정신건강을 위해 좋습니다. 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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